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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사람은 취준생일까요?
지난 시월은 정말 바쁜 한 달이었습니다. 9월부터 12월까지는 하루 8시간, 주 5일 내내 코딩 수업이 잡혀 있어서 평일은 매우 바쁩니다. 또 화요일, 목요일은 저녁에 영어회화 스터디를 하고 있고, 토요일에는 소출력 라디오에서 방송을 하고 있죠. 그 외의 시간은 자기소개서를 쓰거나 면접 준비를 합니다. 그리곤 새벽의 잠을 조금 빼앗아 짬짬이 글을 쓰죠. 이렇다 보니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잠자는 시간 빼고는 거의 시간이 나질 않습니다. 특히나 지난 시월은 4주 내내 주말마다 서울을 다녀와서 일요일마저도 쉬질 못했습니다. 그나마 면접 시즌이 거진 끝이 난 지금에서야 조금 여유를 되찾았습니다.
이런 제 생활을 남이 보면 굉장히 열심히 사는 사람처럼 보일 겁니다. 그러나 원래 저는 그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은 아닙니다. 물론 과거에도 분수에 맞지 않게 일을 엄청 벌여놓고는 몇 달간 고생하기는 했었습니다. 그러나 평소의 저는 굉장히 게으르고 여유롭게 사는 사람입니다. 다만 이번 하반기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자기소개서만 쓰기가 아까워서 용감하게 코딩 수업을 신청했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코딩을 배우는 것에 불평을 하거나, 재미가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러나 하루 8시간을 주 5일 내내 열심히 하고 있어서 다른 것을 할 여력이 안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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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이 필요해!
습관적으로 일을 벌이는 저는 휴식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제 능력의 한계치만큼 일을 벌여 꾸역꾸역 해결하다 보니 반드시 충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주일 중에 하루는 절대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쉬어야만 그 한 주를 마무리했다고 생각하고, 또 스스로에게 그렇게 약속했습니다. 평일 내내 고생한 자신을 위한 선물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저는 주말이면 휴식을 취하기 위해 집 밖을 잘 나가지 않습니다.
11월의 첫 주말, 저는 드디어 쉬게 되었습니다. 쉼 없이 달려왔던 시월의 피로가 싹 가시도록 집에 콕 박혀 있으려 했습니다. 사실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집에 내려가서 한 밤 자고 오게 되었지만, 편하게 어머니가 해주신 뜨신 밥 먹으며 좋은 침대에서 자는 것도 제게는 휴식이었습니다. 마침 부모님은 일요일 아침 일찍 친구분들과 등산을 가신다고 하셔서 그 큰 집에 저 혼자 편하게 남게 되었죠.
오전부터 넓고 밝은 거실에 앉아 보지도 않는 티브이를 틀어 놓고는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푹 쉬며 그간 못 썼던 글이나 실컷 써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머리는 굳고, 손가락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글을 쓰는 것이 너무 불편했다고나 할까요. 계속해서 글을 쓰자고 스스로를 다그치는데, 몸은 거부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내가 지금 쉬는 것인가? 아니면 일을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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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싶다면서 정작 쉬지 못하는 나, 비정상인가요?
제게 휴식이라는 것은 곧 집 밖을 나가지 않고 집에 콕 박혀 있는 것이었습니다. 집 안에서 글을 쓰든 책을 읽든, 집 밖을 나가지만 않는다면 전부 휴식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휴식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꾸 글을 쓰라고 저를 몰아붙이는 것이 싫어지더군요. 결국 저는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다독이며 노트북을 닫았습니다.
바쁜 시기에, 바쁘게 살다 보니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다 보면 죄책감이 들고는 합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다그치며 뭐라도 하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주변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라고 이야기하곤 하죠. 정작 자신에게는 가만히 있지 말라고 하면서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제부터 휴식의 정의를 달리 내리기로 했습니다. 집 밖에 나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요. 침대 밖은 너무 위험하니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