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우리 회사에 새로 오신 마케팅 전문가신데, 판촉물 전문가세요.”
새로운 회사로 이직하고 난 직후,
새롭게 동료가 된 사람이 다른 부서원에게 나를 소개하면서 한 말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 속에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브랜드 매니지먼트 업무에서 판촉물 관련 업무는 몇 수십 분의 일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일이다.
성과에 비해 투입해야 하는 업무 시간이 많아 주로 1~2년 차 신입사원들에게 많이 시킨다.
그런데 나름 브랜드 매니저로 십 몇 년의 경력을 가진 나를 판촉물 전문가라고?
순식간에 1년 차로 경력이 곤두박질 치는 듯한 당황스러운 그 순간,
나는 혹시 그가 나를 얕잡고 일부러 저렇게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여전히 점잖고 정중했으며,
비꼬는 듯한 태도도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이 회사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마케팅은 판촉물이 전부였고,
그래서 그는 그 나름의 최고의 찬사로 나를 타인에게 소개했다는 것을.
사실 같은 직장 내에서도 마케팅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마케팅의 범위가 넓기도 하거니와,
재무나 회계처럼 구체적인 업무를 잘 몰라도 대충 이런 일을 할 것 같다는 상상을 쉽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실제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는
굳이 별도의 부서를 만들 만큼 정기적으로 일이 발생하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들이 생길 때,
이를 뭉뚱그려 마케팅 업무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마케팅은 너무나 중요해서 마케팅부서에만 맡길 수 없다’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그만큼 마케팅의 고유업무라는 것이 다소 모호하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