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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한국에서 돌아와 무엇을 할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름 호텔에서 일했던 것이 재미있기도 했고 수박 겉핥기로 알았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 나는 내 20대의 끝자락에서 호텔 취업을 희망하며 취직 준비를 시작했다. 

제주도의 한 호텔에서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제주도로 내려갔다. 내 인생 처음 있는 회사 면접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 준비한다고 하긴 했지만, 회사 면접이란 게 어떤 건지 제대로 모르고 준비해서 갔다. 면접장에 들어가니 세 분이 앉아 계셨다. 손이 덜덜덜 떨렸지만 떨지 않는 척하려 무척 애썼다. 면접관들은 다 알고 있었겠지만. 면접이 진행되었지만 알 수 없었다. 될 것 같기도 하고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했다. 

내가 만약 합격하게 된다면 일하게 될 부서의 팀장님이 나에게 마지막 질문을 했다.

“000 씨, 우리 호텔에 떨어지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나는 제주도로 일단 내려와서 다음 채용을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진심이었다. 외진 곳에 있는 곳이라 인기가 많진 않지만 나는 그 호텔이 좋았다. 그 대답에 난데없는 호통이 날아들었다.

“000 씨는 나이가 많아서 다음번엔 면접을 못 봐요. 그런데 뭘 준비한다는 겁니까!”

 

아니 그러면 그런 것이지 나이 많은 것도 서러운데 왜 호통을 그렇게 치시는지. 뼈 아픈 팩트 폭행에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내 대답을 바라고 하신 말도 아닌 것 같고 딱히 할 말도 없어서 그냥 ‘여기 진상 1이 앉아 계십니다. 난 프로니까 웃어야지.’라는 심정으로 그냥 어색한 미소만 짓고 있었다. 인사제도가 정확히 어찌 되는지 모르겠지만 뭐 어쨌든 세 분 중 한 분이라도 찬성하셨던 것 같다. 그렇게 나이 많은 나는 결국 입사에 성공했으니까. 입사해서도 나이 때문에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여러모로 부족했던 나에게 기회를 준 호텔이 고맙다. 


그렇게 나는 호텔 업계에 들어왔다. 그 이후로 캐나다로 와서 또 무수한 면접을 보며 프런트 데스크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그 무수한 면접을 보면서도 처음 발을 들였을 때 그 두 가지 에피소드만큼 황당한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고 넘길 일이지만 그때는 얼마나 처절했던가. 그래도 돌이켜 보면 쉽게 포기하지 않았던 그때의 내 패기가 나는 좋다. 내가 영어를 못해서, 내 나이가 많아서라는 이유로 나를 가둬 두고 지레 겁먹고 시도조차 못 했을 수도 있었지만, 나는 하면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믿고 응원했다. 그 의사가 내 영어 실력을 비웃어도 그 팀장님이 너 같이 나이도 많은 게 감히 우리 호텔에 지원할 생각을 다했냐는 -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 분통 어린 질문에도 나는 굴하지 않았다. - 사실 알고 보니 그분은 좋으신 분이었다. 그 일이 개인적인 감정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 말고도 다른 면접자들에게도 호통을 치시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적어도 입사 후엔 구박하지 않고 친절히 대해 주셨다. - 나는 포기하지 않고 영어 공부를 계속했고 일하고 캐나다로 와서 호텔을 전공하고 프런트 데스크 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내가 제주도 호텔에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정도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취업 준비를 하면서 나는 내 위치를 알고 있었다. 부산의 웬만한 큰 호텔들은 나 아니어도 이미 어리고 스펙 빵빵한 지원자들로 차고 넘칠 테니까.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도 한몫했다. 그렇다고 아무 호텔에나 들어가서 단지 돈을 받기 위한 일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배울 것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러던 와중 지인으로부터 제주도의 그 호텔 실정에 대해서 들었고 조금만 해보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그러니 나처럼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무언가가 모자란다는 이유로 머뭇거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도전해 보라 하고 싶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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