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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날 아침이 밝았다. 면접 전 날 까지, 살면서 거울 속 내 모습을 제일 많이 본 경험이 아닐까 한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속옷 차림 위에 정장 상의만 걸치고는 의자를 가져와 전신거울 앞에 앉았다. 그리고 자기소개와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수 없이 반복했다. 물론 한국어와 영어 두 가지 버전으로. 자다가 툭 치면 대답이 나올 정도로 연습했다. 그것이 면접을 통과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었다.


 30분 전에 도착하기 위해 칼주름이 잡힌 정장의 옷매무새를 정돈하고는 깨끗이 닦아 두었던 광나는 구두를 신고 집을 나와 서둘러 회사로 향했다. 회사가 다가 올 수 록 점점 가슴은 빨리 뛰기 시작했다. 회사 앞에 도착하니 버스를 타고 지나치며 보았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문을 들어섰을 때 세련되고 웅장한 외관에 압도되어서 묘한 긴장과 흥분을 느꼈다. 


 떨리는 마음을 안고 면접 장소에 도착하니 이미 그곳엔 7~80여명의 지원자가 모여 있었다. 하나 같이 새카만 검은 정장을 입고 손에는 A4 종이를 든 채 입을 중얼 거리며 면접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굳은 표정의 모습들이었다. 나는 덩달아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1시간여의 대기시간이 지났을 때 세 명의 이름이 호명이 되고 나와 같은 모둠이 된 사람들과 함께 면접장으로 향했다. 문 앞에 서서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면접장의 문을 열었다.





 면접장에는 총 4명의 면접관들이 앉아 있었다. 모두 날카로운 눈빛으로 책상위에 놓여있는 입사 지원서들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더욱 긴장됐다. 나는 3명 중 맨 왼쪽에 자리를 배정 받은 뒤 자리에 앉았다.


 이윽고 면접이 시작됐다. 


“먼저 오른쪽 지원자부터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맨 오른쪽 지원자부터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저는 OO대학교를 졸업하고…….


‘응?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을 졸업했다고?’


최고의 대학을 나온 면접자는 자기소개 또한 멋지고 깔끔하게 해냈다. 자기소개를 마친 뒤 다음 중간에 있는 면접자가 이어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OO대학교 OO학과를 졸업한 OOO입니다!


‘응? 저 대학은 친척 누나가 그렇게 들어가고 싶어서 3수 끝에 입학한 대학인데?’


점점 초초해지기 시작했다. 대학에 입학과 졸업을 간신히 해낸 나는 순식간에 주눅이 들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할 때 즈음 옆 면접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상입니다!”


생각이 정리가 안됐는데 내 차례가 되었다. 순간, 수백 번 외웠던 자기소개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간신히 기억 속 A4 용지의 첫 단어를 기억해 내곤 입을 열었다. 모든 면접관의 눈이 나에게 쏠렸다. 


“안녕하십니까! 금번 OOO 회사에 지원드리는 지원자 o! o! o! 입니다!”


한번 입에서 나온 말은 자연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수백 번이고 연습했던 입은 익숙해져 있는 듯 술술 나오기 시작했다. 


    이 후 몇 가지의 의례적인 질문들이 오가며 마음은 점점 안정을 찾아갔고 예상 질문들에 빠르고 정확하게 대답을 하며 면접은 30분을 지나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영어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면접관이 말했다. 내가 제일 공을 들였던 부분이다. 제일 먼저 최고의 대학을 졸업한 면접자가 입을 땠다.


“렛미인트로듀스 마이셀프.”


로 시작한 그는 1분 동안의 자기소개를 무난하게 소화했다. 면접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듣기에도 군더더기 없는 자기소개였다. 


“자, 다음 면접자 말씀하세요.”


면접관의 말이 이어지고 이번엔 모든 눈이 가운데 면접자에게 쏠렸다. 그런데 그가 우물쭈물 하기 시작했다. 불안한 듯 손은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른 뒤 그는 입을 땠고 모기 같은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아이엠 쏘리…….”
“그게 답니까?”
“네...”


면접관들의 물음이 재차 이어졌고 그는 답했다.
그는 영어 면접을 준비해오지 않은 것이다. 결국 그는 미안하다는 말을 영어로 남기고는 끝을 맺었다. 안타까운 반면에 마음이 매우 편해졌다. 적어도 두 마디만 한다면 그보다는 많이 한 것이니. 
 면접날이 다가오기 전, 영어에 일가견이 있는 친척 동생의 학교를 매일 같이 찾아가 그가 끝나는 시간을 기다려 영어자기소개 원고를 의논했다. 스펙이 부족하던 나는 오로지 자신감만이 차별화라 생각하며 준비 했다. 내가 말했다.


“동수야 아무래도 내 생각에는 면접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영어로 자기소개를 할 때 ‘let me introduce'로 시작할 것 같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중학교 영어 시간에 그 표현 밖에 배운 기억이 없다.”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럼 이렇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
“어떻게?”


한참을 고민 하던 끝에 그가 말을 했다.


“이건 어떤지 들어봐. ‘First of all, thank you for giving me a chance to introduce myself’ 이렇게 말이야. 그러면 뜻은 달라지지 않지만 ‘렛미인트로듀스’보다는 더 정중하고 무언가 있어 보이지 않을까?”


못알아들으니 더욱 멋지게 느껴졌다. 
그렇게 작성된 원고는 A4용지 한 쪽을 가득 매울 정도가 되었고 그날 이후 한 글자도 틀리지 않게 암기를 했다. 암기가 쥐약인 나는 수백 번을 보고 또 외웠다. 그리고 마침내 그 문장이 빛을 바랄 순간이 왔다. 자신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


“풜스트 오브 오올~땡큐 풔 기븽 미 어 쵄스 투 인트로듀스 마이셀~엡”


그때까지 이곳저곳 수십 번의 면접과 낙방을 해본 경험상 면접자들의 눈빛을 보면 그들이 나에게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첫 문장이 시작되자 서류만 보고 있던 4명의 면접관들은 고개를 들어 나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나는 나의 작전(?)이 맞아 떨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thank you!”


를 끝으로 소개를 마쳤다. 면접관 중 한명이 “엑설런트!”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합격을 예감했다. 면접시간은 끝이 보였고 마음은 쇄기 골을 넣은 축구선수와 같은 심정이었다.
면접은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이미 머릿속은 동료와 밤늦도록 업무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해외 바이어들과 대화를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면접관들도 보고 있던 서류를 덮고 마무리를 준비하는 듯 했다. 경험상 이것은 합격이다.


“자, 제일 왼쪽의 지원자?”
“네?”


내게 시선을 건넨 갑작스런 부름에 바이어와 악수하는 상상이 깨졌다.


“주로 주말에 무얼 하시나요?”


계속 오른쪽부터 질문을 해오다 보니 맨 왼쪽에 앉은 나는 상대적으로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해서 말하기가 수월했다. 하지만 지금 이것은 답하기 쉬운 질문이었다.


“네, 저는 주로 맛집을 찾아다는 것을 좋아해서 주말이면 맛있는 곳을 찾아 돌아다니곤 합니다. 아! 저번 주말에는 인천에 신포시장이라는 곳을 방문했습니다. 신포시장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신포만두가 생겨난 곳이며 신포 닭강정 또한 유명한 곳입니다. 저는 이번 방문에 닭강정을 먹고 왔습니다. 신포 닭강정은... ”


신포 닭강정의 역사 까지 설명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장황한 나의 대답을 끝까지 들은 면접관은 다시 물었다.


“잘 들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을 그대로 영어로 말씀해주시겠어요?”


‘?????????!!!!!’


전혀 생각지 못한 질문이었다. 더군다나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만 준비한 내게 그 질문은 엄마냐 아빠냐의 질문보다 더욱 어려웠다. 그래도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다.


“아..아이 고우..투..”


까지 생각한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앗! Go는 현재형이니까 과거형으로 써야지.’
“아..아이..웬트 투..싄풔마알켓.”


나의 표정도, 면접관들의 표정도 같이 숨넘어갈 듯 같이 일그러진다.


“아이 에이트..”
‘앗! 닭강정이 영어로 뭐지?’


머릿속에서 기억을 샅샅이 뒤져봤지만 십 수 년의 영어교육 속에서 ‘닭강정’이란 단어를 영어로 알려준 선생님은 없었다. 몇 초가 수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결국 생각 끝에 답했다.


‘에라 모르겠다.’
“아이 에이트...엄...닥알캉줘엉 인 싄풔마알켓.”


순간, 면접장은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면접관들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옆의 면접자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푸읍! 으하하하하하!”


그리고 한 면접관이 눈물을 닦아내며 묻는다.


“왜 ‘닭강정’은 영어로 안하셨나요? 하하하핫!”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 솔직히 말했다.


“그게...학교를 다니면서 ‘닭강정’이라는 단어는 배운 적이 없습니다.”
“맞네요! 맞아! 하하하!”


그렇게 도망치듯 면접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몇날 며칠을 닭강정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로부터 며칠 뒤 저녁, 인근 공장에서 밤샘 아르바이트 중이었다. 쉬는 시간에 핸드폰을 확인하니 부재중 메시지가 도착해있었다. 핸드폰을 열어 확인 했다.


| 'OOO채용에 합격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 날 저녁, 아버지가 크게 기뻐하지는 모습을 난생 처음 봤다. 마치 내가 명문대학교에 입학한 것 같다고 하셨다. 그 모습을 보니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1년 6개월, 이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끊임없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 했다. 남들보다 못한 학력과 경험 때문에 나의 출발선은 늘 그들 뒤에 있었다. 그래서 합격이란 것은 더 멀게 느껴졌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최선을 다했고 ‘합격’이라는 두 글자로 보상 받았다.


 인생에 있어서 모든 것이 반드시 매뉴얼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세상의 기준과 상식을 벗어나, 자기만의 길을 걸어왔던 사람들이다. 나는 비록 부족하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도전했고 작은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때때로 스펙을 뛰어 넘는 비상식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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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to 딘토 Dinto는 deeply into를 뜻하며 '깊이'에 대한 우리의 열망을 상징합니다. 깊이 없는 아름다움은 장식에 불과하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매 순간 감응하며 나만의 철학과 아름다움을 쌓아가는 여성을 찬미하며 고전문학에서 영감을 받은 컬러로 여성의 삶을 다채로이 채색하고자 합니다. 전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그런 글처럼 딘토가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안목을 넓히고 격을 높여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핀 더 푸드 our phillosophy 배부른 영양결핍과 고달픈 자기관리에 지쳐버린 현대인들에게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당신의 삶을 가볍게 그리고 즐겁게 핀더푸드가 제안하는 건강한 다이어트&이너뷰티의 시작 our promise 더 간편한 더 맛있는 더 효과적인 경험을 위한 핀더푸드 내 몸을 위한 거니까, 자연주의 착한 성분으로 HACCP&GMP의 엄격한 품질관리로 다양하고 트렌디한 식이요법을 약속합니다. our vision 바쁜 일상 속, 더 이상의 수고를 보탤 필요는 없기에 우리가 당신의 예쁨과 멋짐, 건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더 확실하고, 더 맛있고, 더 간편한 제품개발을 위해 끝없이 연구합니다. 고된 자기관리에 지친 당신을 위해, 핀더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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