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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다. 아주 민감한 주제다. 그래서 3주 전에 작성하고 서랍에만 넣어뒀다. 하지만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비정규직'에 대한 고민. 특히 지금 '비정규직'이란 위치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분들을 위해 이 글을 꺼냈다. 필자는 이런 주제에 대해 조언할만한 멋진 인물은 아니다. 그저 누구보다 이런 고민을 오랜 시간 해왔던 사람이고, 주변에 이런 과정을 거친 사람들을 지켜봐 왔을 뿐이다. 나의 부족한 경험과 정보가 위로 또는 도움이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단 발행 버튼을 누른다.

나는 졸업하기 전부터 일했다. 그렇게 계산하면 10년은 사회생활을 한 셈이다. 하지만 '계약직'에 대한 다른 글을 쓰면서도 말했듯이, 나의 10년은 참 굴곡이 많았다. 대학교 졸업 후 6개월간 2곳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그 후 이름이 잘 알려진 회사의 정규직 사원으로 입사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를 관두면서 이력서가 굉장히 지저분해졌다.

<나의 10년 사회생활 과정>
인턴-> 정규직-> 프리랜서-> 정규직-> 계약직-> 프리랜서-> 계약직-> 프리랜서-> 파견직
 
현재 외국계 기업의 협력업체 소속으로 일하는 중인데, 최근 추천을 통해 본사 면접을 봤다. 물론 2년 계약직 자리다. 본사는 4명 중 1명이 계약직인데, 그중에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말은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퇴사한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마 합격을 하더라도 계약기간까지만 일 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필자는 정규직이건 계약직이건 크게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정작 내가 고민한 것은 업무와 회사의 위치다. 지금까지도 내게 그렇게(비정규직으로) 일하지 말고 정규직으로 들어가라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난 개의치 않는다. 해왔던 업무는 다르지만 10년 동안 같은 분야에서 일했다. 그래서일까?솔직히 내일 당장 회사에서 잘려도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두렵지는 않다. 굴곡의 시간 속에 나는 모험심이 생겼다. 이건 좋아하는 업무를 위주로 일하겠다는 나의 이기심의 대가이기도 하다.

그래도 이력서가 지저분한 건 어쩔 수 없다. 이 상황에 대한 구차한 변명을 좀 하자면 이렇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몰랐다.

이렇게 형편없는 이력서를 가진 사람에게 SOS를 청하는 사람도 있다. 지인이나 후배들이 '비정규직'으로 회사생활을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내게 털어놓곤 한다. 가장 빈도수가 높은 것이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경우'다. 사회초년생이 비정규직 자리를 두고 고민하게 되는 경로는 대부분 이렇다. 졸업을 앞두고 일단 알만한 회사들은 다 지원하지만, 번번이 서류에서부터 떨어진다. 겨우 면접을 봤지만 '불합격' 통보를 받기 일쑤다. 그렇다고 이름도 없는 작은 회사는 자존심이 상한다며 채용공고조차 보지 않는다. 그러다 졸업을 하고 시간이 더 흘러 만만하게 보던 중소기업에 어쩔 수 없이 서류를 내밀지만, 그곳도 경쟁이 치열하다. 결국, 주변 친구들을 대부분이 취업을 한다. 그렇게 몇 남지 않는 취준생들에 사이에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때부터 따지지 않고 최대한 모든 곳에 서류를 보낸다. 그러다 덜컥 큰 회사에 합격했다. 행운이라고? 근데 비정규직이다. 계약직이다. 그리고 고민에 빠진다.

"비정규직으로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취준생으로 녹초가 된 후배나 친구가 이런 질문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어떤 대답을 해주겠는가?
 
"야! 작은 회사라도 정규직으로 들어가!"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맞다. 그들의 말이 맞다. 큰 회사라도 비정규직은 작은 회사의 정규직보다 위태롭고 불안한 느낌이다. 하지만 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이것부터 확인한다.

"그래서 어떤 업무인데? 원하던 업무야?"

이 질문에 얼버무리거나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친구들에게는 단호하게 가지 말라고 말한다.
당장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것. 안정적으로 회사에 다니는 것. 사람들과 만날 때 나를 직장으로 대신 소개할 수 있는 것. 사회와 사람 속에서 직장과 직업이 평가의 핵심 요소가 되곤 한다. 난 늘 저 부분이 내키지 않았다. 사람은 회사 브랜드나 직업만을 가지고 평가하기에는 꽤 복잡하다. 우린 상품이 아니다. 멋진 명함을 지녔다고 행복까지 A/S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내가 '비정규직'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업무에 대해 물어보는 이유는 이렇다. 부끄럽게도 회사 이름과 직업의 이미지만 보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나의 실수를 그 후배는 하지 않았으면 해서다. 처음부터 대기업에 한 번에 입사하여 승승장구한다면 좋겠지만, 이런 절차를 밟고 시작하는 친구들이 몇 명이나 될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 또한 입사 후 다양한 이유로 고민과 좌절에 빠진다. 사회는 결코 어떤 새내기에게도 쉽게 인정을 베풀지 않는다.

나는 고민했다. 이렇게 이력서가 지저분하고 30대에 계약직 면접을 보는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까? 하지만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필자는 행복하다. 일단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이제는 나의 업무에 대해서 나름 전문성도 생겼다. 웃기는 일이지만 나의 이력서를 보고 연락하는 회사들도 간혹 있다. 아, 그리고 돈에 대해서 많은 분이 고민할 것이다. 대부분의 계약직이 엄청난 저임금으로 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기업 사원들처럼 받는 건 아니지만, 특정 업무를 오래한 비정규직의 연봉은 일반 회사원들 만큼이거나 더 받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비정규직이 영원히 비정규직은 아니다. 지인 중에는 대기업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도 꽤 있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운이 좋았던 경우보다 일을 열심히 하는데 심지어 잘하기까지 해서 정규직이 된 경우가 더 많다. 어디 이뿐인가.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업무 스킬을 쌓고, 퇴사하여 개인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비정규직으로 회사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다. 분명하게 차별이 존재한다. 잘해보려고 해도 기회를 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상황을 끌어가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다. 비정규직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능력을 인정받고 일하는 지인들의 이야기에는 이런 공통점이 있었다. 

1. 비정규직이었지만 진짜 하고 싶은 일이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회사가 어디인지 또는 정규직인지 아닌지보다 자신이 경험할 수 있는 업무에 집중하고 선택했다는 것이다.

2. 꾸준하게 자기계발을 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정규직으로 입사하려고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그런데 본인들보다 쉽게 회사에 들어온 비정규직이 우리와 같은 정규직이 되는 건 불공평하다고. 그렇게 정규직 되고 싶으면 놀지 말고 공부하지 그랬냐고...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실제로 일하다보면 이런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비정규직의 자기계발은 더욱 체계적이고 규칙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한다. 비정규직이지만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다면, 자신의 업무를 더 돋보일 수 있는 분야의 자기계발에 힘써야 한다고 한다.

3. 언제든 목표와 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목표를 분명히 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계획은 목표를 향해 체계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후배나 학생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특정 직업이나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비정규직으로 시작했지만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 또는 스펙을 누르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의 방식은 좀 달랐다. 삶에 대한 이상향이 분명하고 목표는 그것을 위한 도구이기 때문에 목표가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고, 바로 다른 목표를 세운다. 그리고 목표를 위한 계획도 언제든 흔쾌히 수정할 줄 안다. 결국 직업 또는 회사에 대한 목표는 자신의 원하는 삶을 끌어가는 한 부분일 뿐이란 것이다.

4. 늘 긍정적이고 단순하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보면 자존감과 자신감을 상실되는 순간이 참 많다. 필자도 이 부분이 참 어렵다. 비정규직으로 시작했지만 능력을 받고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상황이건 긍정적이고 매우 단순하다. 어떤 회사는 비정규직을 회의에 참석시키지 않는다. 그리고 의견을 낼 경우에도 무시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들은 이런 일들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런 식의 감정 소모의 피해자는 결국 자신이기 때문이다.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면 책을 읽거나 잠깐 공부를 하고, 의견이 무시되면 다른 사람이나 회사에 제안해 본다.
긍정적이고 단순한 사람은 쉽게 꺽이지 않는다.

 
모든 사회초년생에게 한 장의 도화지가 주워진다. 물론 이미 멋진 그림이 완성된 도화지를 받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도화지는 한결같이 하얗다. 그 도화지 안에서 우리의 직장은 그저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절대 전체가 될 수 없다.
사회생활에는 뜻밖에 반전이 많다. 오늘의 주인공이 내일의 단역이 되기도 하고, 오늘의 단역이 내일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내일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일로 고민인 분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다.
 
당신의 내일은 결코 단정 지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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