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하면 통한다.
할리우드 콘셉트 디자이너인 스티브 정이 <최고가 되려면 최고를 만나게 하라>에서 그의 성공 비결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결핍이 나를 열정적으로 일하게 만들었다. 너무 가난해 제약이 너무 많았고, 기회가 충분히 채워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내 몸에서 ‘해보고 싶다’, ‘이루고 싶다’라는 간절함이 넘쳐났다. 결핍이야말로 성장을 가져다주는 가장 센 동력이다.”
과거 우리는 헝그리 정신이란 것이 있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나 딸로 태어나 이 가난을 더는 나 다음 대까지 물려주지 않겠다는 절실함으로 맨 손으로 시작하여 자수성가한 성공스토리를 많이 들어왔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육상 챔피언이 되었다던가 온갖 잡일을 하며 수백 번의 오디션의 낙방 끝에 지금은 스타가 된 사람들도 있다. 한국전쟁 때 북한인 고향과 가족을 버리고 홀로 남한으로 이주하신 아버지 밑에서 60~70년대의 가난을 어린 마음에도 뼈저리게 느꼈었던 나도 그 당시를 생생히 기억한다.
그때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절실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반대로 생각하면 기회도 많았던 시절이었다. 상당수의 초대 기업 오너들은 60년대 발전과 성장의 기회가 넘쳐났던 우리나라에서 절실함과 절박함으로 무장된 열정 하나로 기회를 움켜잡고 끈질긴 노력으로 기업을 일구어냈다. 시대가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들었고, 또 그래야 먹고살 수 있었던 시대였다.
공자는 논어(論語)에서 “군자는 힘들고 궁한 상황에서 위대한 답을 찾아낸다(군자고궁 君子固窮)”라고 하였으며, 주역에서는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게 되고, 통하면 영원하리라(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窮卽變, 變卽通, 通卽久).” 하였다. 즉, 궁하면 통하는 것으로, 절실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손자병법이 말하는 절실함, 분주파부(焚舟破釜).
빠른 경제성장으로 우리나라는 상당히 부유한 나라가 되었다. 우리 부모님 세대, 할아버지 세대의 헌신과 노력과 고생은 그들의 바람대로 후대에게 경제적 여유를 물려주게 되었지만, 상대적으로 절실한 어려움 끝에 이루어내는 도전 정신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나는 신입사원들을 면접 볼 때 그들의 스펙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었다. 물론 회사 입사의 적격기준에는 당연히 들어야 하지만, 출신 대학과 전공을 그리 보지는 않았다. 내 경험상으로는 어차피 회사에서 전부 다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더 빨리 배우고 깨우치며 몸으로 실행할 수 있는 열정과 바른 태도를 가지고 있느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절실함은 무엇일까? 이제는 물질적인 것이 아닌 마음가짐이며 일에 임하는 자세일 것이다. 손자병법 구지(九地) 편에서도 무기나 군수물자가 아니라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는 절박감이 전쟁에서 승리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내용으로 `분주파부(焚舟破釜)` 라는 말이 나온다. 배(舟)를 불태우고(焚), 솥(釜)을 깨트린(破) 병사들은 이제 전투 지면 타고 돌아갈 배도 없고 더는 밥을 해 먹을 수도 없는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오로지 승리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될 수밖에 없다.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같은 손자병법 구지 편에 `등고거제(登高去梯)`란 말
이 나온다. 전투 날짜가 결정되면 마치 높은 곳(高)에 올려놓고(登) 사다리(梯)를 치우듯이(去) 해야, 절실함 속으로 자신을 던져 이번 전쟁에 지면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불굴의 정신력을 갖추게 된다는 뜻이다.
손자병법을 통해서 과거 전쟁에서도 군사들의 절실함과 절박함이 승리의 중요 요인임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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