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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근무했던 크루즈라는 곳은 나에게 있어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 곳이었다.


Assistant Waitress (웨이터 보조)로 입사를 해서, 3개월 만에 F&B (식음료 부서)에서 Guest Services (고객 서비스 부서)로 부서이동을 한 후, Guest Services Officer (고객 서비스 사무관)로 포지션을 바꾸었고, 이동한 부서 내에서도 Guest Departure Officer(고객 하선 담당 사무관), Suite Ambassador (스위트룸 담당 사무관), Associateinternational ambassador (통번역 담당 사무관), Group &Event Coordinator (그룹 & 이벤트 코디네이터)라는 다양한 포지션에서 근무를 할 기회가 주어졌다. 3년의 시간 동안 총 6번의 포지션 변동이 있었으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3년이란 시간이 금방 흘렀었다.


6개의 포지션 중 가장 재미있었던 포지션을 꼽으라면 AIA(Associate international ambassador)  (통번역 담당 사무관)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은 IA(International ambassador)가 있고, 그 아래 AIA(Associate international ambassador)가 있다.


 크루즈 안에서는 영어가 기본 통용어로서 크루즈 안의 모든 프로그램, Compass(안내물: 매일 크루즈 내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신문) , 안내방송 등이 영어로 진행 진다. 그러나 크루즈 안에 영어를 쓰지 않는 국가의 승객이 일정 비율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 크루즈 안의 IA와 AIA가 그 나라 승객을 위해 그 나라 사람들이 쓰는 언어로 compass를 번역하고, 그 나라 언어로 안내방송도 만들고, 때로는 무대 위에 올라가 사회자의 말을 통역하기도 하며, 크루즈 안 모든 부서에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콜을 받고 가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IA가 되려면 최소 4개 국어는 자유롭게 구사할 줄 알아야 하며, AIA는 3개 국어도 가능하다. 실제로 8개 국어까지 구사하는 IA를 만난 적이 있는데, 아직도 배울 언어가 세상엔 많다며 계속해서 공부하는 모습에 놀랐었다.


당시 크루즈는 중국을 출발해 한국, 일본, 러시아를 도는 노선이었고, 승객의 50%는 중국인, 20%는 한국인, 20%는 일본인 그리고 10%는 다른 다양한 국가의 승객의 승객이 승선하고 있을 때였다. 이러한 크루즈가 한 달가량 지속되었는데, 크루즈 안의 IA는 스페인어, 불어, 포르투갈어, 독일어를 구사하였고,  일본어, 한국어, 중국어는 전혀 몰랐던 탓에 compass번역과 안내방송을 할 IA를 급히 구하고 있었다. 마침 GSM(Guest Service Manager)가 나에게 한번 해볼 수 있겠냐고 물었고, 난 흔쾌히 하겠다고 수락을 했다.


"Sure."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자, 자주 쓰는 말이다. 지금도 사실 상사가 무엇을 물을 때마다, 자동으로 나오는 대답이기도 하다. 물론 할 수 없다고 판단이 들면 이런 말도 안 하겠지만, 조금이라도 '시도해 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면 무조건 기분 좋게, "Sure"라고 한다. 어쩌면 이런 대책 없고 단순한 성격이 나에게 많은 기회를 가져다주는 걸지도 모른다.


이튿날 지하에 있는 프린트샵으로 내려갔다. 번역을 하기에 앞서 프로그램 사용법 등을 먼저 익혔다. 그러고 나서 당장 Compass를 번역해야 하는데, 앞이 깜깜했다. 한국어는 모국어니 통번역이야 하면 되지만, 중국어는 대학 졸업한지도 2년이 다되어 가고, 회화는 친구들과 자주 해서 일상 대화나 통역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번역은 제대로 해본 적은 없는데, 신문을 번역해야 한다고 하니 정말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래도 일단 자신 있게 Sure는 내뱉었으니, 시작은 해야 했다. A3 한 장의 양면 신문인데 하루 꼬박 밤을 새우고, 컴퓨터를 붙잡고 앉아 번역을 끝냈다. 번역을 한 후 도저히 이대로 인쇄를 하면 손님들이 할 항의가 눈앞에 훤해 같은 부서에 중국인 승무원을 불러 먼저 보게 하고, 수정본을 3번이나 봤다. 그래서 완성한 DAY1의 첫 중국어 Compass. 앞으로 남은, DAY2, DAY3, DAY4, DAY5 가 첩첩산중이었지만, DAY1를 완성하고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중국어를 하루 걸려 완성한 후, 시작한 한국어 번역은 빛의 속도로 끝을 냈다.  나는 일본어는 못하니, 당시 같은 부서에 근무 중이던 일본인 승무원 아츠코의 도움으로 일본어 번역은 끝낼 수 있었다.




당시 근무했던 프린트샵이다. 크루즈 안의 모든 인쇄물이 이곳을 통해 인쇄되며 필요한 각 부서로 옮겨진다. 원래는 이곳도 직장이기 때문에 사복을 입고 들어가면 안 되지만 이곳에서 아츠코랑 매일 밤을 새워가며 번역을 해야 했기 때문에 사실, 몰래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이곳에서 살다시피 하였었다.


밤에는 이렇게 지하 프린트샵에서 Compass 및 크루즈 안 관련 안내물을 한국, 중국어로 번역을 하였고 낮이면 또 승객이 있는 장소로 가서 안내방송을 하고, 저녁에는 Cruise Director(크루즈 디렉: 크루즈 안의 액티비티 및 엔터테인먼트를 총괄 담당하며, 저녁에 있는 크루즈 공연에서 MC로서 활동하며, 승객들이 크루즈 안에서 즐기는 전반적인 모든 프로그램을 책임진다. )와 함께 무대 위에서 통역을 했다. 덕분에 매일 저녁마다 유니폼이 아닌 크루즈 디렉터와 그날의 테마에 따라 옷도 맞춰 입고, 드레스도 입을 수 있어 좋았다.


AIA라는 포지션으로 보낸 석 달이라는 시간은 사실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시간이기도 했으나 내가 가진 능력의 범위 밖에서 나 자신을 끌고 나가야 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석 달이 지나, AIA라는 포지션의 역할도 줄어들고, 나 역시도 자동으로 이 역할로부터 해방이 되고 나니, 이때만큼 재밌었던 적은 없었다는 아이러니한 생각을 하게 된다.


갓 통번역을 시작했을 때에는  '누가, 우리나라 말을 그런 식으로 번역하냐, 번역이 엉터리다.' 심지어 무대위에서의 나의 통역을 듣고는 '조선족이냐?'라는 등 승객의 컴플레인도 많이 받았었다. 그럴 때마다 상처 받고는 '그냥 매니저에게 못하겠다고 하고, 하지 말아버릴까?'하고 우울해 있다가도, 또 몇일만 지나면 오기가 생겨 더 공부하고, 주변에 물어가며, 도움 청해 가며 일을 하다가도 또 가끔은 울컥해서, '내가 통번역 전문가도 아닌데, 대충 이해만 하면 되지, 왜 실력을 가지고 논하는 건데' 라며 속상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곳이 아니면 다른 곳에서 펼치지 못했을 날개이기도 했으며, 나에게 또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잊지 못할 기억을 남겨준 소중한 시간들이기에 지금도 승무원 생활 중에 가장 재밌었던 포지션, 기억나는 순간을 꼽으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 프린트 샵, 그리고 무대 위에서 크루즈 디렉터와 신나게 통역을 했던 그 순간이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잊지 못할 순간, 기억들은 그만한 대가가 치러진 후 주어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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