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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던가? 아마 K가 원부자재 구매담당자로 일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 K가 구매 협력업체에도 전관예우가 있는지 나에게 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나도 업무가 바빠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제 다시 같은 질문을 K가 메일로 보내왔다. 협력사의 전관예우에 대해서 말이다.    

 

협력업체 즉 공급업체는 언제나 제조업체 물량정보에 목말라한다. 특히 양산 품목의 원부자재를 공급하는 업체의 경우, 생산일정에 매우 민감하다. 그들은 생산일정뿐만 아니라 회사 매출에 대한 정보에도 항상 귀를 기울인다. 솔직히 구매담당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업체도 있다. 이러한 경향은 MRO 자재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본인들이 경영하거나 몸담고 있는 회사의 생존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러는 구매업체 출신의 인물을 스카우트(Scout) 하기도 한다. 시중의 로펌(Law Firm)들이 전직 고위관리나 법조 인물을 영입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어떻게 보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는 크게 다르지 않다.   

 

 

협력업체 사장들은 종종 구매담당자와 미팅을 원한다. 따라서 구매팀 사무실을 직접 찾아오거나 사전에 점심 약속을 한다. 납품할 물량이 있을 때, 사무실에 들러 잠깐 차(Tea)를 한 잔 하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구매업체의 분위기나 돌아가는 상황을 정탐(?) 하기 위해서 겸사겸사 방문하는 것이다. 구매담당자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 협력업체의 근황을 알 수 있다. 구매담당자가 별도의 시간을 내어 수많은 협력사를 방문하기란 여간 해서 쉽지가 않다. 특별한 이슈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이슈가 별반 좋은 일이 아닐 경우가 많다. 그래서 평상시에 이런 만남은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 물론 너무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게 적당히 갖는 게 좋다. 구매담당자가 업무에 치이다 보면 이런 시간마저 부담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이는 담당자 스스로 정보채널을 폐쇄하고 고립된 섬에 갇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협력사 입장에서도 구매담당자와의 만남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거래의 공식적인 창구가 되기 때문이다. 담당자가 이걸 깨닫지 못하는 순간, 구매업무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여기서 전직 출신 협력사 사장(들)의 방문 절차를 보자. 그들은 곧바로 구매팀 사무실로 찾아오지 않는다. 생산팀과 개발팀 그리고 임원 사무실을 자기 나름의 정해진 코스대로 순회한다. 개인적인 친분 여하에 따라 CEO를 만나기도 한다. 다들 예전의 선후배가 아닌가? 대략적인 생산일정과 신규 품목의 개발계획 그리고 회사 돌아가는 얘기를 서로 나눈다. 이른바 전관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영업을 확실하게 하는 셈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코스는 역시 구매팀이다. 좀 더 정확히 구매담당자다. 다른 부서와 백날을 애기해도 구매팀이 움직이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협력사와 관련된 여러 부서의 모든 정보가 실질적으로 확인되고 실행되는 곳이 바로 구매부서다. 가끔씩 이런 원리(?)를 모르고 움직이는 협력사 사장(들)도 있다. 왕년의 추억에 아직까지 젖어있는 사람들이다. 과거의 직급이 높았던 사람일수록 이런 증상이 심하다. 회사의 높은 분들(?)하고 애기가 끝났으니, 구매담당자 너는 발주만 주면 된다는 식이다. 여전히 자기가 현직인 줄 안다.    

 

물론 구매담당자가 발주만 주게 되는 경우도 있다. 높은 분들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다. 그래 봤자 한 두 번이다. 발주시점과 납기 조정 또는 분할 수급 등 구매담당자 의지에 따라 협력업체에 공식적인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많다. 구매가 이렇게 대응하지 않으면 협력업체를 관리할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협력사가 높은 분들하고 얘기하지, 누가 구매담당자와 업무를 진행하려고 하겠는가? 그리고 어디 협력업체가 좀 많은가? 더 중요한 것은 구매팀이 바지저고리가 되는 순간, 협력사 관리는 물 건너가게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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