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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劣等感)

 

 모든 사람은 열등을 밟고 넘어서는 존재다. 어쩌면 넘어서야 하는 것이 숙명이자 운명인 것 같다. 

퇴사 후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내 안의 열등을 모두 꺼내 놓아야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이 이 글을 먼저 쓰는 이유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랩을 구사하는 래퍼 아웃사이더는 말을 더듬는 사람이었으며, 한국 대중 음악계는 전설이 된 서태지 역시 첫 방송(연예가중계)에서 혹평을 들으며 평가 절하 되었다.  

 

 

열등은 나를 넘어서게 하는 귀중한 필요악 그즘 어딘가에 존재하는 듯 하다. 이러한 소중한 열등을 내버려두지만 말고 내 앞에 꺼내 놓아보자. 혹시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에 지금까지 목 메여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자. 거대해 보였던 문제들은 의외로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을지도 모른다. 

 

 20대 중반은 열등감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직업도, 수중에 돈도, 게다가 서른도 되기 전에 탈모가 진행되기 시작한 시기였다.

 

 

 탈모는 20대 초반부터 나를 괴롭혀온 질병 중에 하나다.(나는 지긋지긋한 탈모로 인하여 이것을 질병으로 명명하기로 했다.) 한때 춤꾼을 꿈꾸던 나에게 어느 날 머리카락이 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여 두피위로 주저앉았을 때의 낭패감을 기억한다. 이후 그것이 탈모로 인한 것임을 알았을 때의 두려움, 이후의 분노, 다음의 허탈감……. 내 머리카락은 사나운 바람이 부는 사막의 모래와 같이 훅 힘없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겨우 스물넷……. 춤추고 멋을 좋아했던 나에게는 당시에는 받아들이기 힘든 고통스러운 현실이었다.

 그제야 아버지의 헤어스타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우리 아버지는 왜 머리를 한쪽만 단발로 기르셔서 마치 여름철의 고추 널듯이 옆으로 홱 넘기셨는지, 왜 우리 아버지는 아침마다 스프레이를 그렇게 뿌려대셨는지…….

 

 그 시절 모자 없이 외출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모자만도 100여 가지가 넘는다. 아마 MLB는 나에게 우수고객 상(賞)을 줘야할 듯 하다. 모자 없이 거리에 나서면 마치 벌거벗겨져 길거리에 내던져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이런 나의 질병은 취업을 준비해야하는 시기에 진로에 대한 심각한 고민거리를 던져 주었는데 그 당시 직업을 선택하는 나의 기준은 단하나, 근무시간에 모자를 쓸 수 있는 직업들이었다. 교정직 공무원, 경찰, 군인, 공사현장근로자, 요리사, 마술사, 택시기사. 머리숱이 풍성한 사람들이 보기엔 우스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당시 나에게는 매우 큰 고민거리였다.

 

 2013년 겨울 아버지께서는 자식에게 탈모를 물려주었다는 미안함에 내 손을 잡고 유명한 가발 회사를 찾아갔다. 회사 앞에서 쭈뼛대던 나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양쪽 벽면은 가발이 잔뜩 진열 되어 있었다. 잠시 후 배정된 상담사의 안내를 받으며 구석진 방으로 들어갔다. 담당자는 이참에 탈모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라며 집요하게 나를 설득하려 들었다. 처음에는 경계했지만 그의 말에 점점 빠져들었고 어느 사이에 커다란 거울 앞에 앉아 두상을 재는 나를 발견했다. 

 랩으로 머리 전체에 꽁꽁 싸매고 그 위에 사인펜으로 머리에 빈 곳을 표시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울했던 마음에 뻥하고 구멍까지 나버린 허허한 기분이 밀려왔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도저히 인정되지 않았다. 나에게도, 나를 이끌고 이곳까지 온 아버지에게도 화가 났다. 나는 랩을 쓴 채로 자리에서 도망치듯 일어났다. 

 

 나는 집에 돌아와 탈모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먼저 국내에서 대표적인 탈모 카페에 가입을 한 후 마치 정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카페 홈페이지에는 시선을 잡아끄는 민간요법들이 매일 게시판에 올라왔다. 치약으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가 난다더라, 참기름을 한 숟가락씩 매일 먹으면 좋다더라, 독일의 어떤 샴푸가 좋다더라, 어디 한의원에 가보라는 식의 검증되지 않은 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믿고 싶은 것이 사람마음 아닌가.

 

 나는 그들의 조언대로 치약으로 머리를 감다가 아찔할 만큼 밀려오는 통증에 두피가 상하기도 했었고,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마셔대는 참기름 탓에 속이 니글거려 지금도 참기름 냄새만 맡으면 속이 메스꺼워진다. 5분이면 끝나는 탈모치료를 받기 위해 수개월간 퇴근 후 왕복 4시간씩 운전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내게 돌아온 것은 늦가을의 나뭇잎 같이 떨어지는 힘없는 머리카락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외출준비로 구겨진 모자를 뒤적거리며 찾다가 혼자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차들은 어디론가 쉴 새 없이 내달렸고, 사람들은 저 마다 바쁘게 걸음을 재촉했다. 문득 생각했다.

 

‘밖으로 나가 볼까?’

 

    문고리 앞에서 몇 번이나 맘을 고쳐먹었는지 모른다. 그러다 결국 용기를 내어 모자를 쓰지 않고 거리로 나가 보았다. 탈모가 시작된 이후 모자 없이 외출하기는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이 쓰여 저절로 어깨가 움츠러들었고 발걸음은 자꾸만 빨라졌다. 쇼윈도에 내 모습이 비치기라도 하면 얼른 고개를 돌려 보지 않으려 했다. 나는 내 모습이 정말 싫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피는데 그 누구도 나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마다 자기 갈 길을 갈뿐, 그들에게 나는 분명 관심을 가질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제야 허벅지의 힘을 서서히 풀림을 느꼈다. 자동차들은 쉼 없이 양방향으로 내달렸고 바로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심지어 편의점의 직원은 무심한 미소를 띠며 건조하게 나를 맞아 주었다. 심장의 불안한 두근거림은 점차 잦아들었고 마음은 평정심을 찾아 갔다. 그러자 가슴이 서서히 펴지기 시작했다. 이내 대지를 딛고 선 발걸음에 힘이 실렸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열등감의 근원은 나였다는 것을 말이다. 세상은 나 하나를 신경 쓰기에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저마다의 인생에서 나라는 존재는 기억되지 않는 엑스트라에 불과하다. 생각해보니 평소의 나조차도 다른 사람에 대해 크게 신경 쓰는 편이 아니었다. 

 

   열등감은 세상의 중심에 내가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세상이 나를 주목하고 나의 작은 변화에도 반응할 것이라는 착각이 열등감을 더욱 깊어지게 만든다. 내가 나로써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져야만 한다. 내가 무엇을 하든 그것은 전적으로 나의 선택 나의 결정이어야 한다. 

  일단 벗어나보라, 자유로움이란 것이 어떤 기분인지.

  끝내 준다. 

  민머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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