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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에 도착하자 눈이 반긴다. 1월의 러시아는 역시나 춥고, 약간의 교통체증을 넘어서 달리는 대로에서 볼 수 있는 빨간색 불빛이 출장을 왔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10년 넘게 들락거리면서도 1월 출장은 처음이다. 한국의 쌀쌀한 바람이 적어 덜 춥지만 작은 바람이 지나갈 때 다리가 시리다.

 

 영어가 가능한 택시 아저씨가 참 친절하다. 처음부터 구글 트렌슬레이션을 쓰지 않는 행복이 다가오는 봄처럼 따뜻하게 느껴진다. 뭔가 잘 될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이 봄바람에 심란하다. 이럴 땐 항상 조심해야 한다.

 

 Check-in을 하고, 기계적이지만 친절한 호텔 데스크를 뒤로하고 방으로 올라왔다. 30kg가 넘는 가방엔 장비가 반, 소주를 사다 달라는 지인 때문에 무려 1.8리터 빨간색 소주를 사 왔다. 통화로 네가 본 소주 병중에 역대급이라고 해줬으니 오늘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짐을 풀고 장비를 좀 만지작거렸다. 잘 돌아가는데 왠지 허전해서 근처 마실을 나가보니 슈퍼가 없다. 다행히 호텔 옆 미니 슈퍼에 가서 생수 하나 좋아하는 스텔라를 하나 샀다. 사진을 보내줬더니 벨루가를 사오라는 아우성만 온다. 루블이 많이 떨어져서 가능한 일이지만 예전엔 벨루가는 비싸서 먹지도 못한다. 여기 친구들도 내가 벨루가를 사면 뒤에서 "crazy~~ sxxx"이란 소리가 먼저 나온다. 

 

 그렇게 도착일이 지나가고, 나오면 connected society에 얽매여 나는 인생인지라 메일을 보게 된다. 업무지시와 업체들 메일을 보다 보니 아쉬운 일이 도착했다. 신제품을 프로젝트에 넣었는데, 안타깝게 2등을 했다. 제품이 나쁜 것도 아니고 좋단다. 다만 기존에 설치된 일부 장비들 호환 때문에 부득이 지난번 제품을 한번 더 사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기술적으로는 호환성이지만, 제품 외적으로는 예산의 문제다. 업체에서 미안하다고 대신 다른 프로젝트에 우리 제품을 사용하기로 내부 결정을 했다고 한다. 당장은 실패 같지만, 긴 사업으로 보면 나쁘지 않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고,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확실하게 체결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한편 나이브해 보이지만 내가 보는 사업이란 조건의 만남과 관계의 만남 두 가지다. 전자는 내가 여건이 되면 언제든지 만들어 갈 수 있다. 후자란 내가 노력해서 만들어 갈 수 있고 나의 노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인데 간과된다. 귀찮기 때문이다.

 

 그렇게 노닥거리다 잠이 들었다. 새벽에 일어나서 한국하고 몇 가지 이야기하고 통화도 하고, 아시아 출장 중인 팀원 하고 진행사항도 확인하고 그렇게 새벽이 지나간다. 창밖으로 보이는 대로으 불빛이 화려하지만 8시가 되도록 태양은 기침할 조짐도 없다. 아침 일찍 식당가는 길엔 이쁜 집 모양 쿠키 같은 작품이 있다. 그리스 정교로는 크리스마스 같은 축제가 1월이라고 하던데... 

 

 아침 먹고 호텔 앞 거리에서 활짝 웃고 있는 광고를 본다. 날은 춥지만 Smile이라고 하는 것 같아서 친근하다. 오늘은 무엇인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도 들지만 또 내가 해야 할 것도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잠시 짬을 내서 이렇게 기록하고 친구들과 또 2017일 만들기 위해서 길을 나선다. 하나는 나의 삶의 소중한 사람들과 하나는 나를 믿는 사람들에 대한 보답이 아닐까 한다. 나의 이름을 불러주고, 기다리고, 기억하고, 소중하게 여겨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살만하고 해 볼만 한 것이라 생각한다. 하여튼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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