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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감이 사라지고 해방감이 익숙해진 요즘이다.

반복되는 하루의 일상도 자리를 잡아간다. 몸과 마음의 편안함에 감사하다. 춥고 어두운 겨울의 긴 밤의 그림자를 마주하고 있노라면 그 긴 시간의 출퇴근길이 먼 옛날처럼 아련하다. 천천히 지난날을 세어본다. 9년의 긴 직장생활이 지워지는데 고작 2달도 걸리지 않았다. 여유로운 일상은 모르는 세상을 열어준다. 24시간 뉴스가 쏟아져 나오는 요즘이라 빠짐없이 듣는 라디오와 뉴스 채널은 그동안 무지했던 세상의 다른 한편을 알려준다. 어찌 된 일인지 뉴스 속에 등장하는 옛 회사의 모기업이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직장인이었을 때 더 민감했어야 하는데 지금이 더 궁금하고 감정이입이 된다. 아마도 더 이상 느끼지 않아도 되는 이중적인 감정 때문인 듯하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야 하는 많은 것들, 나와 회사를 움직이게 하는 원인과 그 목적이 오로지 회사를 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기가 어려웠던 지난날의 기억들에 안녕을 고한다.

 

조금 더 준비를 하고 나가야지. 지금 너는 계획도 없고 마음만 앞서는 것 같아. 함께 준비해 보자.

 

희망퇴직을 꿈에만 그리다 결심하게 된 결정적 충고는 아이러니하게도 준비가 되지 않음을 알리는 말들이었다. 회사를 나오지 않았다면, 직장인의 꼬리표를 자르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백수의 삶에는 계획이 있어도 이뤄지지 않고 준비는 끝나지 않는다. 직장인의 바람직한 상으로 묘사되는 삶은 대부분 자기계발을 멈추지 않는다. 꾸준히 뭔가를 준비하고 계획해야 하는 일상 속에 진짜 일상이 매몰되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산다는 말은 저항할 수 없게 한다. 불안함은 우리를 어딘가에 매달리게 한다. 유학파가 시간과 돈을 들여 배워온 영어를 하루에 몇 시간 들여서 꾸준히 쌓여간다 한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계를 존재하고 실무에 적용되지 않는 자격증은 졸업증에 비유된다. 현실과 한참은 떨어져 있는 공부들은 나를 세상에 좀 더 준비된 인간으로 무장시켜 주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모두가 장착한 한 두 개의 아이템들은 고만고만해서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 없으면 눈에 띄지만 있다고 보장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직장인에게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있다. 쓸데없이 나를 위해 고민할 시간, 가끔 멍 때리며 멈춰있는 침전의 시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는 방황의 시간.

 

나는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어. 나처럼 야근하고 집에 가면 집안일하고, 젊은 친구들은 언제 그렇게 준비를 했는지 대단하네. 어쩌면 해도 안 되는 건가. 나처럼 늦지 말고 준비 잘해.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의 자기계발에 한없이 힘들어하던 선배의 충고였다. 필요하다 생각되지 않는 능력과 자격증을 위해 없는 시간을 쪼개야 하는 말년 과장의 푸념. 끓임 없이 노력해야 하는 건 언제부터였을까. 성적이라는 걸 받아보기 시작한 순간부터였을까. 우리는 언제나 줄 서기에 동참하면서 힘들어한다. 어려서부터 익숙해진 걸지도 모른다. 한 발자국만 옆으로 나와보면 줄 서지 않아도 되는데 줄을 서는 순간 옆으로 비껴있는 사람들과 선을 긋는데 열심이다. 비껴 서면 갑자기 툭 던져진 것처럼 가야 할 길을 잃은 느낌이 들뿐, 앞에 선 사람을 시기할 이유도 없고 뒤에선 사람을 동정하며 속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안도할 필요도 없다. 더 앞자리에 서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앞에 뭐든지 잘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어렵게 들어선 길도 저 사람은 쉽게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열등감을 감추게 된다. 뒤쳐지고 싶지 않은 마음은 더 열심히 하게 부추긴다. 부족하니 더 노력하는 시간들이 쌓여 실력이 된다고 선배들은 얘기한다. 실력이란 또 무엇일까. 성공이란 실력으로 보장되는 걸까. 줄 서서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끝에 다다들 거라 생각하지만 내 앞사람에서 줄이 끓길지 누가 알겠는가. 내가 선 이 줄의 끝에 낭떠러지가 있는지 없는지 떨어진 사람은 말이 없다.

 

함정 같은 거다. 내가 파놓은 덫이다. 스스로의 안정감을 만들어가는 동안 길을 만들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분명하게 보이는 길에 서 있으니 안심하고 따라갈 뿐 어디에 다다를지 알 수 없다.

 

백수라는 것을 처음으로 해본다. 줄에서 한 발자국 비껴서 보니 길이 없다. 온통 풀밭이고 웅덩이고 나무와 숲이다. 가다 보면 친구도 만나고 호랑이도 만날 것 같다. 분명하게 세상을 보고 있는 줄 알았던 탄탄한 직장생활의 경험이 나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궁금하다. 절대, 다시는, 이런 단정적인 말들로 내일을 그려놓지 않겠다. 때론 흘러가는 대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가보는 것도 지금만 할 수 있는 것이다. 20대처럼 쫓기듯 어디론가 향해야 하는 압박이 사라진 요즘이다. 어쩌면 내 결심이 확고해서 지금이 더 편안한 건지도.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40대 이후에 힘들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30대는 20대보다 더 압박을 받는다. 편안한 삶의 한 끝자락의 서보았기에 누리고 싶은 것들은 많아지고 할 수 있는 것들에 도전하는 용기는 적어진다. 20대보다 더 편안한 30대의 백수인 나는 그 흐름을 잠시 벗어나기로 한다. 

 

목표가 없는 삶을 얘기하다 보면 따라붙는 수식어들이 있다. 패배자, 낙오자, 철없는 녀석 따위의 말들로 모두가 같은 삶의 형태로 가야 한다는 사회의 압력을 그냥 받아들인다. 삶이 길다고 얘기하지만 그 긴 시간에 짧은 쉼표 따위는 돈 많고 여유 있는 자에게만 가능한 거라 생각하고 언제부터인가 스스로에게 주어진 방황을 통한 새로운 가능성을 저 멀리 보내버린다. 인생을 대충 사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나 역시도 내 기준으로 다른 이의 삶을 재단하고 그러다 큰일 난다는 걱정을 하곤 한다. 그 걱정에 깔린 나는 잘하고 있다는 위로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부추기곤 한다.' 나는 아직 괜찮아, 저 친구에 비하면.'이렇게 잘하고 있다는 위로를 더 불행해 보이는 남을 통해 얻는다는 건 더 행복해 보이는 남을 견제하느라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과 동일하다. 언제부터 내게 목표가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된 것일까. 삶, 나의 행복 자체를 목표로 두는 방법을 처음부터 배우지 못한 것 아닐까. 

 

희망퇴직을 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남들에게 내가 쫓겨난 패배자로 보이지 않을지 마음 한편의 걱정을 애써 외면했다. 지금 이 자리에 백수로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일들에 몰두하는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 자신감이 사라질 때면 오히려 큰소리를 내곤 했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나만의 동굴로 들어간다고 해도 내 생각 속에는 사회가 있고 편견이 있다. 30년을 살아오며 내게 당연하게 배어든 잘 살아가는 모습의 단상들을 이제는 버려야겠다. 긴 방황이 시작되어도 괜찮다. 어차피 줄에서 벗어난 이상 내가 서있던 길의 끝은 만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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