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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이유

 

처음에 싱가폴 광고 크리에이티브 회사에 입사했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입싱한지 거의 한 달만에 취업 확정이 돼서 기쁜 마음이 컸고, 외국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영어로 일은 한다는게 좋았다. 업무도 나의 전공 분야(언론홍보 전공)와 경력(PR, 커뮤니케이션)과  맞닿아 있었다.

 

테스트 기간이었던 1달 간의 인턴을 무사히 마치고, 수습으로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됐을때 였을 것이다. 페이스북 캠페인 광고 예산을 잘못 입력해서 lifetime budget으로 $300을 입력했어야 하는데 Daily budget으로 $300을 입력했다. 기존에 배정됐던 예산을 초과 집행 한 것. 결국 $2000가 집행되었고(이것도 내가 중간에 알아채서 중단한 건데도 이 정도ㅠㅠ), $1700를 손해 보게 됐다.

 

회사 측에서는 다신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며 경고를 내렸고, 클라이언트는 자기네 쪽에서 이 금액을 어느 정도 커버해줄 수 있는지 보스한테 말해볼테니까 광고 성과 리포트를 달라고 했다. 나는 실수에 대한 대가로 내 주말을 반납해 Facebook Ads Manager에 있는 숫자들을 샅샅히 훑었다. 이 숫자들이 뭘 의미하는지 알아야 리포트를 쓰고, 예산을 많이 쓴 만큼 결과가 좋았다고 설득할 수 있으니까.

 

Reach, CPC, CTR 등을 봤을 때 이 광고의 성과는 다른 광고들에 비해 좋았다. 사실 여태까지 했던 캠페인 중에 가장 많은 금액을 사용한 것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을거다. 그 결과는 차치하고, 리포트를 쓰면서 Ads manager에 있는 숫자들의 의미를 파악하고 다른 광고들과 숫자를 비교하고, 일목요연한 언어를 통해 성과를 정리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비록 실수로 인해 숫자를 들여다보고 리포트를 쓴거지만, 내가 이 회사에서 했던 어떤 일보다 재밌었고 의미있었다.

 

이날 이후로 부터 Ads manager를 들여다보며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광고를 노출할 수 있을까", "타깃을 어떻게 정교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급기야는 페이스북이 우리 타깃에게 적합한 매체인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44-45세 타깃의 경우에 Reach는 낮은데 CTR이 높은 걸 보며 어떻게 Reach와 CTR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을지 디테일하게 분석하게 됐다.

 

 

이런 과정이 왜 재밌었을까? 나는 문과생이고 숫자랑 친한 사람도 아닌데?

결론적으로, 나는 숫자로 된 결과에 목말라 있었다. 내가 한 일에 대한 성과를 객관적인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내가 한국에서 2년 반동안 했던 일은 홍보였다. 물론 마케팅 6개월 인턴, 스타트업에서 짧게 서비스 운영 업무를 했던 경험도 있지만... 주로 했던 일은 'PR'이었다. 난 이 일을 하며 참 고민이 많았다. 남들보다 더 격정적으로 진로에 대해 고민했던 것 같다. 홍보대행사 생활 1년만에 인하우스 홍보팀으로 이직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기분이었고, 간지나게 회사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업무에 대한 회의감이 몰려왔다.

 

홍보 담당자의 메인 업무는 보도자료 작성, 기자 대응이다.

 

열심히 보도자료 초안을 써서 팀장님께 패스하면 어김없이 칼질을 당했다. 이래서 이건 아니고, 저래서 저건 저렇게 써야 한다. 뉘예뉘예... 열심히 수정에 수정을 반복해서 결국 짜잔하고 보도자료가 완성되고, 기자 리스트를 기반으로 수백 명의 기자에게 보도자료가 전달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수십 개의 매체에 내가 보낸 자료가 기사화된다.

 

일주일에 몇 번씩 기자 미팅을 한다. 우리 회사에 대해, 우리 제품(서비스)에 대해 설명한다. 맛있는 밥도 먹고, 술도 먹는다. 그렇게 기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기자는 우리회사에 대한 기사를 쓸 때 나에게 자료를 요청한다. 당연히 우리 회사의 기사가 조금이라도 더 언론에 노출되길 바라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자료를 준비해서 전달한다.

 

음음... 내가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건 알겠는데... 내가 얼만큼 잘 하고 있는지, 어느 부분에서 못하고 있는 건지 파악할 수 없었다. 과연 팀장이 지적한 방향대로 고친 보도자료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걸까? 그 결과란 무엇일까...  더 많은 매체에 보도자료가 기사화 되는 것? 기자를 만나는 건 좋은데... 기자를 만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 프로덕트가 좋고 그게 잘 팔리면 당연히 기자는 우리 회사에 호기심과 관심을 갖기 마련이고 회사에 대한 기사가 언론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래서 홍보를 그만 뒀다.  

 

내가 한 일에 대한 성과를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난 그때 마침 R도 배우고, 기초 통계도 공부하고 해서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태라 회의감이 더욱 커진 것 같다.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 게 짱! 역시 수치로 증명할 수 있는 게 최고라고 생각했다.)

 

결국 잘 만든 프로덕트가 짱이기 때문에. (개발자님을 존경하기 시작했고, 서비스 기획 분야 관심을 가지게 됐다. 개발은 할 수 없으니 서비스 기획자가 되어서 사람들이 많이 쓰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싱가폴에서 업무를 하면서 내가 원하는 방향이 확실해졌다. 더 많은 숫자와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다루는 것.

 

숫자로 성과를 증명할 수 있는 업무를 하고 싶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크리에이티브 중심의 광고 회사이기 때문에 이 또한 정성적인 결과가 우선이 된다. 보스와 클라이언트의 컨펌을 거쳐 광고물을 세상에 내놓는다. 이 회사는 인쇄매체를 중점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보스와 클라이언트 이외에 누가 우리 결과물에 반응을 보이는지 알 수 없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멋진 카피와 디자인을 뽑아 내지만, 이 결과물이 진짜 쿨한건지는... 누가 증명해줄 수 있을까? 언젠가 디자이너가 gif로 멋들어진 페이스북 콘텐츠를 제작했는데, 그 디자인에 대한 Reach는 기사 링크를 공유한 콘텐츠보다 낮았다...

 

이 회사를 그만 두기 전 보스에게 물어봤다. 혹시 디지털 광고 쪽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 있냐고. 그는 계획은 있지만 당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답했다. '아 여기서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구나...'

 

물론 여기를 그만 둔다고 해서 한국으로 꼭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니다. 싱가폴 내에서 이직을 하면 되니까. 하지만 그게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한국에서 내 언어로 배우는 것이 업무 능력을 가장 빠르게 올리는 방법이기 때문에(원하는 걸 찾았으니 빨리 실무에 뛰어 들어가보고 싶다!) 일단은 싱가폴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다시 취준생

지금 알아보고 있는 분야는 미디어 플래닝, 디지털 광고, 퍼포먼스 마케팅 분야다. 진로의 방향성도 정했으니 기쁜 마음으로... 취준 생활을 누려볼까? 슬프지만 기쁘고, 기쁘지만 슬프다... 웃프다 ^_ㅠ

 

그저 나를 응원해주는 수 밖에... 별 다른 방법이 없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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