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선 당일, HR 부서의 담당자와 F&B 부서의 한 웨이터가 크루즈 갱웨이(Gangway: 크루즈 승하선 입구)에 픽업을 나오셨다. 먼저 HR 담당자를 따라 승선 서류를 작성한 후 HR 오피스로 가서 크루 캐빈(Crew Cabin: 승무원 방) 번호와 열쇠를 받았다. 그리곤 한층 아래에 있는 객실 용품 창고 (inventoryroom: 선내에서 사용되는 모든 용품들을 보관하는 곳)에 가서 유니폼과 생활에 필요한 용품들을 받았다. 캐빈에 짐을 풀어둔 후 픽업 나오셨던 웨이터가 크루즈 안의 시설을 익히기 위해 투어를 해주셨다. 가는 곳마다 장소의 이름, 무엇을 하는 공간인지 등등 자세히 설명을 해주는데 내 눈에는 다 똑같은 곳으로 보여서 혼자서 길을 찾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더욱이 난 길치인데 말이다. 곧 있을 안전교육을 받아야 해서, 서둘러 크루즈 안을 둘러보고 다시 캐빈으로 돌아가 짐을 풀었다. 2인 1실로 2층 침대 하나, 작은 책상, 옷장, 화장실이 있는 작은 방이었다. 내 캐빈 메이트(Cabin mate)는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중국인이라고 했는데 이미 출근을 했는지 캐빈에는 없었다. 그러나 벽에 붙어있는 캐빈 메이트의 사진을 보고 먼저 얼굴을 익혀두곤 ‘나중에 레스토랑에서 만나면 먼저 인사해야겠다’ 생각했다.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안전 교육이 있을 교육장으로 이동했다. I-95라고 불리는 직원 통로를 걸어가는데 크루들이 처음 보는 나한테 ‘Hi’하고 웃으며 인사를 했다. 이런 분위기가 신기하고, 어색해서 처음에 그냥 미소만 짓고 지나갔지만, I-95의 끝에 올즘되니 금세 적응을 해서, 나도 같이 ‘Hi’ 하고 맞인사를 했다. 교육장에 들어서니 당일에 사인 온 (Sign on: 승무원이 처음 배에 승선한 날) 한 직원들이 모두 모여있었다. 배가 출항하기 전, 그날 사인 온 한 승무원들은 CMAP (Certificate of Crowd management)라는 교육을 받아야 하며, 이 교육은 5년에 마다 갱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첫 승선자들은 PAIE(Personnel Nominated To Assist Passengers In Emergency Situation)이라는 교육과정을 들어야 하는데, PAIE교육은 선내 Chief Safety Officer와 Deck Officer의 주도하에 진행되며, 크루즈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타입의 선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들에 관해 공부하고,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승객을 대피시키는 방법을 배운다. 또한 Environmental Officer는 해양보전의 방법 및 해양환경에 관한 교육을 가르쳐준다. 크루즈에 승선한 지 첫날부터 근무환경, 시차, 모든 것이 적응 중인데, 매일 4시간씩 교육을 듣고, 게다가 안전과 관련되다 보니, 교육 분위기도 엄숙해서 집중을 놓쳐서는 안 되는 교육이다. 혹시나 집중력이 흩어지거나, 졸았다면 바로 지적을 받고, 계속해서 질문을 한다. 답변을 못하고, 교육 태도가 불량하거나, 교육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판단이 되면 수료증도 못 받을뿐더러, 이 교육을 또 받아야 한다. 게다가 이 모든 교육이 영어로 진행된다. 생소한 분야이고, 모르는 단어도 많아서 집중을 하기가 더 어려웠다.
승무원들은 승선한 첫날부터 바로 업무를 시작한다. 어느 누구 하나 나를 데리고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다. 호텔 같으면 입사한 첫날은 일단 선배들이 모든 일을 하고, 나는 선배를 팔로우하고 어시만 해주는 교육기간이라는 게 있을 텐데, 크루즈는 없다. 바로 실전이며, 내가 팔로우하는 선배도 없다. 스스로 묻고, 터득하고, 배워야 한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하루가 지나고, 캐빈으로 돌아와 캐빈 메이트를 만났다. 왕징이라는 나보다 3살 많은 언니였는데, 크루즈에서 일한 지 3년이 되었다고 한다. 하루밖에 일안 했지만, 하루를 보내면서 있었던 고충을 말했더니, 피곤할 텐데도 새벽까지 나에게 하나하나 알려주었다. 어느 정도 얘기를 들으니 조금 이해가 됐고, 같은 섹션에서 근무를 하게 된다면 자기를 따라서 일을 해라고 하며,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도 해주었다.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내일은 또 어떤 일이 펼쳐질지 기대를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내가 승선했던 레전드호의 일정은 로마에서 출발해,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수에즈 운하를 지나, 이집트의 사파가에 도착하고, 오만의 무스캣을 거쳐, 아랍에미레이트의 두바이로 가는 14일 크루즈였다. (Rome (Civitavecchia), Italy • Alexandria, Egypt Port Said, Egypt• Suez Canal (Passage) Safaga, Egypt • Muscat, Oman Dubai, United Arab • Emirates)
이튿날은 해상일(Sea day) 였는데, 오전에는 교육을 받고, 오후에 출근을 했다. 오전 교육을 받을 때부터 어지럽기 시작하거니, 오후가 되니 속이 메슥거리고, 배가 아파왔다. 화장실을 몇 번 왔다 갔다 하며 구토를 하고, 나중엔 설사까지 하게 되었고, 참아가면서 일을 하려고 했는데, 증상이 점점 심해오더니, 가만히 서있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게다가 음식 서빙을 하는 일이나 보니, 음식 냄새를 맡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할 정도였다.
이 증상은 바로 뱃멀미(Motion sickness)였다.
크루즈 승무원이 되고자 결심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고민해본 적도 없는, 걱정거리가 될 거라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뱃멀미. 이 뱃멀미가 지금 문제가 되었다. 더 구다나 배가 흔들리는 편이 아니었다. 다른 승무원 듣는다 멀쩡한데, 나만 다른 세상에 있는 것만 같았다. 태풍이 왔다거나, 정말 배가 많이 흔들렸다면, 이해가 되지만, 수평선 너머 바다는 저렇게 편안한데, 나한테만 아닌 것 보니, ‘난 정말 배를 타면 안 되는 사람이었구나, 난 크루즈 승무원이 될 수 없는 사람이구나, 선원을 포기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특히 나의 첫 크루즈인 14일짜리 로마-두바이 노선은 7일의 해상일이 있었고, 수에즈 운하도 정박이 아니라, 해상에서 지나가며 보는 노선이다 보니, 유독 해상일이 많았다.
선내 메디컬센터나 게스트 서비스 오피스(Guest Service Office: 호텔의 프런트 데스크) 에는 멀미약이 구비되어 있다.
멀미약을 먹어도 증상이 나아지질 않길래, 멀미 팔찌(seaband, 시 밴드)를 사서 양쪽 팔에 끼웠다. 그래도 나아지질 않아, 스코패치(Transderm Scop, 귀밑에 붙이는 멀미예방 패치)도 붙었다. 그래도 괜찮아지질 않아, 초록색 사과를 먹으면 괜찮아진다는 승무원들의 말을 듣고, 초록색 사과를 먹었다. 이 초록색 사과가 꽤 많은 역할을 한 것 같다. 밥 한 끼도 못 먹는 와중에 초록색 사과라도 먹을 수 있어 다행이었고, 왠지 초록색 사과의 신맛이 뱃멀미를 조금 낫게 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먹고 나면 또 몇 시간 후에는 구토를 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멀미약을 먹어도 증상이 나아지질 않길래, 멀미 팔찌(seaband, 시 밴드)를 사서 양쪽 팔에 끼웠다. 그래도 나아지질 않아, 스코패치(Transderm Scop, 귀밑에 붙이는 멀미예방 패치)도 붙었다. 그래도 괜찮아지질 않아, 초록색 사과를 먹으면 괜찮아진다는 승무원들의 말을 듣고, 초록색 사과를 먹었다. 이 초록색 사과가 꽤 많은 역할을 한 것 같다. 밥 한 끼도 못 먹는 와중에 초록색 사과라도 먹을 수 있어 다행이었고, 왠지 초록색 사과의 신맛이 뱃멀미를 조금 낫게 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먹고 나면 또 몇 시간 후에는 구토를 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매일을 선내 메디컬센터에 출근하듯이 가서 진료를 받았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여겼던 사람들도 점점 야위어 가고, 눈빛까지 풀리는 내 모습을 보고는 상태가 심하다고 판단을 했고,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결국엔 일도 못하고 쉬어야만 했다. 어쩔 수 없이 아파 누워있지만, 이 상황이 너무나 싫고, 속상했다.
멀미 때문에 다 포기하고 하선을 해야 하나, 당당하게 12시간을 날아온 곳인데,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했다. 게다가 크루즈 노선이, 이집트, 오만, 두바이이다 보니, 낯선 나라에서 하선을 한다는 것도 더 겁이 나서 하선 결정을 할 수도 없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하루를 꼬박 침대에 누워서 고민하고 생각하다, 갑자기 예전에 읽은 시크릿이란 책을 통해 느꼈던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진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를 떠올렸다.
멀미 때문에 다 포기하고 하선을 해야 하나, 당당하게 12시간을 날아온 곳인데, 다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앞이 깜깜했다. 게다가 크루즈 노선이, 이집트, 오만, 두바이이다 보니, 낯선 나라에서 하선을 한다는 것도 더 겁이 나서 하선 결정을 할 수도 없었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하루를 꼬박 침대에 누워서 고민하고 생각하다, 갑자기 예전에 읽은 시크릿이란 책을 통해 느꼈던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진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를 떠올렸다.
‘생각을 바꿔보자, 내가 바다에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육지에 있다고 생각하자. 멀미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잊고, 난 놀이기구를 타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다시 유니폼을 입었다.
매니저를 찾아가 괜찮아진 것 같으니, 일을 하겠다고 했다. 매니저는 쉬어라고 한 직원이 쉬지도 않고 올라와서 일하겠다고 하니, 신기한 듯 쳐다보며, '무리하지 말고, 불편하면 언제든지 얘기해라'며 가장 작은 섹션(다이닝룸, 레스토랑에는 본인의 구역과 테이블이 정해져 있다)을 주었다.
성격이 급해 워낙 빨리 걷고 움직이지만, 그날만큼은 천천히 걷고, 움직이며 나만의 템포를 찾으려고 애를 썼고, 난 배가 아니라, 육지라는 생각을 계속하면서, '괜찮아, 괜찮아'라는 말을 자꾸 반복했다.
성격이 급해 워낙 빨리 걷고 움직이지만, 그날만큼은 천천히 걷고, 움직이며 나만의 템포를 찾으려고 애를 썼고, 난 배가 아니라, 육지라는 생각을 계속하면서, '괜찮아, 괜찮아'라는 말을 자꾸 반복했다.
그러다 신기하게도 점점 괜찮아지는 것을 느끼고, 뱃멀미의 증상이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집에 갈 수 없다는 간절함이 통한 건지, 지옥을 더 맛볼 줄 알았는데, 5일째가 되어서야 천국을 보여주었고, 내가 크루즈 승무원으로, 선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드디어 바다가 나에게 기회를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