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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서 (특히 학생에게) 자전거는 필수 교통수단이다. 다른 대중교통 수단도 있지만 대부분의 도시가 작고 자전거 인프라가 정말 잘 정비되어있어 비싼 대중교통 요금을 낼 필요가 없다. 

 

내가 교환학생으로 이곳 Maastricht에 도착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중고 자전거를 사는 거였다. 60유로 (7만원 정도)를 주고 샀다. 자전거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나의 편리한 이동수단이 되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참 마음에 든다. 매일 사람들 사이에 낑겨 학교에 가야했던 서울을 생각하면 훨씬 행복하다.

 

네덜란드는 ‘자전거의 나라’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정말 자전거를 많이 탄다. 통계에 따르면 2011년 기준 네덜란드의 1인당 자전거 개수는 1.1개다. 말 그대로 사람보다 자전거가 더 많다. 전체 교통량의 26%를 자전거가 차지한다니 얼마나 자전거가 생활 깊숙이 스며있는지 알 수 있다. 참고로 한국의 자전거 교통량 분담률은 2006년 정부조사 기준 3%다. (출처: 대한민국 외교부) 

 

네덜란드 친구들한테 언제부터 자전거 탔냐고 물어보면 기억도 안난다고 한다. 거의 5-6살 때부터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도시들을 둘러보면 가게든 광장이든 자전거가 가득 주차되어있다. 특히 암스테르담이나 로테르담, 유터레흐트 등 대도시 기차역 앞에 주차된 자전거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네덜란드는 왜 자전거의 나라일까?

네덜란드에서는 자전거가 무척 안전하다.

 

자전거가 안전한 이유 첫번째는 교통 문화다. 이건 개인적인 경험인데, 자전거를 타면서 위협을 느낀적이 거의 없다. 모든 차들이 자전거한테 먼저 양보를 해준다. 교차로까지 거리가 상당히 남았는데도 차들이 내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어서 오히려 내가 속력을 내서 빨리 지나간 경우가 정말 한두번이 아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자전거 활성화를 위해 네덜란드 교통법에서는 자전거가 항상 자동차보다 우선권을 가지도록 해놓았다고 한다. 

 

두번째는 자전거 전용 길이다. 정말 거짓말 안하고 거의 모든 도로에 자전거 길이 나있다. 그것도 단순히 페인트로 표시만 해놓는 것이 아니라 아예 자동차 도로와 분리된 길이다. 심지어 고속도로에도 모두 자전거 길이 깔려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어느 도시든 갈 수 있다. 자전거를 위한 인터체인지와 터널이 따로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항상 자동차 도로 한쪽 구석에서 달리면서 자동차가 뒤에서 따라오지 않나 항상 노심초사하면서 타야했다. 여기서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거의 자동차 도로와 면적이 같은 넓은 자전거 길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교통문화와 자전거 인프라는 짐작컨대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네덜란드는 어떻게 자전거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었을까? 

 

그냥 이루어지는 건 없다

네덜란드가 자전거 활성화를 추진하게 된 것은 1970년대 초라고 한다. 50-60년대에 자동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주요 이동수단이 되었다. 이렇게 자동차가 늘어나자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네덜란드 시민들은 자동차 교통사고, 특히 아동 교통사고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여기에 1973년 오일 쇼크로 석유 의존의 위험성이 드러나자 네덜란드 정부는 본격적으로 자전거 활성화 정책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1970년대 암스테르담에서 자전거 활성화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도로를 자전거르 가득 채우고 시위하고 있다. (출처 : pps.org)

이 사진 한장이 나에게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유럽에 왔을 때 쾌적한 도시환경을 보고 ‘와 좋다’라고만 생각했지 그 뒤에 어떤 노력이 있는지는 보지 못했다. ‘선진국이니까 그렇겠지.’, ‘더치(네덜란드인)들은 원래 자전거를 엄청 좋아하나보다.’ 라고 넘겨버렸었다. 하지만 이 사진은 나에게 역시 공짜로 이루어지는 발전은 없구나라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자전거 중심 라이프 스타일이 큰 정치적 결정들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이것도 수많은 사람들의 긴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다. 진정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변화를 만들기 위한 행동이 축적되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의 나라 네덜란드의 핵심은 편리한 자전거 인프라보다도 이 사진 한장이 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자전거 활성화 정책을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이 하면 잘 될까? 이미 외교부에서 자료까지 만들어서 배포하셨으니, 그런 시도가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어떤 대통령이 전국에 자전거 길을 놓겠다며 난리를 치고 나서 애물단지가 된 사례를 보면 변화는 인프라를 깐다고 되는 일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자전거가 긍정적인 역할을 하려면 단순히 레저용으로 쓰이는 게 아니라 도시에서의 교통 분담률이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자전거를 일상에서 타고 다니려면 도시가 작아야 한다. 네덜란드의 도시는 대부분 인구 50만 이하의 작은 도시들이다. 전 국토에 걸쳐 중소도시들이 잘 분산되어있다. 그러다보니 생활권이 한국보다 훨씬 작고, 자전거를 타도 무리없이 생활할 수 있는 것이다. 출근하는 데 자전거타고 1시간을 가야한다면, 누구라도 자동차를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수도권에 모든 것이 밀집되어있고 전국민의 생활권이 자동차 거리에 맞춰져 있는 나라에서 자전거가 활성화되는 건 우리나라 교통 인프라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 힘들 것 같다.

 

아무튼 마스트리흐트의 자전거 환경이 내 삶의 질을 높여준 건 분명한 사실이다. 서울에 있을 때 갑갑한 지하철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자전거 등교는 천국이다. 한국 가면 분명히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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