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는 누가 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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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를 할 때 가장 번거롭고 귀찮은 존재는 '자기소개서'다. 요즘 자기소개서는 취업은 물론 알바 자리를 구할 때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심지어 시험을 치르고 들어가는 공무원도 면접에서 자기소개서를 요구한다. 뭐, 그래. 요구하는 것까지는 참을 수 있다.
뽑는 입장에서도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 싶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그 분량을 보면 기가 막힌다.
적게는 300~500자에서 많게는 6,000자까지 필요하다.



<방대한 분량의 은행 자기소개서>


6,000자면 원고지 분량으로 30장가량으로, 워드로 작성해도 10포인트 기준 A4용지 6장은 써야 하는 양이다.
살면서 순수하게 자신의 이야기 만으로 A4용지 한 장 이상 써본 적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더욱이 문제는 회사마다 자기소개서 양식과 주제가 달라 Ctrl+c / Ctrl+v로 재탕할 수가 없다.


결국, 공채가 몰리는 시기에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취업준비생은 자기소개서 대필이나 어쩔 수 없이 복사/붙여넣기를 하게 된다.

자기소개서(자소서)를 회사가 볼까?
자소서를 과연 회사가 다 볼까? 웬만한 대기업 공채 경쟁률은 100:1을 훌쩍 넘어선다.
100명을 뽑는 자리에 10,000명이 지원한다는 소리다. 자연히 10,000개의 자소서가 날아들고, 6,000자 기준으로 할 때 60,000장의 A4 용지 분량이다.

원서 접수 마감 후 서류 합격 발표까지 보통 1~2주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2주를 기준으로 하면 실 근무일은 10일로 회사는 하루에 6,000장의 자소서를 읽어야 한다.
이 정도까지 계산이 선다면 영리한 취준생은 자소서에 들이는 노력을 줄이게 된다. 어차피 요식행위이니 기본만 맞추자는 생각에서다.



자소서는 실무자들이 본다
취업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회사를 하나의 유기체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면 삼성전자, 한화테크윈이면 한화테크윈이라는 거대한 조직과 취준생인 나와의 관계로 생각하는 것이다.
크게 보면 내가 그 회사에 들어가려 하는 거니 맞는 말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결정을 하는 이들은 모두 회사에 속한 개인이다.

쉽게 말하면 취업을 위해서는 회사에 속한 개개인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소서를 예로 들자면 자소서를 보는 사람은 첫 번째로 인사 담당 실무자다.
이 실무자들이 자소서를 1차로 추려서 그 윗사람에게 전달하고 그 윗사람이 한 번 더 추려서 면접자를 선정하는 식이다.
이는 서류 합격의 기회를 높이려면 가장 먼저 실무자의 눈에 들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자소서 평가는 실무에서 10분이면 끝난다. / 출처: 사람인>


실무자의 업무 방식을 알아야 서류 합격의 확률이 높아진다.
자소서를 쓰는 입장에서는 흠잡을 데 없는 훌륭한 글을 써야만 할 것 같은 부담을 느낀다.
그래야 다른 이와 비교해서 선택될 거란 생각에서다. 하지만 막상 인사 실무자가 되면 생각이 달라진다.
그 많은 서류에서 그런 작품을 골라내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자소서를 유시민이나 해리포터의 저자인 조앤 K 롤링이 썼더라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제한된 시간에 수많은 서류에서 좋은 글을 골라낼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안 좋은 글을 빼면 된다. 안 좋은 글을 고르는 것은 너무도 쉽다.
오타가 많거나, 회사 이름을 잘못 썼거나, 정해진 기준에 맞지 않거나, 모집 공고와 다른 직군을 언급하거나 하는 경우 모두 탈락으로 처리하면 된다.



누가 자소서를 그렇게 쓸 것 같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런 사람은 의외로 많다.
개인적으로는 삼성직무적성검사 답안지를 채점한 적이 있는데 자기 이름을 안 쓰거나, 수험번호를 마킹하지 않거나, 답을 빨간펜으로만 체크하고 사인펜으로 마킹하지 않은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이런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자소서는 엄청난 능력의 글쓰기 싸움 이전에 사소함을 챙기는 승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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