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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는 이 길이 정말 맞는 길일까?
시월의 첫 주, 제 하반기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예 좋지 않죠. 이 길은 나의 길이 아닌가 생각하며 우울해할 찰나에, 인턴기간 가장 친했던 형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이제 연수를 마치고 현업에 배치되어 정신없을 텐데도, 간단한 톡이라도 보내주는 것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또 거짓말처럼 그 날 저녁에 제가 제일 많이 챙겨줬던 동생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원체 먼저 연락하는 일이 없는 걸 알기에 그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그 덕인지 오랜만에 단톡 방은 이런저런 얘기로 즐거웠습니다. 합격한 친구들도 자소서를 쓰고 있다는 농담, 입사해도 힘들어 죽겠다는 하소연, 취업하지 말고 글을 쓰라는 응원까지. 요 근래 딱히 교류하는 사람도 없고, 말을 섞을 사람도 없던 차에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동기들에게 이렇게 말해주더군요.
"취업을 하건 안하건, 길이 하나는 아니잖아. 어떻게 가든지 결국 자기가 원하는 목적지를 가는 거니까. 여기 들어와서 보니까 정말 경험을 쌓으려고 들어온 친구도 있고, 일이 힘들어 죽겠는데 자존심 하나 지키려고 다니는 친구도 있더라. 이미 입사한 입장에서 주제넘은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많은 사람들 보면서 꼭 대기업만이 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취업을 하려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마음, 회사에서 멋있게 성공하고 싶은 마음 등, 정말 셀 수도 없이 많죠. 그러나 저는 이러한 이유들을 떠나서 취업이라는 것이 목적이 아니길 바라고, 저 또한 그래야 한다고 항상 다짐합니다. 취업이라는 것은 제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로 향하는 많은 선택지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면 앞으로 겪을 취업을 비롯한 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기회와 힘이 생기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목적지를 정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봐요. 그래야만 그 목적지로 향하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고, 최적의 길을 떠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꾸준히 이 취준의 시기가 단순히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시간이 아닌,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시간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인생의 큰 목적을 만들면 취업의 부담이 조금은 줄어들어요. 그 목적지가 20년, 30년이 걸려야 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에 당장 취업하는 것은 크게 영향을 주지 않으니까요. 물론 가장 빠르고 가장 편한 길이 큰 기업에 들어가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러나 조금 더 힘든 길을 간다는 것이 인생이 실패한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잖아요. 게다가 그 목적지는 살아가면서 수도 없이 많이 바뀔 수도 있어요. 혹시 모르죠. 지금 취미로 글을 쓰는 제가 언젠가는 전업 작가가 되어 있을 수도 있어요. 어쩌면 가죽공예 장인이 되어 있을 수도 있고요. 그러니 너무 한 길에만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길은 수도 없이 많고, 또 우리가 새로 길을 만들 수도 있어요.
길은 하나가 아니에요. 어느 길을 가든지 우리가 가고 싶은 길, 행복하게 걸어가면 그게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