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기업에서 마케팅 고유의 일로 구분하는 것은 대략 상품화와 리서치, 커뮤니케이션이다.
이 중 가장 핵심은 상품화이다.
결국 상품이 있어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리서치며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것이고 궁극적으로 구매와 매출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마케팅 관리론’ 등에서도 상품을 중심으로 마케팅의 역할과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의 <마켓 3.0>은 시대별로 마케팅의 주요 관심사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마케팅은 제품, 고객, 브랜드 관리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중 제품의 관점에서 마케팅을 보는 것은 1950년대 시작된 것이다.
당시 마케팅의 역할은 제품에 대한 ‘수요’를 발생시키는 것이었으며, 약 1960년대까지 이 흐름이 이어졌다.
이 때 제롬 맥카시(Jerome McCarthy)에 의해 우리가 잘 아는 4P개념이 창안되었다.
이후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는 고객 관리가 중심이 되었다.
이때 기존의 4P외에 수많은 P들, 예를 들어 사람 people, 공정 process, 물리적 환경 physical evidence,
여론 public opinion, 정치적 권력 political power이 추가되었다.
지금도 마케팅 강의를 가보면 기존의 4P에 추가의 P를 덧붙여서 자신만의 마케팅을 정의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후 1990년대에서 2000년대에는 마케팅의 관심은 브랜드 관리로 옮겨진다.
하지만 실무진이 하는 구체적인 일들은 아직 많은 부분이 4P전략, 특히 상품전략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마케팅의 정의는 무엇일까.
2008년 미국마케팅협회(American marketing Association)은 마케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재정의하였다.
“마케팅은 소비자와 의뢰인, 파트너, 그리고 사회 전반에 가치가 있는 매물을 창출하거나 소개하거나 제공하거나 교환하는 활동과,
그것을 위한 일련의 제도 및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이 정의에서는 마케팅을 경영이라고 바꾸어도 별반 어색하지 않다. 너무 포괄적이다.
필립 코틀러는 수익과 고객에 주목한다.
그는 마케팅을 ‘수익성 있는 고객관계를 관리하는 과정’이라고 하면서
‘마케팅의 두 가지 목표는 탁월한 가치를 제공하여 신규고객을 유인하는 것과 만족을 제공하여 기존 고객을 키워나가는 것’이라 했다.
마케팅에 ‘고객과의 관계형성’이라는 특정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경영학의 석학이었던 피터 드러커 (Peter Ferdinand Drucker)의 정의는 좀 더 간결하고 귀에 쏙 들어온다.
그는 “마케팅의 목적은 판매노력을 불필요하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다.
실제 국내 L사의 경우, 영업사원의 주요 역할은 거래처에 조속히 입점시키는 것과 진열공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고객의 접점인 유통으로의 입점과 진열까지는 영업사원의 몫이지만,
이후 인지-구매-재구매로 이어지는 매출 사이클은 그 상품을 기획한 마케터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석학들의 마케팅에 대한 정의를 보면, 마케팅이 없으면 당장 회사가 쓰러질 것처럼 느껴지리라.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일을 하는 자부심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그렇지만 회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현실에서 마케팅에 대한 평가와 정의는 한 회사가 그 조직 내의 마케팅 팀에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으며,
마케팅 팀이 어떻게 그 도전에 대응하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