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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결과 발표가 채 하루도 남지 않은 지금, 나는 문득 생각을 해본다. 물론 이 글은 결과가 나온 뒤에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미래의 나를 위해서, 또 우리를 위해서 지금의 생각을 기록하고 싶을 뿐이다.

 두 달을 넘게, 아니 서류부터 보자면 무려 여섯 달을 오롯이 이 회사에 쏟아부었다. 나를 스스로 돌아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 잘 하는 것들을 '왜'라는 물음과 함께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담았다. 내가 왜 이 회사에 필요한 사람인가를 말하기보다는,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를 피력했다. 그래서 내가 뭘 했는지보다는 뭘 배워왔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렇게 어려운 단계들을 하나 둘 통과하며 결국 인턴이 되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랬다. 우리 모두가.

 인턴이 되고부터는 더욱더 힘들었다. 밥도 편히 먹지를 못했다. 언제 어디서나 나를 지켜보는 시선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술자리에서도 맘 편히 앉아 있지 못했고, 행여나 속을 게워낸 것을 들킬까 조마조마했다. 또 과제는 정말 어려웠다. 시간이 촉박하고 생각대로 되지도 않아서 며칠 밤을 고생을 했고, 주말 따위는 가질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동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같이 힘들고, 같이 어렵고, 같은 입사의 꿈을 꾸는 동기들이 있어 하루하루를 이겨낼 수 있었다. 실수도, 부족함도 서로 위로해주고 응원하며, 우리는 무사히 인턴을 마칠 수 있었다. 혼자라면 결코 해낼 수 없었을 그 힘든 시간들을 버티게 해 준 동기들이 정말 고맙고 소중했다. 그리고 나는, 우리는 결국 마지막 문 앞에 섰다.

 이제 이 문을 열면 모두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 방향이 어디로 향해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모두가 같은 방향일 수도 있고, 어쩌면 누군가는, 혹은 나는 다른 길로 들어설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두려운 것은 그렇게 긴 기간을 함께 해온 내 동기들도 이 순간만큼은, 이 문 앞에서만큼은 서로의 손을 잡아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각자 문 앞에 서서 동기들이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아야 한다. 그리고 눈 앞에 놓인 문을 홀로 들어가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너무 두렵다. 너무 외롭다. 너무 겁이 난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문을 열면 그 뒤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 결과가 결코 우리의 능력으로부터 결정된 것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이미 수 천명 중에서 선발된 뛰어난 사람들이고, 그런 것을 떠나서라도 우리는 정말 소중하고 특별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들이다. 우리는 세상 어디를 가든지 무슨 일을 하든지 잘 할 사람들이다. 만일 바라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지 서로 맞지 않아서 그런 것일 뿐이다. 우린 아직 젊고 어리기에 더 잘 맞는 곳으로 가라는 신의 계시일 것이다. 우리는 절대로! 부족한 사람이 아니다. 이것은 절대로! 실패가 아니다. 단지, 다른 기회를 주시는 것뿐이다. 다른 길을 가는 것뿐이다. 

 그리고.. 우리가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다고 해도, 잃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지 말고 남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것이다. 두 달간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행복했고, 그 사람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고,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관계가 언제나 영원할 수 없듯이, 우리의 인생에서 우리들 또한 언젠가는 헤어질 것이었지만, 단지 그것이 예상보다 빨리 다가왔을 뿐이고,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완전한 끝은 아니라고. 이 헤어짐이 다시 또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질 것이고, 헤어짐을 겪기 때문에 얼마나 사람이 소중한지 다시 깨닫게 되었다고.

 그러니 명심하자. 긴 시간 동안 정말 수고 많았고, 우리는 이미 특별한 존재들이고,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다음에도, 또 다음에도.

 

 

옛날 글입니다, 사실

 위 글은 지난여름, 인턴을 마치고 본 최종 면접의 결과를 앞두고 쓴 글입니다. 많이 두려웠나 봅니다.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글로 안간힘을 썼습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좋은 결과를 받아 들지 못했고, 괜찮다고 외치던 글은 전부 찢겼습니다. 상처받지 않으려 열심히 쓴 글이 무색하게도, 저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저는 정말 약한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많이 약합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도 그 약한 부분을 감추지 않고 겉으로 드러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조금 더 굳건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을 위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결국 저를 위한 글입니다. 그래서 저 글을 옮겨다 적은 이유도, 결국에는 제 자신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서입니다. 사실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어느덧 11월이 끝나가고 있고, 하반기 취업시즌의 최종 성적표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벌써 주변에는 취업이 확정된 친구들도 있고, 좋지 않은 결과에 따라 내년 상반기를 미리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결과야 어떻든 간에 모두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하나의 결과가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위의 글을 쓰며 느꼈던 시간과 감정을 똑같이 느끼고 있습니다. 바로 내일 오후에 그 마지막 결과가 발표되기 때문입니다. 계속해서 스스로를 토닥입니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좋은 결과가 있다면 당연히 이럴 필요가 없겠지만, 언제나 인간은 좋지 않은 상황을 걱정합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제 자신입니다. 지난여름의 큰 좌절과 더불어 이번 하반기에도 참 많은 힘든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그 끝에서 결국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한다면, 아무리 정신력이 굳건한 저라도 버틸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썼던 글들을 다시 보며, 그 글을 쓴 사람이라는 것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기 위해서, 결국에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솔직히 지금 많이 떨리고 두렵습니다. 그렇기에 감히 여러분을 위로하고 응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 글은 저와 여러분에게 무언가를 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저를 위해서 쓴 글이지만, 비공개인 인스타에만 올려져 있던 글이지만, 감히 이렇게 공개적으로 발행을 해봅니다. 제게도, 여러분들에게도, 부디 마법 같은 일들이 벌어지길 바랍니다.

 

 

 글은 계속될 것입니다. 이런 개인적인 글은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언제 지울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다음 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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