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왜 마케팅 팀을 운영하는 것일까.
왜 생산(공장)과 영업의 두 기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일까.
모든 회사는 ‘지속적인 성장’을 소망한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회사가 원하는 것은 매출을 높이고,
생산원가를 절감하며 상품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 비용을 가급적 줄여 이득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실제 물건을 팔고 대금을 받아오는 영업과
원가절감의 키를 쥐고 있는 생산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조직의 역할 차원에서 본다면 마케팅은 원가와 관련해서 주요 성분의 함량을 어디까지 낮춰도 괜찮은지를
소비자의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고, 어느 선의 판매가격에서 매출을 최적화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곳이다.
이를 통해 원가와 판매가격간의 갭을 최대화 시키는 것이다.
또한 어느 만큼의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투자해서 최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지
비용의 효율성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제조원가와 판매가격에 대한 결정권이나 영향력이 없다면
마케팅은 오로지 비용을 투자하는 것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하게 된다.
즉, 경영자가 볼 때, 마케팅이란 급박한 사업적 의사결정순위에서 당장 절박하지 않은 브랜드 얘기를 하면서
자꾸 돈을 쓰자고 주장하고(게다가 돈을 쓴다고 바로 매출이 증가하는 것도 아니다),
이번 달의 매출과는 무관한 장기적인 것만을 이야기하는 집단인 것이다.
“억 단위의 광고를 하는데 매출은 오르지 않고, 광고를 본 사람도 주변에 없다,
차라리 그 돈으로 영업을 지원하는 편이 훨씬 낫지 않나,
이 디자인이나 저 디자인이나 똑같은데 저런 일을 갖고 갑론을박하는 쓸데없는 조직이 마케팅이다”
라고 보는 내부의 시선들, 은근히 많다.
포지셔닝 등으로 유명한 알 리스와 로라 리스는 <경영자 vs 마케터>라는 책에서
좌뇌와 우뇌의 특징을 빌어 이런 시선을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좌뇌형이다.
좌뇌형은 언어로 생각을 전개하며 순서와 방법에 따라 일을 한다.
그들은 상식적인 아이디어와 개념을 선호하며 논리적이며 매출을 신장시키고 싶어한다.
그러다 보니 제품 개선과 비용 절감, 가격 낮춤 등 제조 부문의 비교 우위를 강조하며
의사결정을 하기에 앞서 사실, 숫자, 시장조사 자료 등을 참고한다.
이런 류에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스타일이 많다. 그들은 완벽한 데이터가 나오기 전까지는 모험을 하지 않는다.
(참고로 이런 조직에 있으면 속이 터진다, 영원히 3등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여러분도 알다시피 시간이 흘러 저절로 시장이 검증되기 전까지 완벽한 돌다리는 있을 수 없다.
그리고 그제서야 시장에 뛰어들려고 한다면 이미 때가 늦다.
의사결정자로서 어느 결단의 시점에서는 과감히 숫자를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하는데,
계속 증거만 수집하고 결단을 미룬다. 큰 실패는 없지만 큰 성공도 없다.
이런 객관적인 사고를 하는 좌뇌형 경영자들에 반해, 마케터들은 우뇌형들이 많다.
우뇌형은 결코 확신하지 않고 논리적이기 보다는 직관적이다.
그들은 심상(mental image)으로 생각을 전개하며 전체를 파악하려고 한다.
비약적 사고를 하다보니 근거를 중시하는 좌뇌형들이 보기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알 리스와 로라 리스는 이런 차이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차이가 발생한다고 본다.
좌뇌형 경영자에 맞추어서 우뇌형 마케터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