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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실 이것저것 생각하느라 뜬 눈으로 밤을 보내곤 했다

 

피디라는 일을 시작한 지 반년이 되었지만 옳은 선택이었나 하는 생각에 괜히 링크드인을 들여다보고 전에 있던 회사들이랑은 확연히 다른 방송국에 대한 불만을 철없이 친구들이나 동료에게 토로하기도 했었다.

 

매서운 표정이지만 사실 그냥 멍 때리면서 모니터를 봤다

 

내가 있는 채널 뉴스 아시아는 싱가포르의 국영방송국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직원들이 로컬 싱가포리안이다. 한국의 KBS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다국적 기업들이랑은 일하는 문화랑 소통방식에 큰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인턴을 했던 에이피, 블룸버그 그리고 구글은 다국적 기업이라서 일하면서 크게 내가 문화 차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다. 소통은 빠르고 합리적이었고 수평적이었으며 문제가 있으면 바로바로 해결해주는 기업문화에 어쩌면 나는 너무 길들여져 있었던 것 같다.

 

로컬 회사를 어쩌면 첨단 테크놀로지를 갖춘 블룸버그나 세계 최고의 회사인 구글과 비교를 하면 안 되긴 하지만 어린 마음에 한번 고장 나면 아무도 고치지 않는 프린터나 서로 인사도 안 하고 일하는 분위기, 그리고 상사 눈치를 처음으로 봐야 된다는 사실들이 너무 낯설고 불만스러웠다. 뭐 이것은 신입사원이 한번쯤 거치는 과도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점에서는 싱가포르의 독특한 직장문화에 대한 이질감도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싱가포르에서 느낀 몇 가지 직장 문화는

 

1. "Don't burn the bridge" (적을 절대로 만들지 마라)

 

외주업체에 방송 그래픽을 맡겼는데 계속 실수가 이어졌다. 8%가 80%가 되고 그래프의 제목은 위에 아닌 y-axis의 밑 부분에 달려있었다. 디자인 때문에 상의하고 싶다고 전화하니까 적반하장으로 피디인 네가 제대로 디자인해서 보내달라고 화까지 내었다. 상사한테 가서 목청을 높여가면서 불만을 토로했더니 한숨을 푹 내쉬면서 "싱가포르에서 일하면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니?"라고 하셨다. "모든 사람에게 나이스 해야 해~ 그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도." 그러면서 직접 전화로 매우 상냥하게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10분 정도 설명하셨다.

 

싱가포르는 너무 좁아서 어떤 업계든 다 돌고 돌게 되어있다고 한다. 미디어, 금융업, 진짜 다 한 다리만 건너면 알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sorry"를 해야 할 때가 참 많다. 직설적인 내 성격에는 잘 안 맞는 문화이다.

 

2. 느리다

 

동남아라서 전반적으로 모든 게 살짝 느리다. 느낌상 길거리에 사람들도 홍콩과 서울에 비해서 느릿느릿 걷고 일 처리도 꽤 느리다. 인터뷰 때문에 여러 업계 사람들이랑 연락을 해보면 그래도 금융 쪽은 빠른 편인데 다른 로컬 회사들은 내가 만족할 만큼 빨리빨리 일을 처리해주지 않는다. 출근도 홍콩과 서울보다는 살짝 늦게 한다. 건너서 들어보니 일반 기업들은 9시에서 9시 30분 사이에 출근한다고 하고 피디들은 근무환경이 특수하다 보니 10시 이후에 대부분 출근한다 (퇴근은 늦게 ㅠㅠ)

 

 

3. 덜 경직되어 있다.

 

Mr. 누구누구, ~님, 저런 호칭 대신 first name, 즉 이름으로 서로를 부른다. 이것은 거의 보편적인 것 같다. 인터뷰를 가도 인터뷰이와 나랑 서로 호칭 없이 이름으로 부르고 그 회사 사람들끼리도 이름으로 부른다.

그리고 '적'을 만들면 안 되니 꽤 서로 나이스 하다. 앞에서 싸우는 일은 드물다.

 

4. 혼자 배워야 된다

 

수평적이다 보니 한국처럼 선후배 관계로 이뤄진 가르침이 없다. 은행 같은 곳도 기본적으로 회사 자체에서 트레이닝이 제공되겠지만 그 외의 배움은 혼자 알아서 해결해야 된다. 방송국도 한국처럼 공채 시스템이 아닌 경력직을 채용하는 시스템이라서 선후배 관계는 없다. 나도 '신입'이지만 투입되어서 바로 일을 할 수 있는 인력으로 뽑힌 셈이어서 시니어 피디들에게 따로 가르침을 받거나 주기적인 트레이닝은 없다.

 

한없이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내 작품이 티비로 나오는 것을 보면 얼굴이 지금도 화끈거린다. 블룸버그에서 한국 선배들이 엄격하고 조금은 매서운 말로 매일 글 쓰는 방법부터 인터뷰하는 방법까지 코칭해주셨는데 그때 한없이 서러웠던 시절이 지금은 너무 그립다. 이번에 한국에서 다시 뵌 블룸버그 선배한테 한 하소연: "제발 누가 저 좀 혼내줬으면 좋겠어요 차라리"

 

무관심이 더 무섭다. 살아남으려면 혼자 헤엄치는 방법을 익힐수 밖에 없다

 


한국으로 첫 출장을 가서 친구에게 불만을 토로하니 굴러 온 돌이 박힌 돌 빼내지 말고 그쪽 문화를 존중해가면서 일을 열심히 하라고 했다. 진부한 조언 같지만 너무나 맞는 말이어서 할 말이 없었다.

 

쓰다 보니 너무 일기스러운 글이 되어버렸다. 결론은 그냥 조용히 열심히 일 하는 게 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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