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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에서 특히나 창조경제를 밀고 있죠. 그러면서 많은 수의 청년들이 창업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대학들은 창업하는 학생들의 숫자도 취업률에 포함시키기도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런 말이 나온 것 같아요. "뭐 까짓거 취업 아니면 창업이지~!"


취업 아니면 창업... 이거는 참 뭐랄까요... 정말 쉽게 던지기 어려운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굉장히 억지스럽게 들리겠지만, 이를테면 김밥 아니면 라면?의 차원이 아니라, 김밥 아니면 전화기?... 뭐 이런 식의 표현으로 들려요. 무슨 뜻이냐구요? 둘은 전혀 다른 얘기라는 겁니다.


사실 저 역시도 17년의 전체 경력 기간동안 최근 2년 간은 창업을 했었죠. 명함에 대표이사라고 쓰고 다니고, 어디가서 창조경제의 선봉대에 섰다며 괜히 너스레를 떨곤 했죠. 처음 회사를 만들었을 때만 해도 정말 취업 아니면 창업이겠구나 싶었습니다. 그 때 생각하니 스스로 창피해지네요ㅎㅎ


취업과 창업은 사실 닮은 부분도 많습니다. 어찌되었건 내가 나를 어필해야 하고, 취업 인터뷰든 투자자 인터뷰든 뭔가 누군가에게 '통과'받아야 하고, 일을 할 때에는 똑같이 서류도 만들고 이메일도 보내고...대강 겉으로 보면 비슷한 점이 많죠.


그러나 실상 취업과 창업은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행여라도 취업이 안되면 창업하면 되지라고 생각하거나, 창업했다가 취업하면 되지라고 생각한다면, 스스로가 마치 2개의 자아를 지닐 수 있는 사람인지 잘 판단해 봐야 합니다.
(아, 물론 제가 하는 얘기의 전제는, 취업과 창업의 현장에서 '잘 하고 싶은' 사람들의 경우입니다. 그냥 대강 묻어갈거라면 사실 어디서 뭘 하든 인생은 다 비슷해요ㅎㅎㅎ 참고로 그런 인생을 비난하는 거 아닙니다~ 그것도 정말 강한 멘탈이 필요하죠~나름 존경합니다~ 아, 다음에는 '대기업에서 정년 채우기'를 주제로 한 번 써야겠네요~)


여러분, 종종 드라마 보면 멋있는 실장님들 나오잖아요~ (유독 30대 기획실장에 잘 생기고 옷도 잘 입고ㅎㅎ) 그런 실장들은 마치 본인이 회사의 주인인것처럼 대단한 권력을 행사하죠. 그런 분들 보면 우리도 취업해서 얼른 실장되고 싶죠. 하지만 사실 현실에서 회사생활은 너무나 다릅니다.


회사원이 된다는 것... 이것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저는 회사원은 지위가 높건 낮건, 책상에서 일하건 밖에서 일하건,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건 아니건... 본질은 똑같다고 봅니다. '나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이 시키는 일을 잘 해내는 것'. 사실 우리 사회는 이상한 평등주의가 있어서 이런 식의 정의에 대해 뭔가 마음 속으로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느끼는 분들이 많을텐데요. 현실은 정말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이게 뭐 대단히 자존심 상할만큼 굴욕적인 것도 아니에요. 일종의 건전한 계약관계인거죠. 내가 돈을 받으니, 나는 당신을 위해 당신이 시키는 일을 완수하겠다... 이 마인드를 비꼬아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물론 여기에서 고용주의 윤리와 의무, 혹은 근로자의 윤리와 의무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그 부분은 오늘의 논제와는 별개의, 중요하지만 여기서 다룰 필요는 없는 얘기죠) 
다시 말해 취업을 한다는 건 내가 기꺼이 누군가의 주문을 잘 처리해주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마음이 없이 취업을 하면 스스로 정말 괴롭습니다. 매일 매일 자존심 깎이고 사표 던지고 싶죠...


창업을 한다는 것... 이것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회사원과는 전혀 다른 본질이죠. '모든 것을 내가 책임지고 감수한다'는 것이 창업의 본질입니다. 자칫 창업을 발명왕 선발대회에서 멋있게 작품 하나 만들어 내면 되는거 아닐까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큰 오산입니다. 혹은 파트너나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을 '잘 완수해주면 되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분은 취업하셔야 하구요. 우리 사회에 많은 분들이 창업을 하는데 그냥 끓는 피로 우뚝 서고 싶어합니다. 그 뒤에 뒤따라 오는 많은 책임과 의무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하지 않죠. 또 그 누구도 그런 부분에 대해 얘기해주지 않습니다. 창업을 한다는 것, 대표이사가 된다는 것은 법인에서 일어나는 모든 성과에 대해 인정을 받는 꼭지점이자, 법인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와 법적 소송 등의 책임을 지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종종 창업가를 떠올릴 때 우리는 스티브 잡스를 얘기하죠. 그는 오로지 제품개발에만 몰두했고 나중에 창업파트너들과 투자자로부터 외면 받고 오히려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하죠. 그 파트너들과 투자자들이 못됐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저는 그 파트너들과 투자자들은 그 시기에 맞는 결정을 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책임을 온전하게 지는 것이 창업주였던 스티브 잡스가 감당해야할 몫이었던 것이구요. 그래서 저는 스티브 잡스 전기나 영화를 볼 때, 이 부분에서 잡스를 몰아낸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보다, 오히려 잡스가 창업주로서 저렇게 많은 부분을 책임지고 때로는 모든 짐을 지고 가야만 했구나 라는 부분에 초점을 두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두 길의 본질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러니 회사를 성실하게 잘 다니던 분들이 창업하는거... 정말 쉽지 않겠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구요. 물론 불가능하다고 얘기하는 건 아닙니다. 그만큼 아주 많이 어렵다는 겁니다. 저도 창업하고 2년 만에 회사를 접었지만, 회사를 접을 때 즈음에야 비로소 '아 내가 이제야 좀 근로자의 티를 벗은 것 같은데...'라고 느꼈어요. 그러니, 열심히 회사원으로 살아온 분이라면 창업 후에 한 두번은 실패하기 마련일 겁니다.


반대로 창업으로 스타트업 열심히 하던 분들은 회사에 가면 고역일거에요. 맘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무것도 없고, 뭐 하나 하려고 하면 아무도 책임 안 지려고 하고, 그래서 너무 답답해서 "아 그냥 내가 책임진다니까!"라고 윽박질러도 아무도 꿈쩍 안하고ㅎㅎㅎ 속터져 죽을 지경이죠. 이런 분들도 한 몇 년 고생하셔야 조직에 적응하실거에요. 본인의 본분을 찾는 데에 시간이 걸릴 거라는 거죠.


저는 취업과 창업이라는 주제를 그 '본질'을 통해 얘기해드리고 싶었어요. 다시 말해, 그 두 갈래의 길을 생각하실 때 먼저 그 본질을 생각하시고 본인이 그 본질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반드시 짚어보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행여 제 글을 읽으며 남의 일이나 열심히 해주는 걸로 회사원의 본질을 얘기하는 건 너무 비관적인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놀랍게도 저는 그 본질이 전혀 비관적이고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그건 정당하고 건전한 계약관계인 것이구요. 회사의 월급은 아버지가 주시던 용돈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대가없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걸 생각해보면 우리는 노동의 가치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받는 현장에 있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겁니다. 아, 그리고 회사원에게는 창업자에게 없는 유일한 특권이 있죠! 바로 퇴사에요ㅋ 돌/연/퇴/사/ 이게 얼마나 강력하고 무서운 무기인지 모릅니다. 반대로 말해서 창업자에게는 퇴사라는 게 없죠. 엎어질 때까지는 끝까지 지고 가는 겁니다.


무튼, 취업이든 창업이든 무엇이든 꿈꾸시고 도전하십시오. 다만 어느 길에 있든, 어느 길을 바라보든 그 본질을 먼저 생각하시고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는 시간을 꼭 가져보시길 바라는... 선배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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