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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버스를 타고 가다 우연히 티브이를 보게 되었습니다. 제2의 인생을 사시는 어르신들만 나오는 그 프로그램에서, 한 어르신이 매년 철인 3종 경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이긴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단순히 어른에 대한 거부감이었는지, 그 말에 대한 거부감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굉장히 불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꼭 그렇게 자신을 이겨야 할까요?
삶을 살아오면서 수도 없이 많이 들었을 겁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야 한다는 것을 말이죠. 자기 자신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이 누구를 이기겠냐고 다그치곤 했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육신과 정신을 따로 분리하여 정신을 통해 육신을 지배하겠다는 것을 의미하거나, 또는 굳이 그 두 개를 분리하지 않고서 자기 자신을 타자화하여 나약하고 게으른 존재로 만든 뒤 그 한계치를 극한으로 끌어올리게 하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은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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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주변에는 경쟁뿐인 세상에서
그러나 이미 우리는 사회에 의해, 제도권에 의해, 삶의 구석지에 몰린 채 극한의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자신이 자신을 일부러 한계까지 몰아넣지 않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힘든 시대를 겪고 있다고 봐요. 역사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세대이지만, 마찬가지로 역사적으로 가장 먹고살기 힘든 세대잖아요.
물론 자기 자신을 무조건적으로 위로만 하고 달래주기만 하라는 것은 아니에요. 자신이 너무 나약하고 게으르다고 느껴질 때는 자신을 다그치기도 해야 하는 것은 맞죠. 그러나 적어도 제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서 저와 같이 살고 있는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고, 이미 충분히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그 이상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아도 될 만큼요.
티브이에 나오는 어르신의 생각을 존중해요. 살아온 삶이 다르고 시대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니까요. 그러나 제 또래의 친구들이 그런 말을 한다면 저는 한마디 건네고 싶습니다. 자기 자신을 이기려 하지 말고, 자기 자신과 함께 이기는 건 어떠냐고. 수도 없이 남들과 싸우고 경쟁하며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에요. 적어도 저만큼은 이 끝없는 경쟁의 삶 속에서 제 자신마저 경쟁자로 두기는 싫습니다. 앞으로 평생을, 적어도 60년을 함께 살아가야 할 소중한 존재잖아요. 함께 위로하고 응원하며 힘든 길을 걸어갈 평생의 동반자이고 싶어요. 그래야만 나 자신이 힘들고 어려워도 무너지지 않고 잘 나아갈 것 같거든요. 자신과의 싸움, 저는 사양하겠습니다. 싸움은 제 자신이 아닌 이 세상과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