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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되다

MCSA를 마치고 군대에 입대했다. 처음 1년간은 훈련으로 육체가 지치고 군 생활 적응하느라 진로 생각은 해보지도 못하고 훌쩍 가버렸다. 

 

그러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보게 되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그 영화를 보고난 나의 반응은 ‘멋진데?’였다. 노트북 놓고 아파트에서 5명이 모여 회사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의 모습, 그리고 페이스북이 엄청난 고속 성장을 하며 세계를 놀라게 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 때 당시 유행하던 <미생> 에 나오는 기업과는 완전히 달랐다. <미생>을 보면서 앞으로 저런 곳에서 일해야 하나하고 한숨만 푹푹 나왔는데, 저런 스타트업이라면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물론 영화는 실제를 미화한 측면이 있고, 나도 스타트업에 대해 잘 모른채로 ‘멋지다’라는 나이브한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 전기’를 읽었다. 나뿐만 아니라 분명히 전세계 많은 사람에게 자극을 준 책이다. 일론 머스크는 인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를 꿈꾸면서 모두가 불가능할거라고 말했던 전기자동차, 우주선 산업에 뛰어들어 혁신적인 기업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그는 단순히 이윤 추구가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바꾸겠다는 미션이 기업가의 모티베이션이 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주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솔라시티는 소셜 미션을 중심에 두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기업의 실제 예시였다. 물론 책은 일론 머스크의 성공 뒤에는 무수한 실패, 죽을만큼 불안한 시간들도 있었음을 보여준다. 어쨌건 간에 이 두 인물은 정말 멋있었고 나를 스타트업 월드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에 스타트업 열풍이 불기 시작할 때라 인터넷에서 각종 정보를 얻는 게 쉬웠다. 열심히 IT 뉴스를 읽고 스타트업과 관련된 책들을 뒤지며 군 생활을 보냈다. 내가 스타트업에 맞는 인간인가? 스타트업에서 일하려면 어떤 전문성을 가져야 할까? 스타트업이 내가 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사회적 기업’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가? 등등의 고민을 하면서 말이다. 

 

스타트업 월드에 발을 들여놓다

그러다가 말년 병장 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MCSA 때 같이 활동했던 선배의 전화였다. 자신이 다니던 대기업을 퇴사하고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됐는데 혹시 시간이 되면 와서 인턴으로 일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마침 관심도 있었고 뭐든지 직접 경험해보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는 생각에 흔쾌히 지원했다.

 

그렇게 fount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 때 fount는 시작한지 반년도 되지 않은 정말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었다. 상근 직원 수가 4명이었다. 그 선배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이렇게 말했다. “회사가 잘 되든 못 되든 엄청난 대격변을 보게 될 거야.” 정말 맞는 말이었다. 회사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내가 fount를 나올 때 4명이었던 직원 수는 20명 가까이 늘어났다. 초기 멤버의 이탈, 팀 변경, 회사 내 갈등부터 첫 프로젝트 수주, 투자 유치같은 성과까지 많은 일들을 겪었다.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인지라 나는 정말 다양한 일을 했다. 처음에는 전략 기획 업무를 했고, 틈틈이 사업소개서도 만드는가 하면, 영업 미팅에 따라가기도 하고, 난생 처음 웹 서비스 기획을 해보기도 했다. 깊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분야의 실무를 경험했다.

 

fount에서 배운 것

첫번째, 스타트업은 나에게 잘 맞는 직장이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좋아한다. 누가 시켜서 일을 하거나 한정된 업무를 할 때는 의욕이 잘 안생긴다. 주로 내가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고, 그런 일을 할 때 행복하다. 적당히 내가 직접 문제를 발견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즐긴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중요하고 가치있다고 느껴질 때 일하는 게 즐겁다. 

 

스타트업은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들에게 잘 맞는 것 같다. 적어도 나는 fount에서 일을 할 때 재미있었다. fount는 작은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에 업무 체계나 프로세스가 당연히 부족했다. 그래서 일을 할 때 중간중간 붕 뜨는 경우가 많았다. 그 때 그 때 무슨 일을 해야하는 지에 대한 가이드도 없었고 나에게 일을 시키는 관리자도 없었다. 게다가 변화의 연속이었다. 하루만에 사업 방향이 바뀌기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정해진 업무만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게 싫지 않았다. 내가 일을 찾아서 할 때 신이 나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떻게든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찾아내서 했다. 원래 하기로 했던 일이 아니었지만 제안서 쓰는 일도 했고, 심지어 손이 부족할 땐 알고리즘 짜는 일도 도왔다. fount 일을 마칠 때 대표님은 내가 일을 자기주도적으로 만들어내서 진행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스타트업에서는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요즘 누가 안 그렇겠냐마는 스타트업에서는 특히 빠른 학습 능력이 무척 중요하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비싼 연봉을 주고 경력자를 데려오기도 어렵고 신입을 데려다가 하나하나 가르칠 만큼 여유롭지도 않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베스트는 빨리 배울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최대한 투자해 단기간에 성장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직원의 학습 및 자기계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나는 새로운 분야에 대해 배우는 걸 아주 좋아하고 나름 빠르게 지식을 습득하는 편이다. fount에서 했던 투자 공부를 예로 들 수 있겠다. fount는 금융 서비스 기업이었다. 그래서 금융과 투자에 대한 지식이 중요했다. 처음에 내가 직접적으로 금융 지식이 필요한 일을 하지는 않았지만, 흥미가 생겼고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문제는 내가 금융의 ‘금’자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경제학과 나와도 금융, 투자에 대해 모르는 사람 수두룩하다.) 

 

그래서 따로 공부를 시작했다. 마침 관련된 ‘투자자산운용사’라는 자격증이 있는 걸 알고 그걸 목표 삼아 공부해서 1달 반 만에 따냈다. 뿐만 아니라 포트폴리오 관련 이론을 따로 공부하기도 했다. 중요한 점은 그렇게 공부를 한 이유가 해야되기 때문이 아니라(물론 필요는 있었지만)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게 즐거웠기 때문이라는 거다. 

 

fount에서 초기 웹 서비스 기획하는 일을 했다. 정말 서비스 기획이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다. 하지만 좌충우돌해가면서 어떻게 만들었는데, 내가 기획한 아이디어들이 웹상에서 구현되었을 때, 내가 설계한 대시보드가 눈앞에서 실행되었을 때의 강렬한 쾌감을 느꼈다. 솔직히 엄청나게 수준 높은 서비스도 아니었고, 무척 허술한 첫 버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아이디어가 실제로 돌아가고 사람들이 그걸 이용하는 걸 볼 때의 짜릿함은 스타트업에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해주었다. 

사실 대기업에 들어가게 되면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의 영향력은 더 클 것이다. 하지만 그걸 만들어내는 과정은 세분되어있고 모두가 분업을 해서 작은 파트를 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무언가를 해냈다는 ‘보람’이 느껴지기 어렵다. 상대적으로 기여한 몫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소수의 팀이 전체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인턴의 작은 아이디어도 적용되는 일이 흔하다. 그래서 구현된 제품/서비스를 봤을 때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두번째, 스타트업에게는 다른 식의 방법론이 필요하다.

전략적 사고는 스타트업에서 생각보다 효용이 별로 없었다. 투자 유치하고 영업 자료 만들 때는 도움이 되었지만, 실제 서비스를 개발하고 시장을 창출해내는 핵심 업무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전략적 사고, 즉 컨설팅식 방법론은 어느 정도의 예측가능성을 전제하고 있다. 데이터를 논리적으로 연결해서 가능한 시나리오를 찾아내고, 그 중에서 어떤 것을 택해야 할 것인지 판단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항상 엄청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데이터도 없다. 없던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논리적으로 딱딱 맞아들어가는 전략을 세우기란 불가능하다. 

 

fount에서 일한 막바지에 신사업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새로운 B2C 서비스의 방향을 고민하는 주제였다.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방금 말했던 갭을 뼈저리게 느꼈다. 전략 기획에서 핵심적 주제는 산업 분석, 경쟁자 분석, 자사 분석이다. 전체 시장의 트렌드나 변화를 파악하고, 경쟁자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리고 자사 역량은 무엇인지 파악해서 신사업 도출을 하는 프로세스다. 근데 fount는 ‘로보 어드바이저’ 스타트업으로 시장 자체가 아직 한국에 존재하지도 않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경쟁자도 다들 작은 스타트업이라 모두 초기 단계였고 아무 데이터도 없었다. 자사 역량? 말을 마시라. 아무튼 이런 방법론의 문제 때문에 상당히 힘들었고, 실무자와의 방향 조절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경험은 문제해결 방법론에 정답이란 없으며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적용해야한다는 가르침을 주었다. 그리고 스타트업에 적합한 문제해결 방식은 무엇인가라는 숙제를 남겨주었다. 그리고 나중에 린 스타트업과 UX디자인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세번째, 전문성이 필요하다.

fount에서 인턴을 하면서 거의 ‘잡부’로 일했지만, 확실히 회사에 가치를 더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심각하게 느꼈다. 기업은 의지와 노력을 중시하는 동아리와 달리,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자기가 맡은 몫을 제대로 해냄으로써 돌아가는 프로들의 집단이었다. 

 

예전에 연구소 인턴을 할 때 소장님은 늘 모든 사람에게는 ‘킬러 컨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시곤 했다. ‘자신만의 컨텐츠가 있어야, 대체불가능한 노동력이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부품’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고 말이다.

 

나의 ‘킬러 컨텐츠’는 무엇일까? 사실 오래전부터 해왔던 질문이다. 대한민국 20대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하는 주제다. 나의 문제는 하고 싶은 게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였다. 나는 제너럴리스트 기질이 강하다.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걸 좋아한다. 그 말은 아직 깊이 파본 분야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금으로서는 기획 업무가 가장 좋고 더 배워볼 생각이다. 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다른 분야들도 관심이 많다. 너 뭐할건데? 했을 때 한 문장으로 딱 떨어지는 결론이 없다는 것 때문에 가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렇지만 뒤를 돌아보면, 분명히 처음의 막연한 생각으로부터 훨씬 구체화되었다. 그 과정이 바로 이 글이기도 하다.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같은 막연한 생각이 좌충우돌의 시간을 겪으며 단단한 실체로 변해가고 있다. 그래서 조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으려 한다. 조금씩 다듬고 채워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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