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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외국 가서 식당이나 할까? 하와이에서 김밥 말아 팔면 대박 날 거 같지 않아?"


나만 이런 얘기를 들어본 게 아닐 거다.
요새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이런 얘기를 듣게 되는데 이게 다 '윤식당'때문이다. 나 역시 너무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는 프로그램인데 이 정도면 재미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에 불을 지른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윤식당은 한국인들에게 새로운 로망을 안겨주었다. 경쟁이 치열한 한국을 떠나 여유로운 외국에 나가서 장사를 하는 로망을.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일까라는 고민과 함께.


사실 나의 가게를 열고 싶다는 국민적(?) 열망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회사를 다닐 때였다. 회사의 남자들은 모이기만 하면 앞으로 뭘 해서 먹고살까 하는 문제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 중심엔 언제나 장사가 있었다. 요즘 커피숍은 너무 많아, 당구장도 은근 괜찮다던데,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 어때? 요즘은 핫도그가 뜬대요, 에이 프랜차이즈는 본사만 돈 버는 거라 별로, 그래도 프랜차이즈가 안전하지 않나? 그렇게 각자 생각해뒀던 아이템과 정보들을 하나씩 꺼내놓고는 신중하게 분석하고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그 가능성을 타진해 보곤 했다. 결론은 늘 가게를 차릴 돈이 없다는 것이었지만.
그것뿐이 아니었다. 과장 조금 보태 내가 아는 모든 여자들이 카페를 하는 게 꿈이라고 얘기하는 걸 들었을 때는 너무 충격이었다. 뭐지? 우리나라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이 정도면 '장사의 민족'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가 아닌가. 한국인들에게는 장사를 하고 싶은 DNA라도 심어져 있는 걸까?


딱히 내 가게를 열고 싶다는 열망이 없는 나는 주변의 이런 열망들을 들을 때마다 찬물을 끼얹기 바빴다.
장사가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열에 아홉은 일 년 안에 망한다더라. 일과 일상이 분리되지 않아서 맘 편히 쉴 수가 없고, 매상 걱정에 잠을 못 이룰 거다. 진상 손님 몇 명 겪어보면 내가 이러려고 장사했나 싶을 거다 등등등. 얄미운 얘기들로 그들의 의지를 꺾어보려고 했다. 그렇게 딴지를 걸다가 어느 순간부턴 그런 부정적인 얘기들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내 가게'를 열망하는 것은 불만족스러운 현재와 불안한 미래에 대한 한숨 내지는 고민일 뿐, 장사를 하는 것이 진짜 일생일대의 꿈도 로망도 아님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버젓이 직업이 있고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 가게를 차리고 싶어 한다는 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힘들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고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불안해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남의 밑에서 월급 받는 것이 참 쉽지가 않다. 한마디로 치사하다. 정녕 돈은 이렇게 힘들게 벌 수밖에 없는 건가. 좀 더 자존감과 품위를 지키며 돈을 벌 수 없는가라는 고민에 이르면 힘들게 들어간 직장이고 나발이고 쌓아온 경력도 다 버리고 '내 일'을 하는 게 속 편하겠단 생각이 든다.
늘어난 수명은 또 어떠한가. 맙소사 100세 시대란다. 은퇴가 멀지 않았는데 퇴직금과 연금만으로 생활하기엔 노후가 너무 길어졌다. 자식들에게 기대는 시대도 아니다. 젊을 때 돈을 왕창 벌어놓거나 늙어서도 돈을 계속 벌어야 한다는 얘기니 지속 가능한 다른 밥벌이를 고민할 수밖에. 그러니 시간만 나면 뭘 해서 먹고살까 궁리를 한다.


평생직장도 평생직업도 사라진 시대가 왔다.
한 가지 일만으론 이 긴 시간을 살아내기 힘들다. 새로운 직업을 미리미리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다. 그래서일까 요즘 한국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 국민이 진로탐색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신기한 건 이런 모든 고민들이 깔때기처럼 장사라는 한 가지 답으로 모인다는 점이다. 아마도 장사 외엔 딱히 떠오르는 대안이 없어서겠지. 나만해도 지금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뭘 해야 할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미국에 있는 식당 수보다 한국의 식당 수가 훨씬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국은 은퇴 후에 자영업을 하는 것 말고는 별 대안이 없는 사회다. 우리는 대학입시와 취직이라는 한 가지 길로 내몰렸다가 또다시 자영업이라는 한 가지 길로 내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큰일이다. 전 국민이 장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대책이 필요하다. 혹시 윤식당은 전 국민이 장사를 할 경우를 대비해서 더 넓은 시장을 열어주고 싶었던 나영석 PD의 큰 그림이 아닐까. 답답해서 농담 한번 해봤다.
왜 한국인들은 늘 한 가지 길이 정답인 것처럼 우르르 몰려가는 것일까. 개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집단적이다. 한때 은퇴한 중년들이 모두 치킨집을 열었다는 우스갯소리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한국사회는 다양성이 결여된 정답 사회다.


100세 시대면 은퇴 후에도 30년에서 40년 정도의 시간이 있다는 얘기다.
물론 몸이 젊을 때 같진 않겠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혀 장인의 경지에 이르기에도 충분한 시간이 아닌가. 사진을 배워 사진작가가 될 수도 있고, 평소 즐겨 마시던 와인을 제대로 공부해 소믈리에가 될 수도 있고, 소설을 써서 소설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창업 아이템 고민 말고 이런 고민은 왜 들을 수 없는 걸까. 늙어서 그런 걸 어떻게 하냐고, 한국에서 그게 가능하냐고 묻고 싶어 진다면 우리는 이미 정답 사회에 완전히 적응한 셈이다. 그런 우리에게 남은 건 '치킨집'같은 제2, 제3의 아이템을 찾는 것뿐이다. 그렇게 우르르 몰려가 과도한 경쟁으로 아이템의 매력을 빠르게 소진하고 결국 공멸하고 말겠지. 난 그런 것을 너무 많이 봐왔다.
장사가 나쁜 게 아니고, 돈이 되는 아이템을 찾아다니는 것도 나쁜 게 아니다.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살기 편한 세상이니 돈 되는 일에 사람이 몰리는 걸 어찌 말릴 수 있을까. 단지 좀 더 다양한 방식의 삶과 밥벌이가 가능한 한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꼭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고, 무시당하지 않고, 비참하지 않는 세상. '헬조선'이 아닌 그런 한국을 꿈꿔본다. 윤식당은 그래서 판타지다. 한국에선 불가능할 것 같은 낭만과 여유가 있는 밥벌이라니.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작가 '사노 요코'는 암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았을 때 '아, 이제 돈을 안 벌어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안도했다고 한다. 다양성도 다양성이지만 밥벌이는 원래 지긋지긋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나는 앞으로 뭘 해서 먹고살지?
아, 지긋지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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