Χ

추천 검색어

최근 검색어

 

44년간 흑자를 낸 유일한 항공사, 사우스웨스트 - 고객은 1순위, 직원은 0순위

 

승객 여러분, 잠시만 집중하는 척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저의 전 남편, 새 남친, 이혼 담당 변호사가 비행 안전수칙에 대해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저에게는 참 힘든 시간이었죠. 안전벨트를 고정하고 평평한 부분을 버클에 넣어보세요. 엉덩이 위로 안전벨트를 조였다 풀었다 조절해보세요. 저희 할머니가 보정속옷을 입을 때처럼 말이죠.

 

 


 

최근 SNS에서는 항공기 내에서 특이하게 기내방송을 하는 스튜어디스의 영상이 화제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가이드라인이 없는 듯한 기내방송에 대해 사람들은 웃습니다. 눈물이 날 정도로, 실제로 유튜브에서는 유머스러운 기내방송 영상을 꽤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러현 영상들을 찾다보면 공통점을 발견합니다. 좌석수가 적은 비행기 그리고 사우스웨스트.

 

 

 

 

사우스웨스트는 국내선(미국)이 주력인 항공사입니다. 여객기를 700대 이상 보유(세계 4위, 2016년 9월 기준)하고 있으며, 국내선 여객 수송인수가 세계 1위입니다. 저가항공사이지만 가격이 저렴한 편도 아닙니다. 저가항공사보다 더 저렴한 초저가항공사(LCC)들은 수없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사우스웨스트를 사랑합니다. 사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메리칸 항공의 주요 취항지를 보신 다음,
사우스웨스트(빨간색) 취항지를 비교해보세요.

 

 

#1, 점대점 방식(Point-to-Point)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사용하는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방식을 쓰지 않습니다. 노선의 모습이 자전거 바큇살 같다고 하여 허브 앤 스포크라고 불리는 방식은,  메인 거점(Hub)을 두고, 여러 스포크(가지)를 연결하기 때문에, 적은 노선으로도 많은 지점에 연결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다른 항공사들이 포커스 시티(가지)로 쓰는 곳을, 사우스웨스트는 허브 공항으로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댈러스에는 댈러스-포트워스 공항 대신, 러브필드 공항을 사용합니다. 워싱턴 DC노선의 경우, 얼마전까지만 해도 DC 시내에서 56km나 떨어져 있는 볼티모어 워싱턴 국제공항에 승객들을 드랍시킬 정도였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불평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현지인들에게는 오히려 집에 가깝게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죠, 델타항공이 광역버스라면, 사우스웨스트는 마을버스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No change fee

 

 

#2, 효율적인 부가서비스(예: 무료 위탁 수화물)

 

We love Your Bags. 사우스웨스트의 가장 유명한 슬로건입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의 항공사들은 일반적으로 위탁 수화물에 대해 비용을 부과합니다. 반면, 사우스웨스트는 가방 2개까지 무료로 위탁 수화물이 가능합니다. 수화물 비용까지 포함하면 스피릿 에어, 프런티어 에어 같은 초저가항공사들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죠. (짐이 없는 승객들은 사우스웨스트를 거의 이용하지 않죠. 비싸서) 그 외에, 예약 변경 수수료도 무료!

 

First come, first serve 라는 '버스식' 자리배정 시스템도 유명합니다. 체크인 순서대로 자리가 배정됩니다. (노약자, 장애인, 임산부는 탑승 순위 최우선) 겉으로는 불편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시스템으로 인해 출발이 딜레이 되는 경우가 극히 적습니다. 늦게 오는 손님들을 기다릴 필요가 없으며, 오는 순서대로 좋은 자리를 배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 외에 무료 땅콩과 음료수를 줍니다.(대부분의 미국 저가항공은 제공하지 않습니다.)

 

 

비행기 주인공은 나야 나!

 

 

#3, 고객은 1순위, 직원은 0순위

 

아메리칸 항공이 저가항공사를 만든다는 뉴스가 발표되자, 사우스웨스트 창업자였던 켈러허는 '완전군장을 하고 아메리칸 항공(UA)과 전투를 벌이자'는 말을 사내 게시판에 남겼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수천 명의 직원들이 군모와 군복을 입고, 군화를 신은 채로 출근했습니다. CEO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믿고 있다는 증거죠.

 

미국인들은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가장 큰 장점으로 '서비스'를 뽑습니다. 서비스 교육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직원들의 '자긍심'에서 나오는 서비스 말입니다. 창업자인 켈러허는 '직원을 잘 대우해야, 직원은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로 보답한다. 그리고 고객은 다시 사우스웨스트를 이용할 것이며 우리는 다시 행복해진다'라는 경영철학을 유지했습니다.

 

 

참고로 사우스웨스트 에어 회장(캘러허)입니다..

 

 

추수감사절에 휴가를 떠난 직원들을 대신해 기내 청소를 하고, 수하물을 운반합니다. 새벽에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도넛을 돌리면서 '보스가 아닌 리더'의 리더십을 보여줍니다. 월급이 쎈 편도 아닙니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업계 평균보다 30%나 적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인들이 뽑은  '일하고 싶은 직장' TOP 10의 단골손님 입니다. 전체 근로자의 노조 가입률은 80%가 넘지만, 파업이 발생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FUN 하게 일하는 것도 장점입니다. 대한항공의 비행기 내부에는 '금연'이라는 흡연 금지 안내문이 있습니다. 반면, 사우스웨스트의 보잉 737 내부에는 "흡연은 비행기 날개 위 스카이라운지를 이용해 주세요. 거기에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상영되고 있습니다."라는 멘트가 적혀 있습니다. 위에서 본 기내방송 영상도 비슷합니다. 우리나라였으면 바로 시말서를 썼겠죠?

 

 

1970년대 사우스웨스트의 스튜어디스

 

 

기내방송으로 화제가 된 사우스웨스트의 스튜어디스 Marty cobb는 미국의 낮시간 토크쇼 시청률 1위인 엘렌 쇼에 출연합니다. 엘렌은 화제가 되었던 영상을 같이 본 다음, '당신이 하는 일을 존경합니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려는 당신의 노력, 그들에게 멋진 하루를 선물하는 당신은 정말로 놀라운 여성입니다.'라는 말을 듣습니다. '직원은 내부의 고객'이라는 말이 다시 한번 떠오르네요.

 

 


용진우 작가님의 더 많은 글 '보러가기'
 


더보기

용진욱님의 시리즈


최근 콘텐츠


더보기

기업 탐색하기 🔍

크레비스파트너스

크레비스는 15년 이상의 역사와 전문성을 가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임팩트 벤처 그룹입니다. 사회 및 공공이 해결하지 못한 영역에서 혁신적인 기술로 임팩트를 전파하고자 기업들을 발굴, 투자, 육성하고 있습니다. 2004년 창업 초기, 많은 시행 착오를 경험하며 20대 초반의 우리는 "인생의 30년 여정"에 대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당시는 사회 전반적으로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이 꺼지며 창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고하던 시기입니다. 그런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그리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단지 재미와 의지만이 아닌, 철학과 미션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누군가는 후배들에게 취업과 진학 외에도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라고 결심하며 과감히, 그리고 무모하게 창업과 사업이란 길을 선택했습니다. 우리가 계획한 30년 여정 중 15년이 지난 지금, 크레비스는 시장 실패 영역에서 직접 사업을 운영하며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도전에 동참하는 용기 있는 후배들을 지지하고, 공동창업자로 육성하며, 임팩트 펀드 운영을 통해 임팩트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 크레비스파트너스 홈페이지: http://www.crevisse.com

미디어/디자인/방송/광고/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