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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사회 초년생 때 범했던 마케팅 실패 사례에 대해 말해보려 합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이었던 2015년, 토스(TOSS)라는 회사에 마케팅 인턴으로 잠시 발을 담갔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이야 웬만한 사람들은 모두 아는 금융 서비스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지방 은행 몇 곳(부산, 경남, 전북, 광주, 기업, 우체국)과만 계좌가 연계되어있는 말 그대로 듣보잡 서비스였죠.(위 은행들도 대단하지만 당시 은행 TOP3는 국민, 신한, 우리은행이었습니다.) 토스에서는 마케팅 팀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고, 스타트업답게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 중이었습니다. 그 실험의 하나로 마케팅 인턴들을 뽑았고, 여러 가지 마케팅을 시도해 볼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당시 사용했던 트렐로(Trello)를 확인해보니 7명의 인턴이 마케팅을 진행하였네요. 당시 토스는 송금의 기능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중점으로 한 마케팅 시도들이 진행되었습니다. '중고나라와 연동하자', '기부할 때 사용하면 이벤트로 추가 기부금을 제공하자', '앱스토어 은행 어플 검색 시 CPC로 광고를 하자' 등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습니다. 

 

저도 3가지를 기획해서 마케팅을 진행했습니다.

 

1. 배너광고

 

배너광고를 진행하기 위해 배너가 걸릴 사이트를 선정해야 했는데요, 선정 기준은 송금에 대한 니즈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사이트로 잡았습니다. 이렇게 선택한 곳은 서버시간과 아이템베이였습니다. 서버시간은 티켓팅이나 수강신청을 하는 사람들이 해당 사이트의 정확한 오픈 시간을 파악하기 위해 접속하는 사이트입니다. 피켓팅이라고 불리는 예매를 경험해 보신 분들이라면, 찰나의 에러로 표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무통장 입금을 선택했던 분들이 계실 텐데요. 전 이 점을 노렸습니다. 무통장 입금을 선택하려는 사람들에게 송금의 불편함을 자극해주면 토스를 이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말이죠. 게임 아이템을 거래하는 아이템베이의 경우는 토스 이용 시 아이템베이 추가 포인트를 지급한다는 이벤트를 진행해 조금이라도 포인트를 더 얻으려는 게임 이용자들을 유혹하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템베이 이벤트는 토스를 나오게 되어 제가 실행하진 못했습니다. 

 

서버시간 배너광고의 디자인은 기존 서버시간 사이트의 톤 앤 매너를 그대로 가져와서 제작하였습니다. 일분일초가 급박한 사람들에게 광고 느낌을 강조한 배너는 효과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본 사이트의 느낌을 가져가면 호응을 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일분일초가 급박하다는 걸 한 번 더 생각했어야 했는데...)





출처 : 서버시간 메인 화면

카피 및 디자인은 아래와 같이 적용해 배너를 제작하였고, 광고 일자는 유입량이 많을 거라 예상된 마룬파이프 콘서트 티켓팅 일자로 정했습니다. (서버시간 광고의 경우 1일 노출 단위로 계약이 진행되었음) 





당시 제작 배너

배너광고의 효과는 어땠을까요? 날짜가 지나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CTR(클릭률) 4.1%. 일반적인 배너광고의 CTR이 소수점 대나 많아야 1~2%를 보여주는 것에 비하면 꽤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실패한 마케팅이 되었습니다. 토스 앱의 설치나 가입자의 수가 배너광고 진행 전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여주지 않았거든요. 

 

제가 생각한 실패 요인은 이렇습니다.

 

첫 번째, 타깃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말 그대로 배너에 노출된 사람들은 일분일초가 급박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실수나 호기심으로 배너를 클릭해서 유입되었다고 해도 랜딩페이지의 내용을 충분히 살펴볼 수 있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거죠. 게다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토스를 보면서 느끼는 첫인상은 '인지도가 없는 돈과 관련된 서비스'였고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런 서비스를 사용하라고 설득하기엔 그들이 랜딩페이지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적었습니다.

 

두 번째, 랜딩페이지의 설득력이 약했습니다. 당시 토스에서는 보도자료 정도 외에는 마케팅 콘텐츠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랜딩페이지를 토스 메인 홈페이지로 둘 수밖에 없었죠. 보시면 아시겠지만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이때 앞으로 얘기할 리뷰왕김리뷰의 콘텐츠가 만들어져 있었다면 결과는 좀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시 토스 메인 화면

2. 인플루언서 마케팅

 

배너광고의 사례에서 콘텐츠의 중요성을 뼈아프게 깨닫고 콘텐츠를 위한 마케팅 방안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지금과 같이 유튜버들과 같은 인플루언서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시기는 아니었는데요, 리뷰왕김리뷰라는 페이지는 2030의 마음을 끄는 재밌는 콘텐츠로 많은 사람의 호응을 받고 있었습니다. 당시 여러 회사의 상품을 광고 같지 않게 포인트를 잘 집어서 소개해 주었고, 이에 따른 소비를 창출해내는 콘텐츠 마케터에 가까웠습니다. 저는 이 페이지를 섭외해서 토스를 소개할 수 있게 한다면 좋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을 취했습니다. 근데 이때 제가 실수를 하고 맙니다. 리뷰왕김리뷰의 콘텐츠 자체를 광고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자발적으로 작성한 블로그 콘텐츠 정도로만 생각한 거죠. 모든 게 처음이라 아무것도 몰랐다고 변명을 대고 싶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는 게 어이가 없긴 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저는 다짜고짜 리뷰를 해달라는 쪽지를 보냈고, 당연히 부정적인 답변을 받았습니다. 이땐 왜 부정적인 답변을 하는지 조차도 이해를 못했어서 한참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네요. 김리뷰 형은 이런 사람이 아닌데... 하면서 말이죠. 말 그대로 대학생인 제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온몸으로 체감한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로는 모든 걸 바라볼 때 '왜 저런 행동을 할까'라는 생각을 좀 더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가 아닌 윗분이 따로 컨택을 해서 콘텐츠 마케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나가고 난 뒤에 말이죠. 개인적으로 토스라는 서비스가 인지도가 높아지고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게 된 계기가 리뷰왕김리뷰의 콘텐츠라고 생각하는데요, 좀 더 알았더라면 제가 이 프로젝트를 맡았을 텐데 라며 항상 뼈아프게 간직하고 있는 추억 아닌 추억이 되어버렸습니다.

 






출처 : 리뷰왕김리뷰 포스트

3. 지역 대학교 학과별 이벤트

 

마지막으로 진행한 마케팅은 당시 토스와 연계된 은행이 포진한 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기획한 이벤트였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실제 진행되진 않았습니다. 호응이 없었거든요. 이벤트 명은 '기왕 회비 걷을 거, 토스로 보내고 비싼 거 먹자!'로 토스를 이용해 MT, 회식비를 걷으면 입금한 사람 수를 집계해 명당 5,000원씩 입금해주는 내용이었습니다. 

 

해당 이벤트를 기획하게 된 요인은 3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로 광주은행, 부산은행 등 지역 은행은 해당 지역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기에 해당 지역에 위치한 사람들을 타겟팅하려고 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트렌드에 민감한 대학생들은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수용태도가 더 적극적일 것이고, 토스는 극도의 편리함을 선사하기에 거부감을 덜 느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시 UAC(User Acquisition Cost, 유저 유입 비용)를 5,000원 정도로 잡고 있었는데, 대학생이기에 이 정도의 돈이 MT나 회식에 큰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토대로 17개 대학의 페이스북 페이지가 개설된 모든 학과에 연락을 취했는데요,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답변이 온 곳은 없었습니다. 이 정도 반응이 오지 않을 줄은 생각을 못해서 충격을 받긴 했습니다.






출처 : pixabay

이번에도 안된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먼저 절차가 복잡했습니다. 각 구성원에게 어플을 소개하고 은행에 가입시키고 정산도 받아야 하고, 페이스북에 글도 올려야 하고... 그땐 대학생 입장이어서 그랬는지 이벤트 참여로 받는 돈이 커 보였고, 다른 대학생들도 그럴 줄 알았습니다. 작은 돈은 아니었지만 이 과정을 모두 거칠 정도의 금액은 아니었던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페이스북 포스팅 정도는 빼봐도 좋을 뻔했습니다. 계좌를 등록하기만 해도 이미 성과는 달성했다고 볼 수 있고, 토스가 나름 자신했던 '일단 써보면 알게 된다'를 통해 자연스레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두 번째 이유는 부족한 인지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과 입장에서는 토스라는 서비스를 구성원에게 홍보를 해야 하는데 토스라는 서비스를 잘 알지도 못했고, 심지어 모르는 서비스에 계좌를 등록하는 등 금전적인 문제가 얽혀있어서 섣불리 참여를 독려할 자신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실제 각 학과에 보낸 메시지 캡쳐본

애초에 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했으면 차라리 대학 축제 시기에 스폰서로 참여해 송금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기획을 해볼걸 그랬습니다. 팔지 말고 사게 하라는 말처럼 좋다고 알릴 생각만 하지 말고, 축제장에서 많이 하는 룰렛 돌리기처럼 샘플 폰으로 샘플 체험을 하게 하는 식으로 직접 경험하게 했으면 어땠을까요. 이젠 토스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라 이런 시도를 할 이유는 없겠지만 못 해본 게 아쉽습니다.

 

그래도 스타트업인 토스에 있었기 때문에 인턴임에도 많은 권한을 받아 이것저것 기획하고 진행해 본 경험이 지금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실패해본 만큼 더 배울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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