Χ

추천 검색어

최근 검색어

외국계라고 다 같은 외국계가 아니다

외국계 투자 자본에 의해 설립된 회사라 할지라도 그 목적에 따라 법인의 유형과 그에 따른 특징은 크게 갈린다. "그냥 일만 할 수 있으면 되었지 굳이 법인 유형까지 감안해야 하나요?"라고 물을 수도 있겠으나, 같은 직무라도 법인의 형태에 따라 업무의 난이도와 성격은 하늘과 땅 차이다.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커리어 빌드를 쌓아 나가는 중요 포인트가 바로 이 법인의 유형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외국계 회사는 어떤 유형으로 나눌 수 있을까? 크게 법인의 설립 목적 및 투자 형태에 따라 그 모습은 6가지로 나뉜다. 따로 사전적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외국계 회사 생활을 겪으며 느낀 경험에 기초하여 구분한 것이고 어휘의 선택은 국내 대기업에서 자사의 해외법인을 규정할 때 쓰는 용어를 많이 차용하였다. 따라서 국내 대기업에서 해외법인 관리 업무 경험이 있는 독자의 경우 친숙한 어휘가 많을 것이다.   

■ 사업목적에 따른 법인의 형태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①판매법인, ②생산법인, ③연구법인, ④기타 특수 목적 법인으로 나뉜다.   

1. 판매법인 

 

국내에 진출 한 수 만개의 외국계 사업체 중 90% 이상에 해당되는 유형이다. 본사 혹은 제3국에 위치한 자사의 생산법인(공장)에서 제조된 물품을 국내로 수입해 와 단순 판매하는 형태의 법인이다. 단순 무역업 형태의 법인으로 보통 시장 초기부터 해당 법인을 설립하여 진출하기보다 먼저 국내에 수입사를 선정하여 해당 수입사에게 물품을 납품하며 시장 추이를 지켜보다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판매 실적이 오르면 해당 수입사를 거치지 않고 본인들이 시장에 직접 진출하기 위해 설립한다.  

한국은 개발도상국처럼 인건비가 저렴하지 않은 반면 국민 1인당 구매력이 높기 때문에 생산공장을 직접 진출하기보다 이러한 판매법인 형태의 법인이 대다수이다. 최근에 국내에 진출하고 있는 IT 기업들도 여기에 해당하는데, 본사에서 메인 서비스를 개발하면 국내에서는 그 개발된 서비스를 국내 시장에 맞게 유지 보수하여 제공하는 형태의 판매법인이라 볼 수 있다.  

업종 자체가 단순 무역업이기 때문에 업무의 난이도 자체가 높지 않다. 따라서 일부 재직자들 중에는 소위 이러한 판매법인으로 가는 것을 꺼리는 이들도 분명히 있다. 소위 '물경력' 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판매법인 형태의 무역업에서의 경력은 제조업 기반으로 이직할 때 크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물경력' 을 만들지 않기 위해 고의적으로 판매법인으로의 이직을 꺼려하는 재직자들도 있다.

예를 들어 인사 업무만 보더라도 판매법인에서는 전 직원이 사무관리직이기 때문에 급여 계산부터 복리후생의 차등 채용까지 업무가 비교적 단조로운 편이다. 하지만 생산법인 형태의 제조업으로 가면 관리직과 생산직의 급여 테이블이 다르고 생산직을 3조 2교대로 돌릴 것인지 4조 3교대로 돌릴 것인지 시간 타임당 OT 계산과 외국인 근로자가 있을 경우 이를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면 거쳐야 할 행정업무(비자발급 등) 혹은 용역 파견 업체를 쓴다면 파견업체 관리를 해야 하는 등 그 업무 난이도가 확연히 올라간다.

또한 판매법인은 단순 무역업이니 만큼 대부분 영세한 업체인 경우가 많다. 적은 경우 5~30인 정도의 소규모 사무실만 차려 놓고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가 많고 이 말은 다시 해석하면 언제든지 국내 시장에서 폐업 절차를 밟고 철수해도 그다지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말과 같다. 반면 생산법인(공장)의 경우 공장을 설립하는데 따른 토지, 설비, 기계장치에 대한 투자비용이 크기 때문에 사업 철수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고 설사 사업이 철수된다 하더라도 타사에 매각하는 형태로 진행되어 고용이 보장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2. 생산법인 

쉽게 말해 공장이다. 제조와 생산을 주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 인건비가 높은 국내 시장 환경 상 단순 임가공이나 식품회사보다 정밀기술을 요하는 화학산업 혹은 반도체 및 자동차 부품 산업 등에서 고객사인 국내 대기업에 납품을 목적으로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 판매법인처럼 이면도로에 작은 사무실만 하나 구해놓고 소규모로 운영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 보니 상대적으로 자본금 투자가 크고 채용 인력 규모도 방대하다.

판매법인 형태로 먼저 사업을 영위하다 매출실적이 확연히 증가함에 따라 고정비를 낮추려는 목적으로 혹은 국내 주요 고객사의 설립 요청으로 투자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완제품 제조업 업체들의 경우 자신들의 1차 공급사(Supplier)가 자신의 생산기지 혹은 본사 옆에 같이 진출하여 자사의 생산계획에 맞춰 유연하게 부품 공급이 이루어 지기를 희망한다.

품질 문제가 발생하여 대규모 환입이 이루어 지거나 생산계획이 변경됨에 따라 즉각적인 공급계획인 바뀔 경우를 대비한 방책으로 자사의 공급사를 자신의 사업장 바로 옆에 진출하게 함으로써 부품 공급 측면의 리스크를 상쇄시킬 수 있으며, 고객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공급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매출처를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업무적으로는 그 난이도가 판매법인보다 월등히 높다고 할 수 있다. 단순 유통업이 아닌 제조 공정이 들어가기 때문에 생산관리나 품질관리 부서와 같이 판매법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규부서가 필요하고 이러한 신규 부서에 따라 기존 부서 역시 유관 업무가 같이 늘어난다. 예를 들어 재무의 경우 판매 법인에서 AR, AP, TR 정도의 메인 잡만 있으면 운용이 가능하나 생산법인으로 넘어오면 여기에 Costing(원가) 업무가 추가되고 이 원가 업무 자체는 품질 및 생산관리 업무 전체와 다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당연히 결산 자체가 그만큼 복잡해지고 여기에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이전가격(TP) 문제까지 겹친다면 판매법인의 재무 업무와는 그 난이도가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업무 난이도로 인해 '워라밸'을 추구하는 재직자들은 생산법인 보다 판매법인 근무를 선호하는 편이며, 생산법인들 대다수가 지방에 위치해 있기에 수도권 지역 내 생산법인이 아니라면 선호하지 않는 경향도 크다.   

3. 연구법인

 

R&D 거점 혹은 연구소를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데 일부 큰 규모의 외국계 회사에서는 국내에 연구거점을 가져가 운용하는 회사들이 존재한다. 연구법인만 독자적으로 진출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기존에 운영되고 있던 사업체에 부수적으로 연구조직을 운영하는 형태로 많이 운용하고 있어 국내에서는 '법인(Entity)'이라는 용어를 쓰기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국내에 위치한 연구소들은 대게 원천기술을 개발한다기보다 국내 고객사에게 맞는 Application 개발을 위해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내 대기업 출신들이 이직해 오는 경우가 많으며 품질 부서 및 엔지니어들과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단 이런 형태의 조직의 경우 오히려 판매 행위를 주목적으로 하는 형태의 법인이 아니니 만큼 상대적으로 지원부서 직무에서는 업무 난이도가 한 단계 낮아 생산법인보다는 업무가 좀 더 수월 할 수도 있다.   

 

4. 특수 목적 법인

지역본사(Regional HQ, 이하 RHQ)나 물류 법인 등의 형태다. 국내에서는 연구소 보다도 찾아보기 힘든 유형으로 보통 싱가포르나 홍콩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들 국가는 과거부터 물류거점으로 성장해 오며 해당 지역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중간 교두보 역할을 해왔는데 많은 회사들이 이곳에 아시아-태평양(Asia-Pacific, 이하 AP) 지역본사를 설립하여 해당 지역 내 국가들의 지점들을 중간 관리하는 역할로 활용하였다.  

아마 국내 외국계 회사들 대부분이 이들 RHQ에게 보고라인이 설정된 경우가 많아 재직자들에게는 낯선 개념이 아닐 것이다. 다만 드물게 싱가포르나 홍콩에 AP RHQ를 두지 않고 한국 내에 RHQ를 두는 업체들도 있는데, 국내 시장 특성상 조선, 반도체, 엔지니어링 관련 업체들의 경우 한국에서 타 아시아 국가까지 컨트롤 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국내에 RHQ를 설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경우 AP RHQ에 해당하는 임원이 상주하기 때문에 법인 규모가 자연스레 커질 수밖에 없고 외국인 주재원이 상대적으로 일반 레벨의 법인보다 비중이 높을 수 있어 커리어 빌딩을 할 때 유리하게 작용한다.

 

 

■ 투자 형태에 따른 법인의 형태 

투자 형태에 따라서는 크게 2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①합작법인, ②합병법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1. 합작법인(Joint-Venture)

국내 기업과 일정 비율을 가지고 투자금을 나누어 같이 출자한 형태의 법인이다. 보통 한쪽이 다른 한쪽에 비해 우위에 있는 기술을 갖고 있는 경우 이에 대한 기술이전을 목표로 하여 합작투자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70~80년대에는 주로 한국이라는 시장이 안정적인 진출 환경이 담보되지 않았던 만큼 외국계 회사들이 국내에서 유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업체들과 합작하여 합작법인을 먼저 설립 한 뒤 시장 반응을 지켜보고, 일정 정도 성과가 나오면 국내 투자사의 지분을 인수하여 경영권을 다시 사 오는 형태로 많이 진출하였다.

최근에는 이런 경우보다 기술적 우위에 따른 기술이전 대가를 목적으로 합작법인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금융시장 개방화와 맞물려 이러한 형태의 기술 합작법인이 많이 탄생하였다. 하지만 원하는 목적인 기술이전이 지지부진한 경우 협력관계가 청산되어 다른 한쪽에 지분을 매각하고 철수하는 경우가 많아, 지금은 과거처럼 기술이전 목적을 위한 합작법인 투자가 많이 줄어든 편이다.

과거 보쉬에서 자사가 부족한 2차 전지 기술력 향상을 위해 삼성 SDI와 함께 설립하였던 SB리모티브가 대표적인 예로 현재는 보쉬에서 사업 철수를 결정하여 삼성에서 보쉬 측 지분을 전량 인수한 뒤 삼성 계열사로 완벽히 편입시켜 버렸다. 반대로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나 만도브로제처럼 여전히 끈끈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공동운영을 계속하는 회사들도 존재한다.  

이들 합작법인의 장점으로는 지분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5:5 합작에 따른 공동운영을 원칙으로 하는 만큼 외국계의 합리적 문화와 국내 대기업의 급여 수준을 모두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 합병법인(M&A)
과거 IMF 사태 때 수많은 국내 대기업들이 도산하며 그 계열사들이 매물로 나왔는데, 이때 외국계 자본에 매각되어 현재는 외국계 기업의 간판을 달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대우자동차가 전신인 한국 GM부터 한화 베어링이 전신인 셰플러코리아, 대우기전이 전신인 구 한국델파이(현 이래오토모티브)까지 수많은 회사들이 간판을 바꿔 들고 외국계 자본에 편입되었다.

이들 법인의 특징은 인수합병 이전 구 대기업 출신들 직원들과 인수합병 이후 채용된 신규 직원들 간의 문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합병을 주도한 모 회사의 시각에 따라 이 부분은 달라질 수 있는데, 구 직원들의 역량을 낮게 평가하는 회사의 경우 신규 조직 세팅을 위해 신규 직원을 우대하거나 구 직원에 대한 정리해고 절차에 돌입하여 물갈이를 한 경우도 있고, 반대로 구 직원들의 성과를 인정하여 조직 내에 잔류할 수 있도록 배려한 회사도 있을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소위 국내 대기업의 꼰대 문화가 남아 있을 수 있어 개인적으로 좋게 보지 않는 편인데, 회사가 매각되어 새로운 주인을 찾았을 때는 구 기업문화의 쇄신을 통한 새로운 조직문화 이식을 위해서라도 구 직원에 대한 인사조치가 빨리 이루어져야 새로운 이직자들에게 더 큰 기회를 열어 줄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콘티넨탈이나 보그워너 같은 외국계 회사들의 경우 국내에 진출할 시 신규법인 설립보다 이미 기존에 동종업계에 진출해 있는 국내 중소기업을 인수하여 자사의 한국법인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이들 회사의 경우 한국 내에 단일 법인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이 매물로 나오면 인수를 하여 관계사로 편입하기 때문에 복수의 법인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어 콘티넨탈의 경우도 국내에서 콘티넨탈오토모티브시스템, 콘티넨탈오토모티브일렉트로닉스, 콘티테크플루이드 등 다수의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 경우 해당 복수의 법인들이 같은 콘티넨탈의 이름을 쓰며 한 울타리 안에 있지만, 전신이 되는 합병 이전의 기업의 복리후생과 급여 테이블이 그대로 계승되기 때문에 근무조건과 연봉 수준은 천지 차이로 법인에 따라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준하는 근로조건을 갖춘 곳부터 열악한 중소기업 수준인 곳까지 그 차이가 현격하다.

따라서 이름만 콘티넨탈일 뿐이지 타 관계사에 비해 열악한 근로조건을 갖추고 있는 법인의 경우 조직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음으로 회사의 이름만 보고 근무를 결정하기보다 해당 각개 법인의 연혁과 근로조건을 좀 더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출처: https://fcrecruiting-go.tistory.com/24 [외국계 취업  GO - 외취고]

나팀장 작가님의 글 더 보러가기



최근 콘텐츠


더보기

기업 탐색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