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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대기업 다니는 사람들의 목표는 두 가지로 나뉜다.

 

버텨서 살아남기. 가늘고 길게 오래오래 다니자!
큰 거  한방으로 쭈욱 뻗어보자. 더 빠른 승진, 더 큰 성공을 쥐어보자!

 

회사를 한 삼 년쯤 다녔을 때 알게 된 것은 이 목표는 내가 설정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성공에 이르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입사와 함께 결정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운이 좋은 것처럼 잘 나가는 사람의 대부분은 능력을 기본으로 갖추었기에 처음엔 자극을 받아 더욱 분발하게 된다. 어느 정도 회사에 익숙해지고 나름의 이 바닥 소식을 통해 숨겨진 능력을 알게된다. 그들의 또다른 배경은 특정 교수의 애제자부터 타 업계의 교수 아들, 계열사 사장 아들까지 다양하다.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야 알았다. 세상에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교수, 임원, 사장님들이 얼마나 많은지와  몇백 명 밖에 없는 회사 안에서도 그 연줄이 뻗혀 있다는 것을.  대부분 대기업에 입사하는 동기들의 실력 또는 스펙은 비슷하다. 처음부터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삐걱대는 이들이 가장 먼저 나가고(대부분 개업과 유학을 선택한다.) 버티는 유형으로 변모하는 케이스와 처음부터 다른 출발을 하는 이들로 나뉘다. 이렇게 풀리는 이유는 정말 단순하다. 그리고 이게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기업의 한계이다. 노력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은 개인의 잘못이 아닌데 가끔 이런 사회의 모순을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해 좌절감에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경우가 더러 있다. 같은 선상에 출발했는데 회사의 좋은 조건들을 다 가지게 되는 동기들을 보며 박탈감에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후배들이 안쓰러울 때, 그런 배경이 있음을 넌지시 알려주기도 한다. 

 

대기업에 다닐수록 맨땅에 헤딩하는 스타트업 기업이 아닐수록 모든 프로젝트는 인맥이나 배경이 동원되지 않는 경우는 없다. 정당한 경쟁으로 공정한 결과가 나온 경우를 회사를 다닌 9년 동안 경험해 보지 못했다. 한우물만 팠던지라 공정함이 있는 타 분야가 있다면 정말 축복받은 것이다. 개인의 취향을 저격해야 하는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하든 다각도에서 점수를 채워야 하는 공공기관이든 인맥은 고만고만한 기업들의 제안서 중 무엇이 승자가 될지 최종적인 한 획을 긋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업계에서는 그 또한 능력으로 인정받는다. 신입 때에는 그런 로비가 이 업계의 경쟁의 가장 중요 가산점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경우가 반복될수록 겪었을 업계의 대한 실망이 커져간다. 그나마 대기업이기에 우위에 서있었고 특혜를 받았지만 한동안 우울하였다. 발주처의 주요 인사인 누군가의 친구 혹은 선, 후배이거나 알게 모르게 혈연관계가 숨겨져 있다거나 그런 모든 것들이 그 사람의 주요 능력이 되는 것이다. 내가 몸담았던 업계는 나름 전문가, 예술가라고 폼 잡는 걸 사랑하는 분야였지만 먹고살아야 하기에 영업 중에서도 가장 원초적이고 저급의 영업능력을 최고로 치는 것이다. 직장인으로서 태어나면서 금수저를 물고 난 오너가도 부러웠지만  금수저의 친구가 되는 것도 다른 여러 가지 상황들에서 부러웠다.  남들과 똑같은 능력을 갖추었더라고 그걸 폭발시킬 수 있는 큰 기회가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만 같았다. 

 

뛰어난 디자인 능력을 인정받아 대기업을 다니다 자기 회사를 차린 사람들이 몇몇 있다. 막상 그들의 결과물을 받아 들고 나면 내가 아는 옆자리의 누군가보다 그들의 아이디어부터 계획능력까지 특별한 구석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들보다 더 천재적인 인물이 이 바닥에 더 많다. 그 정도 경력이면 가능한 비슷한 그 정도인데 그들은 현실세계에 큰 프로젝트를 성사시켰고 유명세를 타고 잘 나가고 있다. 성공사례가 연이어 매스컴을 타고 그들의 하청업체가 되어 일을 하고 있을 때면 부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를 때가 있다. 나와 같은 연배에 같은 길을 걸었던 업계 사람인데 저 사람은 어떻게 저 궤도에 올랐을까. 부러움이 시기, 질투가 되어 나를 갈아먹기도 했다. 자기연민에 빠져 스스로를 위로하다 보면 객관적인 시선을 잃고 자격지심으로 가득 차 버린다. 그러다 바람결에 작은 신생기업이 절대 따낼 수 없는 프로젝트를 디자인만으로 승부해서 성공한 대단한 기업으로 포장한 현실 뒤에 오너가의 친구 출신이고  계속해서 그 오너가의 일을 따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그 기업의 이미지가 포장이 덧대어질수록 어찌 보면 그건 비난하기보다 또 하나의 길일뿐이라는 인정을 하게 된다. 노력해서 이룰 생각을 하지 않고 남 탓만 한다는 기성세대들의 꾸짖음도 틀린 말이고 태생적 한계는 극복할 수 없다며 사회의 구조적인 한계에 더 이상 앞을 바라보지 않는 후배들의 좌절도 틀렸다.  

 

돈을 벌기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사회에 발을 내딛는 목적과 방법은 다양하다. 사회적 구조의 한계가 모든 길에 놓여있는 것은 아니다. 내게 놓인 선택의 문이 좁아졌다면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기회는 다양한 방법으로 온다.  삶의 길이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가지만 바라보는 사람은 다른 길은 보고 싶지 않을 뿐이다.

 

다만 희망퇴직을 선택하게 된 나의 직장 생활 9년이 그 열등감을 극복하고 현실을 바라보는 시간이라 생각하면 조금은 너무 길지 않았나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상식의 사회를 꿈꾸었던 신입사원의 모습은 9년이 지나 현실감각만 충만한 실장님으로 변했다. 뉴스에서 대학생들이 꿈꾸는 직장이 연봉과 안정성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선배들은 지난날을 회상하며 젊은 후배들의 열정 없음을 비판하지만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선택이다. 그 열정 넘쳤던 선배들은  무덤이라 대기업을 폄하하지만 현실세계에서 더 속물인 교수들과 선배들이 대기업과 어떻게  거래를 하는지 지켜보았다. 아직도 열정과 꿈만을 부르짖으며 청춘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슬로건은 누군가는 뒷받침해줘야 하는 하청업체의 층을 두껍게 하는 것에 불과하다.   

 

입사하기 위해 했던 프레젠테이션에서 마지막 장은 대강 이런 내용이었다. 

"인생의 길을 이 회사와 함께 하고 싶습니다."

비록 정년퇴직을 첫 회사에서 하지 못했지만 인생의 길을 함께 하고 있다. 나는 대기업에서만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았고 느꼈다. 모순과 억울함이 엉켜 있고 가끔 동네 바보 형들이 수백 명의 운명을 결정짓기도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상식이 존재한다.  일하기에 가장 좋은 곳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기에 그런 점에서 대기업이 안락한 면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기업은 높은 연봉을 받는 유순한 이들로 만들어버리기에 우리끼리 경쟁해도 날이 서서 인격모욕을 하는 일도 없었고 부끄러운 일은 부끄러워했다. 그래서 마약 같은 월급을 맛보고 나면 더 낮은 연봉의 치열한 야생으로 돌아가기가 무섭다. 

 

나도 무섭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안정감과 연봉으로 택한 회사였는데, 그 장점을 손 번쩍 들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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