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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취업준비생이요.


 며칠 전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취업시즌이 끝날 때마다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여행을 간다는 스스로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었습니다. 바다 건너 비행기를 타는 여행에 철없이 신나다가, 입국심사 서류를 받아 드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술술 써 내려가면서도 항상 펜을 멈추게 하는, 바로 직업란 때문이었습니다.



취업준비생은 직업란에 뭐라고 적어야 할까?


 영어로 취업준비생이라는 말은 어떻게든 만들어낼 수는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Job-Seeker”라고 표현할 테지요. 그러나 그 단어가 우리가 생각하는 "취업준비생"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혹시나 표현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다지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입국할 때 괜히 딴지를 걸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국 1분 남짓을 고민하다가 Student, 학생이라고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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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자신을 소개합니다. 그럴 때마다 대체로 이름과 나이를 묻고, 그다음에 따라오는 질문이 “어떤 일을 하세요?”입니다. 대학생 때는 편하게 “학생”이라고 말하면 됐었습니다. 사회는 대학생이라는 신분에게 참으로 많은 특권을 부여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전에 제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듯이, “취업준비생”이라고 이야기하면 대체로 분위기가 침울해지고 사람들은 저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가 주눅이 들어 더 이상 “취업준비생”이라고 말하기가 싫어졌습니다. 구태여 제가 처한 상황에 대해 변명하기도 싫고, 분위기가 나빠지는 것이 꼭 제 탓인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더군다나 혼자 여행을 떠나 동행을 만나 여행을 하는 저로서는, 여행을 가서 유독 이런 곤란한 일을 많이 겪었습니다. 여행지에서는 원래 서로의 나이도, 직업도 묻지 않는 것이 여행자들 사이의 암묵적인 예의였습니다. 서로의 배경을 걷어내고 사람 그 자체를 함께하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래서 더욱 여행을 좋아했나 싶습니다. 그러나 여행을 하다 보면 자연히마음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기 마련이었고,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고자 할 때면 어김없이 저의 신분이 제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저, 그냥 놀아요..! 하하...


 항상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러한 일이 켜켜이 쌓여갈수록 저는 더더욱 제 신분을 숨겼습니다. 사실 이것이 신분인지 직업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후배들을 만날 때도, 어른들을 만날 때도, 저는 취업준비생이라는 제 위치를 말하기가 싫었습니다. 결국 저는 그냥 노는 사람, 백수가 되어있었습니다. 취업준비생보다는 그 편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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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준비생이라, 정말 부럽다.
아침에 마음껏 늦잠도 잘 수 있고,
상사한테 깨질 일도 없고,
이렇게 여행 가고 싶을 때 자유롭게 여행도 가고.


 번듯한 직장을 가진 분이 제가 취업준비생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제게 건넨 말이었습니다. 중학생은 초등학생 부러워하고 고등학생은 중학생 부러워하듯이, 취준생은 대학생 부러워하고 직장인은 취준생 부러워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속 편한 소리일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미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취업준비생의 막막함과 두려움을 잊었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은 제가 가장 싫어하는 말입니다. 그분의 속 편한 말은 제게 약간 그런 의미로 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좋은 점들이 많으니 즐기며 살라는 말 같았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한 건,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 말이 기분 좋게 들렸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제가 취업준비생이라는 이유만으로 “괜찮아? 많이 힘들지.”라는 위로를 건네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도 눈물이 나질 않는데 “울지 마”라는 소리를 들으면 괜히 눈물이 나는 것처럼, 정작 나는 괜찮은데 “괜찮아?”라는 말을 들으면 괜히 힘들어지곤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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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것을 믿습니다. 모든 노동은 신성하고, 이 세상에 필요 없는 직업은 없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새벽처럼 나와서 거리를 깨끗하게 쓸어주시는 청소부 분들은 이 세상에 없어선 안 될 위대한 분들입니다.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생명을 연장해주는 의사 분들도 이 세상에 없어선 안 될 위대한 분들입니다. 두 직업 사이에서 위대함의 차이는 없습니다. 그러나 못난 사람들은 단순히 청소부를 얕잡아보고 의사를 우러러봅니다. 사람에 따라 받아들임의 기준이 다른 겁니다.



결국 나 또한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재단했던 것뿐이다.


 취업준비생이 직업은 아니지만, 어쩌면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취업준비생이라는 사실을 누군가가 들었을 때, 그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저는 규정지어지고 정의 내려졌습니다. 취업준비생을 안타깝게 보면 전 안타까운 사람이 되었고, 취업준비생을 부럽게 보면 저는 부러움을 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안타까운 사람이 되기 싫어서 대학생이라고 말했고, 부러움을 사는 사람이 되었을 때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제가 제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했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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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취업준비생입니다.
힘들기도 하고, 무섭고 막막하죠.
반대로 늦잠도 마구 자고, 여행도 자유롭게 다녀요.
저는 그런 "취업준비생"입니다.


 지금의 저는 취업준비생이라는 제 사회적 위치가 부끄럽지 않습니다. 제가 잘못해서 이러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아니, 설사 제가 부족해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타인에 의해 제 삶과 제 시간이 재단되어 지기는 싫어요. 제 인생이 행복할지 불행할지는 제가 정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다음 여행부터는 입국심사 서류에 “Job-Seeker”라고 적으려고 합니다. 입국심사대에서 왜 직업이 없냐고 물으면 대한민국은 직장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고 말하면 되죠. 그게 사실이니까요. 아 물론, 그때는 “Office Worker”라든지 “Businessman”이라고 적을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요. 모두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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