Χ

추천 검색어

최근 검색어

좋아하는 일을 찾는 방법 - 준비에 집착하지 말 것. 나에 대해 글을 쓸 것.


오늘 친구 S와 점심을 먹었다. 내 학과 동기인 S는 지난 2년 동안 고시생이었다. 이번 여름을 마지막으로 공부를 접었다. 그래서 일단 복학을 했는데, 이제 뭘 해야 할지가 막막한 것 같다. 이런저런 고민은 하지만, 현재로서는 학교를 열심히 다니는 것 외에 특별한 어떤 것을 하고 있지는 않다. 새로운 목표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진로 고민이 많겠구나 싶었다. 

 

S에게 뭘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잘 모르겠다”라고 한다. 

“이것저것 관심은 있는데… 이거다 싶은 것은 없어. 어떡하지? 당장 졸업도 얼마 안 남았는데….” 

 

사실 이건 대한민국 대학생들의 고민 1순위다. S처럼 고시를 하다 그만둔 상황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수많은 대학생들이 ‘내가 하고 싶은 게 뭘까?’를 고민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잘못도 아니다. 일단 중고등학교에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별로 물어보지도 않는다.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일단 ‘대학부터 가서 생각해’라는 소리를 듣기 일쑤다. 그런데 막상 대학에 오면 ‘하고 싶은 것’이 짜잔하고 생길 줄 알았는데, 여전히 아리송하기만 한 경우가 태반이다.

 

S의 말을 듣자, 뭔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 나도 여전히 답을 고민하고 찾아가는 학생의 한 명일뿐이어서 조언이라고 하기엔 부끄럽다. 하지만 내 나름대로 ‘어떻게 좋아하는 일을 찾을 것인가’에 대해서 많이 고민해온 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2가지를 말해주었다.

 

첫 번째, 준비에 집착하지 말고 탐색부터 할 것.

대부분의 대학생은 다음과 같은 단계를 통해 진로를 ‘준비’한다.

1) 분명한 목표 직업 설정 

2) 목표 직업에 필요한 것들(스펙) 목록 작성 

3) 리스트를 하나하나 채워가는 ‘취업준비’ 

 

이런 과정을 거치면 누구라도 나는 이게 부족하고, 저게 부족하고 하는 생각만 많이 하게 된다. 이거 준비해야 한다 저거 준비해야 한다는 주변의 충고도 계속 들려온다. 불안한 마음에 준비부터 시작한다. 정확한 목표는 없지만 일단 토익 점수나 학점을 챙겨놓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들이 다 그렇게 하기 시작하면, (정확히 뭐에 써먹을지는 모르겠지만) 영어 점수나 학점이나 대외 활동을 꼭 챙겨서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것들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서 먼저 해야 할 것은 준비가 아니라 탐색이다.

우리는 준비를 너무 많이 한다. 하고 싶은 게 확실하지 않다면, 일단 해보자. 그걸 하기 위한 준비에 집착하지 말자. 왜냐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는 해보기 전까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목표에 대해서 확신도 없이 준비부터 시작하는 것은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지름길이다. 

 

삼성전자를 가겠다는 강력한 목표를 가지고 착실하게 준비한 사람도 막상 가보면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를 고민한다. 그런 사례를 정말 많이 봤다. 완벽한 직장은 없다. 하는 일의 성격과 문화에 따라 장단점이 모두 다르다. 

 

물론 나는 ‘이것밖에 없어’라는 확신이 있고 그 목표를 성취한 뒤에 만족하면 가장 좋다. 하지만 심지어 그렇게 확신을 하고 자기 일을 찾아간 사람들도 막상 가보면 혼란스러워한다. 심지어 ‘난 이런 것도 좋아하긴 하고, 저런 것도 해보고 싶긴 한데… 잘은 모르겠어.’ 같은 상태의 사람들은 어떤 목표를 설정한다고 해서 그것이 정말 자신과 맞을 확률은 아주 낮다고 할 수 있다. 

 

생각보다 학생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직과 업에 대해서 잘 모르고, 심지어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이렇게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단 빨리빨리 가야 한다는 조급함에 떠밀려 준비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막상 열심히 준비를 해서 가면 거기에 쓴 시간과 비용 때문에 나와 맞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그만 두지를 못한다. 

 

이렇게 비유해보자. 내가 땅을 파서 금맥을 찾으려고 한다. 그런데 금맥이 있는지 없는지는 파봐야 한다. 그렇다면 ‘여기 금맥이 있을 것 같다’, ‘남들이 여기에 금맥이 있다고 했다’는 정보만을 믿고 금맥이 나올 때를 대비하여 준비를 철저히 하기보다는, 일단 있을만한 곳을 이곳저곳 헤집어 봐야 하는 것 아닐까? 그래서 나는 ‘준비’가 아니라 ‘탐색’을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탐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Try and Error다. 직접 경험을 해보고 깨닫는 것이 가장 좋다. 많이 시도하고 많이 실패하자. 내 경험으로는 그게 자신을 알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시도를 많이 해야 한다. 우리는 시간이 별로 없다.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할 때쯤이면 보통 3~4학년이니까 해봤자 2년이다. 그럼 일일이 준비를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이게 하고 싶은 일이라는 한 60% 정도의 확신만 있다면, 일단 해보자. 학교에서 간접적으로 듣는 얘기나 취업 준비 카페에 올라오는 글을 읽는 것보다 직접 해보는 것이 열 배는 낫다. 나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기 전에 스타트업과 관련된 많은 책, 인터뷰 기사, 심지어 일해본 사람의 경험담까지도 읽었지만, 실제로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배운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시도를 해보면 ‘방향’에 대해서 아주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나는 1학년 때 NGO에서 인턴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한심할 정도로 일을 못 했다. 그때 만든 자료는 보기도 부끄럽다. 그냥 열정만 있었다. 그리고 NGO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구나’ 느끼지도 못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결코 성공한 경험은 아니었다. 하지만 탐색의 관점에서 보면, 그건 대성공이었다. 책으로만 보던 사회적 기업을 실제로 보았고, 어떤 한계점들이 있는지도 느꼈고, 내가 어떤 점이 부족한지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뒤돌아봐도 정말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그 경험은 내가 걸어온 길에 큰 영향을 끼쳤다.

 

물론 시도부터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실패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 분야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데, 가서 못하면 어떻게 하지? 그래도 무슨 준비를 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내 생각에 이런 생각은 유명 대학에 다니는 학생일수록 강하다. 실패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친구들은 항상 자신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켜온 사람들이다. 정해진 레일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무의식적인 충동이 있다. 나도 마찬가지고,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실패를 하지 않고 계획과 준비를 통해 도달한 결과라고 해서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보장이 없다면, 과감하게 시도의 횟수를 늘려야 한다. 시도가 실패하는 건 사실 좋은 일이다. 왜냐하면, 인생에서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기 때문이다. 내가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다가 느리게 갈 수도 있지만, 가는 방향이 맞지 않는다면 아무리 빨리 가도 소용은 없다. 

 

어떤 진로는 미리부터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지름길을 놓칠 수도 있다. 의사가 되고 싶으면 반드시 의대에 가야 하고, 초등학교 교사가 되고 싶으면 교대에 가야 한다. 그런데 이것저것 탐색하다 이미 20대 후반이 되어버렸다면 다시 대학에 들어가는 건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전문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직업의 수는 너무나 적다. 이른바 자신의 일을 자신이 만드는 시대고 단순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문직 말고도 수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다.

 

그래도 기업은 준비된 인재를 바라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기에 기업도 ‘우리 회사를 위해 10년 전부터 준비해온 인재’를 바라지 않는다. (이건 기업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채용담당자들은 마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그 직무에 지원하기 위해 인생을 살아온 것처럼 이야기하는 수천 장의 서류를 본다. 일관성은 부족해도, ‘탐색’을 통해 얻는다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확신, 그리고 그 스토리를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 수천 장의 서류 중에서 나를 차별화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스펙만 준비된 사람에게는 전혀 뒤지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탐색한다는 건 꼭 거창한 것만은 아니다. 대외활동이 될 수도 있고, 동아리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친구들과 만든 소모임이 될 수도 있다. 나의 관심사와 관련된 걸 작게라도 시도해보자.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흔히 어른들이 얘기하듯이, 대학 시절은 실패가 허용되는 유일한 시간이 아닌가?

 

준비하지 말고 탐색하자.

 

 

두 번째, 나에 대한 글을 쓸 것.

동일한 것을 상대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그것으로부터 한 두 가지 정도의 것밖에 이끌어내지 못한다. 그것은 보통 능력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사실 사람은 대상물에서 무엇인가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물에 의해 촉발된 자신 안의 무언가를 스스로 찾아내고 이끌어내는 것이다. 

결국 풍요로운 대상물을 찾을 것이 아니라 자신을 풍요롭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만이 자신의 능력을 높이는 최고의 방법이요, 인생을 풍요롭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즐거운 지식>, 니체

 

니체의 말처럼, 다양한 시도를 통해 경험들을 많이 한 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경험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에 의해 촉발된 내 안의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는 나의 행동과 생각을 유심히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글쓰기만 한 게 없다.

 

글을 쓰면 내가 했던 시도와 경험들로부터 배움을 뽑아낼 수 있다. 보통 그 일을 하는 중에는 이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일에서 잠시 떨어져 여유가 생겼을 때 큰 그림을 볼 수 있다. 내가 이런 행동과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되돌아보고, 나의 내면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것을 좋아하며 어떤 일과 잘 맞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다. 내 경우에는 글을 쓰면서 그런 생각들이 많이 정리되었다.

 

글을 썼을 때 장점은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지 않는가. 경험을 통해 얻은 생각의 구슬들은 무의식 중에 파편적으로 존재한다. 생각의 파편들은 머릿속을 계속 떠다니고, 가끔 관련된 일이 있을 때만 떠오른다. 

 

그런데 그 생각들을 엮어서 글을 쓰려고 노력하다 보면,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모두 꺼내놓고 연관성을 찾게 된다. 이 생각들로 조각보를 만드는 것처럼 사이사이를 요리조리 꿰어서 하나의 보배로 만들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경험들 사이의 연결성과 비어있는 연결고리들을 보게 된다. 그러면 내가 가지고 있던 무의식적인 생각들, 나를 움직이는 동기, 내가 그렇게 행동했던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그 빈 부분을 채워나간다. 글쓰기란 자신의 완성된 생각을 글로 옮기는 일이 아니라, 쓰면서 생각하는 것이다.

 

글쓰기만이 나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겠지만, 나는 글쓰기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글을 쓰다 보면 처음에는 미처 생각지도 않았던 문장들과 주장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하는 경우다. 어떤 경험을 하고 한참이 지나서 글을 쓰면서 이유를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때마다 나는 ‘나는 생각보다 나에 대해 모른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곤 한다. ‘내가 몰랐던 나’에 대해서 알아가는 기쁨은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금부터라도 내가 겪었던 경험, 생각, 성향, 관계, 일, 배움에 대한 글을 써보자. 물론 글쓰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다.

 

글을 공개적인 곳에 글을 쓰면 효과가 배가 된다. 글을 잘 쓰기 위한 3대 요소는 독자, 마감, 원고료라고 한다. 내 글에 독자를 만들어보자. 사실 나에 대한 깊고 사적인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나도 오랜 시간 동안 일기의 형식으로 이런저런 글을 써왔지만, 공개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공개적으로 내 생각에 대해서 드러내는 글을 쓴다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서만 읽는 글을 쓰다 보니 동기부여도 떨어지고 글이 한 단락 이상의 짜임새를 갖춘 글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다르다. 독자를 상정하고 쓰면 글에 담긴 생각이 훨씬 더 명확하고 설득력이 높아진다. 자신이 독자인 글을 좀 써봤다면, 꼭 한번 남에게 보여줄 글을 써보자.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개적인 곳에 글을 올리는 것이 불편하다면, 독자를 제한해서 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친한 친구나 가족들에게만 보여줄 요량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훨씬 부담이 덜하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은 나에 대한 생각도 있을 테니 나름의 피드백도 받을 수 있다. 아니면 같이 글을 쓰는 소모임을 만들 수도 있겠다. 어찌 됐든 지금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쓰는 것이 중요하다.

 

준비에 집착하지 말 것. 자신에 대해 글을 쓸 것. 단순하지만 어렵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건 나의 개인적인 의견이다. 각 개인의 상황은 다를 수 있으므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그냥 '그건 네 생각이지'라고 여겨주기 바란다.


송범근 작가님의 더 많은 글 '보러가기'



최근 콘텐츠


더보기

기업 탐색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