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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도 있을 거 같아요. 상사를 꼭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하나요? 네, 직장 생활을 잘, 그리고 평화롭게 하고 싶다면요.


상사는 업무에 한해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입니다. 옆 자리 대리님이 아무리 친하고 나를 좋아해 준다 해도, 협력사와 이슈가 있어 곤란한 상황일 때 해결해 주지는 못해요.
또한, 상사는 업무에 한해 나에 대한 가장 큰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죠. 임원방에 자리 잡은 본부장님이 우리 팀장보다 직급은 높을지언정 내가 올린 보고서의 제1의 결재자는 아니거든요.


회사 내에서 나에게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자 나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갖는 사람이니, 적으로 두는 것보다 내 편으로 두는 게 회사 생활에 훨씬 이롭겠죠?
어떤 기술들을 발휘하면 상사를 내 편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하나, 독심술을 발휘하세요.

첫 판부터 장난질도 아니고 웬 독심술이냐고요? 상사가 질문이나 요청을 할 때 그 마음 즉 의도를 읽으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팀장: 다따 대리, 제안요청서 작성 잘 되고 있어요?

다따: 네, 팀장님. 잘 되고 있습니다.


굉장히 친절하고 예의 바르지만, 물색이 없는 대답입니다. 팀장은 정말 '잘 되고 있는지'가 궁금했을까요? 아니죠. 위의 팀장 말을 독심술로 해석해 볼게요.



팀장: 다따 대리, 제안요청서 작성 잘 되고 있어요?

(팀장의 마음 속: 진도는 얼마나 뺐지? 마감까지 할 수 있지? 수정해야 할 게 많으면 어쩌지? 불안하고 걱정돼)



어떤 팀원에게 무슨 일을 주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일을 주고 난 후 팀장은 궁금증과 불안감을 느낍니다.
얼마나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지만, 너무 닦달하는 것처럼 보일까 싶어 소심해지기도 해요.
그래서 '잘 되고 있냐'라고 넌지시 물었는데 '잘 되고 있다'라고 간단히 답하면 뭐라 하지도 못하고 속이 쓰립니다.



아래처럼 답해 준다면 상사의 불안감을 해소해줄 수 있겠죠?



다따: 네, 팀장님. 전년도 자료 대비해서 오프라인으로 할 수 있는 행사 추가해서 제안해 달라는 방향으로 작성하고 있고요.
사업비나 기간 등 기타 사항은 지난번 회의에서 결정된 대로 작성하였습니다. 절반 정도 작성했는데 잠깐 보여 드릴까요?



다른 예시 하나를 더 들어볼게요.



팀장: 다따 대리, 이번 프로모션 아이템 판매 얼마나 나오고 있어요?

다따: 네 팀장님, 어제 오후 6시 기준으로 250개 판매되었습니다.



이번에도 표면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 답변입니다. 하지만 '얼마나'가 정말 수량만을 궁금해서 한 말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관리자들은 일의 디테일까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250개라는 판매량이 많은 건지 적은 건지, 잘 나오고 있는 건지 아닌지 모를 수 있습니다.
물론 이건 사람by사람이긴 합니다. 어떤 팀장들은 실무자보다도 잘 알기도 해요. 하지만 대부분은 아닙니다.
250개라는 절대적 수치가 어느 정도인 건지 판단할 수 있게 상대적 정보를 같이 줘야 해요. 아래와 같이 답변하면 되겠죠.


다따: 네 팀장님, 어제 오후 6시 기준 250개로, 총 목표 수치의 65% 수준입니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이 정도면 목표의 120% 초과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독심술이라고 표현을 했습니다만, 결국 '맥락을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상사의 말을 액면으로만 해석하지 말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목적으로 저런 말을 하는 거지?'를 알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비단 상사만이 아니라 직장생활에서 혹은 일상생활에서의 대화에서도 맥락과 의도를 잘 캐치한다면 '이 사람과 대화 잘 통하네', '센스 있네'라는 인상을 줄 수 있을 거예요.
겪어보니,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센스'라는 건 결국 '맥락을 읽는 능력'이더라고요.




둘, 상사의 시간을 아껴주세요.


다른 글에서도 언급한 적 있는데요. 직장인 사이에서 최고의 배려란 '상대의 시간을 아껴주는 것'입니다. 바쁘디 바쁜 현대사회잖아요.
게다가 관리자들은 의사결정을 하거나 신경 써야 할 일의 가짓수가 많아요. 보기에는 일 없이 노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노는 관리자들도 있긴 하죠;;).



상사의 시간을 아껴준다는 게 거창한 걸 얘기하는 건 아니에요. 도움을 청하거나 질문을 할 때, 상사가 생각하거나 행동해야 할 단계를 줄여주면 돼요. 이것도 예를 들어 설명할게요.



제안서를 ppt 파일로 만들고 있는데, 이런 표현(단어나 문장)을 써도 되는지 잘 모르겠는 상황입니다.
재택근무 중인 상사에게 보여주고 물어보고 싶다면, 파일을 통째로 보내주고 '10p의 첫째 줄을 봐주세요'라고 하는 것보다는 해당 페이지를 캡처해서 이미지를 보내 '첫째 줄 문구 봐주세요'라고 하는 게 좋아요.



앞선 방법으로 보내면 상사가 파워포인트 파일을 열고 10번째 장으로 이동해서 첫째 줄을 봐야 하잖아요.
이미지로 딱 그 부분만 보내면 단계를 줄여서 빨리 확인할 수 있겠죠. 상사의 시간을 아껴줄 수 있는 겁니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볼게요. 이번에는 질문을 할 때입니다.



다따: 팀장님, 우리 주말 출장 서비스요. 모든 가맹점에서 하고 있는 서비스인가요?

팀장: 음.... 아닌 걸로 아는데. 본사에서 권장하기는 하지만, 지방 가맹점 중에는 안 하는 곳도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왜요?

다따: 아, 이번 사외보에 들어갈 A지점 가맹점주 인터뷰 내용 중에 있는데, 빼야 하나 해서요.

팀장: 네, 빼는 게 좋겠네요.



같은 내용이지만 아래처럼 질문한다면 어떨까요?



다따: 팀장님, 사외보에 들어갈 A지점 가맹점주 인터뷰 중에 주말 출장 서비스가 언급되는데요. 모든 가맹점에서 하는 서비스가 아닌 걸로 알고 있어서, 빼는 게 어떨까요?

팀장: 네, 그렇게 합시다.





생각이나 답변의 단계를 줄여주는 게 담당자에게는 큰 차이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사는 한 명이 아닌 여러 팀원의 질문에 답하고 판단을 내려줘야 해요.
상사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나의 시간을 아껴주는 팀원이 매우 고맙게 느껴질 겁니다.




셋, 스몰토크를 활용하세요.


상사와의 대화 기회가 꼭 공식적인 업무시간에만 있는 건 아닙니다. 같이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실 때 이른바 스몰토크의 기회가 있죠.
이때를 잘 활용하면 업무 진행에 아주 요긴해요. 각 잡고 보고하면서 하기에는 좀 짜치다 싶은 그런 사항들을 이때 가볍게 얘기하는 겁니다.



"팀장님, A협력사에 새로운 담당자요. 좀 더 지켜보긴 해야겠지만 실수가 좀 잦은 거 같아요. 신입은 아니라는데 업무 파악도 좀 늦는 거 같고요."라든가 "이번에 B사에서 새로운 상품 출시 준비 중이라는 기사가 떴던데, 팀장님도 보셨어요?"라든가 "이번에 기획하는 이벤트 상세페이지 콘셉트 고민이 많이 돼요. 레퍼런스로 찾아본 페이지들이 좀 있는데 시간 되시면 이따 같이 좀 봐주실 수 있어요?"라든가요.



이런 스몰토크가 요긴한 이유가 뭐냐면요. 첫째, 내 업무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들을 상사에게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관리자는 모든 일의 디테일들을 다 알지 못해요.
그런데 우리가 뭔가를 보고하려면 그 디테일들이 필요할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보고 중에 그걸 다 쏟아내면 어떨까요? 상사는 머리가 아플 거예요.
부지불식간에 새로운 정보가 막 쏟아지는데 안 그러고 배기겠어요? 그런데 상사가 그 디테일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럼 보고가 훨씬 수월해지죠.



예를 들어 'A협력사 담당자는 실수가 잦은 편'이라는 정보를 알고 있는 팀장과 모르고 있는 팀장이 있어요. 같은 보고를 해도 아래와 같이 반응이 다를 거예요.



(아는 팀장)

다따: 팀장님, A협력사에서 보낸 데이터에 오류가 있어서요. 방금 지원팀에 데이터가 넘어갔는데 급히 얘기하고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팀장: 뭐? 왜 오류가 있어요?

다따: 그게, 그 새로 온 담당자가 잘못 기입을 했어요. 제가 더블체크했는데 놓쳤습니다. 죄송합니다.

팀장: 아, 그 담당자. 알겠어요. 빠르게 수습하세요. 담당자 교체 요청 검토해볼게요.



(모르는 팀장)

다따: 팀장님, A협력사에서 보낸 데이터에 오류가 있어서요. 방금 지원팀에 데이터가 넘어갔는데 급히 얘기하고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팀장: 뭐? 왜 오류가 있어요?

다따: 그게, A사의 새로 온 담당자가 잘못 기입을 했어요. 제가 더블체크한다고 했는데, 워낙 그 담당자가 실수가 좀 잦아서요. 업무 파악도 좀 덜 된 거 같고요.

팀장: 그걸 왜 이제 얘기해요? 더 큰 사고 생기면 어쩌려고.

다따: 그게 기회가 없어서 따로 말씀을 못 드렸어요. 죄송합니다.

팀장: 하...진짜. 일단 넘어간 데이터부터 수습하세요.



확실히 모르는 팀장 쪽이 훨씬 빡쳤음을 느낄 수 있죠. 팀에서 유독 보고를 빠르고 쉽게 하는 사람을 관찰해 보면 느끼실 거예요.
보고 스킬의 차이도 물론 있겠지만, 스몰토크를 잘 활용한다는 특징도 있다는 것을요.



업무 관련 스몰토크가 요긴한 두 번째 이유는요. 일잘러 이미지 형성입니다. 연예인만큼은 아니지만 직장인도 어느 정도는 이미지로 먹고 산다고 생각해요.
일 잘하는 이미지, 일에 진심인 이미지는 직장인에게 꽤 큰 도움이 됩니다.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거든요.
밥 먹을 때마다 연예인 가십 이야기를 하는 팀원과 업무 관련 이야기를 하는 팀원 중 누가 더 일 잘하는 이미지 일지는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넷, 화룡점정의 기회를 주세요.


일을 하다 보면 자존감의 중요성을 몸소 느낄 때가 많아요.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자면, 자존감이라는 게 '자아존중감'이 의미도 있지만, '자아존재감'의 의미도 포함한다고 해요.
자아존재감은 '내가 있다'는 상태를 느끼는 걸 말한다고 하고요. 회사에서는 여기에 하나를 더해 '내가 (쓸모) 있다'라고 느끼는 게 자아존재감인 거 같아요.
내 존재가 조직에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자괴감이 들고 일에 대한 동기도 떨어지죠. 반대로 쓸모 있다고 느끼는 순간 자존감과 뿌듯함, 더 잘하고 싶다는 동기를 느낄 수 있죠.



리더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해요. 자신의 존재가 팀에 쓸모 있다고 느낄 때 기분이 좋아지죠. 그리고 그 쓸모가 다른 팀원들의 그것과 조금은 다른,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느낀다면 더욱 짜릿하겠죠.
그 짜릿함을 선사해주는 팀원이 있다면 상사는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요청이라도 이렇게 바꿔서 해보세요.



팀장님, 할인 이벤트 연장하려면 개발팀에 업무 요청을 해야 하는데요. 개발팀장님한테 얘기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 팀장님, 할인 이벤트 연장 때문에 개발팀에 업무 요청을 해야 하는데요. 팀장님께서 개발팀장님에게 먼저 얘기해주시면 요청이 훨씬 수월할 거 같습니다.



전자와 후자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역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니까. 용의 눈동자를 찍는 자 나야 나'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겁니다.




다섯, 관심을 가지세요.


상사가 너무 편하고 좋은 직장인은 별로 없겠죠. 하지만 상사를 내 편으로 만들려면 어쨌든 그 사람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일을 바라보는 관점은 어떠한지, 특히 관심을 두는 업무는 무엇인지, 어떤 상황에서 유독 스트레스를 받는지, 의사결정을 할 때의 기준은 무엇인지, 선호하는 보고 스타일은 무엇인지 등등을 파악해 두면 업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여섯, '평가자'가 아닌 '조력자'로 여기세요.


상사는 분명 나를 평가하는 사람이 맞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방점이 찍혀버리면, 일을 제대로 해내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이 보고서를 보고 내 업무 능력을 안 좋게 평가하면 어쩌지?', '이번 회의에서 저 팀원보다 좋은 의견을 내야 할 텐데'와 같은 잡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이런 생각이 업무에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더 나은 결과물을 보여주려고 중간보고를 하지 않아 서로 시간 낭비를 하게 만든다거나 이슈가 생겼을 때 바로 보고하지 않아 수습을 어렵게 만든다거나 잘 모르는 내용도 아는 척 해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하는 과오를 저지르게 되거든요.



어차피 제대로 된 능력을 가진 상사라면, 단면만 가지고 팀원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상사에게 보여주기 위한 모습을 가지고 평가하지도 않고요.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업무 능력을 보지요. 그러니, 좋은 평가를 받으려는 마음을 앞세워 일할 필요 없습니다.



그보다는, 상사를 '나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 '필요할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긴다면 업무를 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솔직할 수 있으니까요. 판단 내리기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기꺼이 의견을 물을 수 있고, 이슈가 생겼을 때 빠르게 도움을 청할 수 있어요. 상사 입장에서도 솔직하지 않은 팀원은 못 미더울 거예요. 상사를 내 편으로 만들려면 솔직해야 합니다.





직관적으로 표현하려고 '내 편으로 만드는 기술'이라고 했지만, 결국 상사에게 '인정과 신뢰를 받는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상사에게 받는 인정과 신뢰는 직장에서의 보상과 기회로 작용할 겁니다.
정말 미워 죽겠는 관계가 아니라면 노력해 봅시다. 상사를 내 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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