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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휴... 다행이다.
내가 문제아는 아닌가 보다.

작년 12월이었다. 우리 회사는 처음으로 동료평가를 시행했다. 그래서 팀원들은 서로를 평가했다. 서로에게 자기가 어떻게 평가했는지는 비밀로 한 체 말이다. 게다가, 그 결과를 알 수도 없다. 결과는 상사들만 알 수 있나보다. 그래도 분위기를 보면, 대략적인 수준은 알 수 있는 법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팀내에서 문제아로 찍히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어설픈 직딩 아재 입장에서 솔직히 말하면, 이런 동료평가는 부담스럽다. 왜냐하면, 가끔 나는 꼰대 아재 모습으로 팀원들에게 보여질 터이기 때문이다. 특히, 팀원 A하고는 꽤 트러블이 심했다. 같은 팀인데도 1년 내내 업무상 반드시 필요한 말 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무척 고민스러웠다. A에 대해 어떻게 평가를 해야할지 말이다. 평소의 그의 업무 태도와 갈등을 생각하면, 낮은 점수로 솔직하게 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와의 갈등에는 내 책임도 있다. 내 꼰대 지적질이 작동했으니까. 그러다보니 '보통'으로 줄까, '최하점수'로 줄까 고민스러웠다



2.

물론 내 마음은 이미 '낮은 점수' 평가 쪽으로 70% 기울어져 있었다. 그러나, 한번 체크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타로 카드를 뽑으면서 물었다.

그래도 동료인데 그냥 보통으로
평가를 해도 좋을까요?




결국 나는 '낮은 점수'로 솔직하게 평가했다. 왜 그랬냐고? 첫번째, 내 마음이 그러고 싶었다. 그만큼 1년동안 그와 갈들이 깊었다. 두번째, 그도 나를 '낮은 점수'로 줄 테니까 나만 당할 수는 없었다. 세번째, 그가 '트러블 메이커'라는 내 생각이 객관적인지 주관적인지 테스트받고 싶었다.

세번째는 이런 의미다. 그에 대한 동료평가 평균이 낮게 나온다면, 그는 정말 '트러블 메이커'인 것이다. 그런데, 내가 예의상 '보통' 점수를 주면, 애매한 결과가 나온다. 그래서, 나는 확인하고 싶었다. 나만 그를 트러블 메이커로 생각하는지, 다른 직원들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말이다.


3.

그러면, 나와 A의 동료평가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 회사는 동료평가 결과를 오픈하지 않는다. 앞에도 말한 것처럼 분위기로 추측할 뿐이다. 내 동료평가는 나쁘지는 않았지만, 좋지도 않은 듯 하다. 그것은 A가 나에게 낮은 점수를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A의 동료평가는 어떨까? 아마도 아주 '낮은 수준'인 듯 하다. 그것은 다른 팀원들도 A에게 낮은 점수를 주었다는 의미다. 나만 그를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휴...
내가 문제아는 아니었구나.


4

최근 OO기업의 다면평가 내용이 이슈다. 'OOO와 같이 일하고 싶습니까?'란 질문에 Yes와 No로 대답을 하고 그 결과를 각 개인에게 피드백을 해준다고 한다. No라는 대답을 많이 받은 직원이 블라인드 등 인터넷에 불만을 올려 이런 내용이 이슈화되었다.

이 뉴스를 보면서 내 마음속에서 두명의 자아가 싸우기 시작했다. 한 명은 10년 동안 '인사평가 담당자였던 나'이고, 다른 한 명은 지금은 인사업무 아닌 '그냥 직장인 나'이다.

10년동안 인사평가 담당자였던 나는 말한다. 내가 경험한 동료평가 상황을 살펴보면, 그 기업의 그 사람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 사람은 조직에서 '트러블 메이커'일 가능성이 높은 거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는 그런 평가 결과가 나올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여러분도 알겠지만, 성과가 부진하다고 동료 직원을 트러블 메이커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을 하면서 나와 뭔가 트러블이 발생해서 나에게 괴로움을 주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고 평가까지 하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같은 직딩으로서 동료에게 낮은 점수 주는 일이 마음 편한 일은 아니다.

이번에는 인사 담당자가 아닌 직장인 나는 말한다. 그 사람에게도 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다고...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던가, 상사와 일하는 방식 코드가 다르다던가 하는... 그러니, 그에게도 개선할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일종의 낙인을 찍어 버리면 상처가 너무 크지 않을까? 그래도 우리 동료인데 말이다.



5.

우리팀 A와 솔직히 이런 대화를 하고 싶어졌다

너가 트러블 메이커라는 사실은 알고 있니?
너는 그런 주위 평판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니?

자기 한 명 때문에 주위 사람들의 행복이 얼마나 줄어들고 있는지 한번이라도 고민해봤는지 정말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동료평가 결과로 인해 받은 상처는 어떻게 해야하지? 음.. 이런 말로 변명을 하고 싶다. 동료평가는 유통기한 1년 짜리에 불과하다고... 문제는 그 것이 1년, 2년, 3년 계속될 때라고.

나도 반성하고, 그도 반성하고... 그렇게 우리 모두 함께 제발 행복했으면 좋겠다. 서로 조금씩만 양보하고 진심으로 대화하면 그렇게 될 수 있는데...

그래서, 동료평가는 솔직하게 하자. 갈등을 숨기고 회피하지 말고, 드러내서 해결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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