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하게 정해진 형식의 이력서, 어떻게 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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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용 사진인데, 어떤지 평가해주세요.”

 

경쟁사의 채용공고를 확인하기 위해 취업포털사이트와 취업 커뮤니티 카페들을 뒤져보다 우연히 발견한 게시판. 이름하여 [평가! 이력서 사진] 게시판. 그 아래에는 자매품으로 보이는 [수정! 이력서 사진] 게시판도 있었다. 이게 대체 뭐래?

 

게시판 내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사진 평가 요청 글과 사진 수정 요청 글이 올라오고 있었다. 바쁜 업무 중에도 끓어오르는 호기심을 누를 수가 없다. 이게 대체 뭐하는 게시판일까. 이력서용 사진 얼짱 콘테스트 같은 건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 사진과 글들을 보면서 벌어진 입을 다물기 어려웠다. 와, 이게 진짜 뭐 하는 거야?

 

사진 하나에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려있다. “배경색이 너무 어두워요.”, “피부톤을 조금 더 밝게 해보세요.”, “이력서용 사진 전문으로 하는 사진관에서 다시 찍으시는 게…”

응? 이력서용 전문 사진관도 있나? 취업난이 만들어내는 시장은 무궁무진 하구나. 

 

이력서를 검토하면서
사진이 문제가 되었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

 

양심에 손을 얹고, 이력서를 검토하면서 사진이 문제가 되었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여기서 “거의 없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가끔 핸드폰으로 친구들과 찍은 셀카를 오려 붙이거나, 혹은 얼굴이 아닌 다른 풍경이나 사물 사진을 넣은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 속 배경색,  정장의 색과 넥타이 색, 헤어스타일이나 피부 톤이 문제가 된 적은 단언컨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사진을 문제로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되는 경우도 본 적이 없다. 뽀샵으로 여드름을 지우지 않았다고 탈락시키는 경우는 없다는 말이다.

 

자, 상상해보자. 당신은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는 인사팀 채용담당자이다. 당신 앞에 놓인 수백 장의 지원서를 보면서 서류 합격자와 불합격자를 나눈다. 그리고 면접 대상자로 결정된 지원자의 명단과 지원서를 팀장에게 가져가 보고한다. 팀장은 명단과 지원서를 번갈아가며 보다가 당신에게 묻는다. 

“이 지원자를 면접에 올린 특별한 이유가 있나?”

당신이 대답한다. 

“사진을 보시면 배경색과 정장의 색, 그리고 피부톤의 명암이 절묘하게 하모니를 이루고 있습니다. 게다가 넥타이를 통해 시선을 집중시키고 세련미를 더하는 센스가 뛰어납니다. 사진만 봐도 이 지원자가 센스, 인성, 업무능력을 겸비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지 않습니까?”

내 팀원이 이런 짓을 한다면 채용 업무에는 절대 손도 대지 못하게 할 것이다.

 

거의 모든 회사가 이력서에 써넣어야 할 항목을 정해놓고 있다. 아무리 자유형식의 자기소개서를 받는 회사라도 이력서의 항목만큼은 정해진 내용을 기재하도록 만들어 놓는다. 이름, 주소, 전화번호, 나이, 학력, 경력, 프로젝트 경험, 수상경력, 취미, 특기, 군필 여부, 보훈 여부, 장애여부, 자격증, 어학성적. 딱딱한 이력서 양식이기에, 이 안에 들어가는 내용도 딱딱하기 이를 데 없다. 게다가 신입 채용일 경우에는 내용까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 이력서 만으로 다른 지원자와 차별성을 가질 만큼 대단한 것을 경험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기껏해야 인턴 경력, 공모전 수상, 어학시험 고득점 정도가 차별성의 전부인 것이 현실이고, 채용담당자에게 이런 것들은 하나의 보조자료가 될지언정, 합격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는다. 하물며 사진이야. 한번 쓱 보고 지나가는 그 의미 없는 것을 위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시간을 들이고 있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잔뜩 부풀린 이력서는 오히려 사람을 질리게 만든다.

 

그러고 보면, 내가 첫 이력서를 썼을 때는 어땠을까?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나의 첫 이력서를 꺼내보았다. 대학원 석사과정 막 학기에 불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 썼던 이력서 파일이 열린다. 오 마이… 

 

그랬다. 처음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나는 회사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말 “1”도 몰랐다. 그저 늦깎이 취준생이 된 이유를 납득시키기 위해, 그 시절 동안 결코 방탕하게 보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잔뜩 부풀려 이력서 때려 넣었다. 프로젝트 경험, 봉사활동 경험, 아르바이트 경험, 대학 시절 인턴 경험, 대외 동아리 활동 경험 등등. 그렇게 만들어진 나의 이력서는 장장 3장 반 짜리가 되어있었다. 남들은 1장에 끝나는 그 이력서 양식으로 말이다.

 

이런 이력서가 과연 좋은 이력서일까? 

네버. 절대. 결코. 단연코 아니다. 오히려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이력서일 뿐이다.

그리고 신입 지원자 중에는 나와 같은 실수를 하는 사람들이 정말 정말 많다.

 

예를 들어, 당신이 IT 개발 직무 지원자라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당신은 대학 새내기 시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목공예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고, 거기서 4년의 시간을 보냈다. 나름의 손재주가 있었던 당신은 제법 쓸만한 공예품을 여러 개 만들었고 용돈벌이를 위해 이를 팔아서 수익을 낸 경험도 있다. 어쩌면 이런 경험이 회사에서 “재능이 많은 인재로군!” 하고 생각해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대외활동 란에 넣는다. 그리고 친구들과 조별과제로 시작해서 공모전 수상으로 이어진 마케팅 공모전 수상경력도 빼기에는 너무 아깝다. 이것도 넣는다. 이렇게 이것저것 넣어놓고 보니 이력서가 빈칸 없이 빼곡하게 차있다. 그래, 나는 정말 성실하게 살았어. 이 정도면 어디 가서 꿀릴 일 없지, 라는 자신감이 붙는다. 지원서 제출 버튼을 힘차게 누른다. 클릭! 이력서를 제출하고 약 2주 후, 서류전형 결과 발표가 나온다. 이게 웬걸, 나보다 더 한 것 없는 학과 동기는 붙었는데, 나는 서류 광탈이란다. 왜? 내가 더 열심히 살았는데!

 

간혹 개성 없는 이력서 양식을 이용해
하나의 훌륭한 기획 문서를 만들어내는
선천적 능력자들이 존재한다.

 

남들도 다 똑같이 쓰는 이력서다. 정해진 틀과 양식. 이 안에서 신입 지원자가 이를 벗어나 눈에 띄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이력서가 다 똑같을까? 이 또한 대답은 네버, 절대, 결코, 단연코 아니다. 간혹 개성 없는 이력서 양식을 이용해 하나의 훌륭한 기획 문서를 만들어내는 선천적 능력자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나 또한 채용 업무를 진행하며 배운 사실이다. 세상에는 능력자가 정말 많다.

 

회사들이 유행처럼 직원에게 요구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1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만들라는 것. 이전에는 수십, 수백 장의 보고서를 올려야 ‘이 직원이 일을 좀 하는군.’ 하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이런 자료들을 토대로 액기스를 뽑아낸 ‘One page report’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가 직원의 업무역량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주어진 정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조합하여 제시하느냐가 큰 업무능력이 된 것이다. 

 

이력서 또한 다르지 않다. 취업을 준비하는 지원자라면 자신이 살면서 이룬 것들을 남김없이 다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쓰는 이력서가 최선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원자가 어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한눈에 보이지 않는 산만한 이력서가 된다. 비유를 하자면, 이런 식으로 보이는 것이다.

“제가 개발 일을 하고 싶어서 컴퓨터 공학과로 진학을 했고, 4년 동안 전공 지식을 쌓았어요. 그런데 목공예가 재미있어서 4년 동안 목공예도 열심히 했고, 그러다 보니 이게 수익으로도 연결되더라고요. 그리고 학교 친구들이랑 마케팅 공모전도 준비해봤는데 제 아이디어가 좋아서 이걸로 상도 탔어요. 꽤 큰 공모전이어서 경쟁률도 높았는데, 저희가 준비한 기획 전략이 높은 평가를 받았거든요. 아, 그런데 어쨌거나 저는 개발 업무를 하기 위해서 이 회사에 지원했어요.”

 

내가 지원하는 직무에 맞는 이력 내용을 넣어야 한다.

 

내가 지원하는 직무가 어떤 것인지를 분명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개발 직무라면 그 직무에 맞는 이력 내용을 넣어야 한다. 재무 회계 직무라면 그에 걸맞은 사항을 넣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가자는 이력서를 보면서 ‘대체 이 지원자는 왜 이 직무에 지원하는 거지? 이 직무가 아니라 다른 직무를 더 하고 싶은 거 아냐? 그쪽 경험이 더 많아 보이는데.’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보다는 이력서의 지원 직무를 보지 않아도, ‘이 친구는 이 직무에 지원했구나.’ 하고 답이 나오는, 그런 이력서가 높은 평가를 받기 쉽다. 명확한 만큼 설득력이 높기 때문이다.

 

이력서는 거의 모든 항목이 ‘단어’로 채워진다. 파편화된 이 단어들을 이용해 공통된 교집합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하나의 방향성이 나오도록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것들은 모두 덜어내자. 만약 겉보기에 직무와 연관이 없어 빼기 아까운 경험이 있는가? 만약 그 경험이 직무의 본질과 관련이 있다면, 당신에게는 자기소개서에서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굳이 이력서에서 평가자를 혼란스럽게 만들 필요는 없다.

 

그리고 여기에 무기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취미와 특기. 대부분의 지원자가 영화감상, 음악 감상, 사진, 맛집 탐방, 독서 같은 단어들로 버리는 칸이다. 당신의 지원 직무가 재무라면? 그리고 당신이 나열된 숫자를 보면 규칙성을 찾는 집착에 가까운 습관이 있다면? 나라면 특기란에 ‘전화번호에서 피보나치수열 찾기’라고 쓰겠다. 만약 당신이 영업 직무 지원자이고, 금요일이면 클럽에서 처음 보는 이성의 전화번호를 따는데 귀재라면? 특기란에 ‘5분 안에 처음 본 사람 웃게 만들기’라고 쓰지 않을까. 이력서는 기본적으로 딱딱한 양식이다.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가 거의 없다. 하지만 취미와 특기는 다르다. 잘만 이용하면 당신의 메마른 사막 같은 이력서에 오아시스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채용 평가자는 목적 지향적으로 이력서를 읽는다.

잊지 말자. 채용 평가자는 목적 지향적으로 이력서를 읽는다. “이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보다는 “우리 회사와 잘 어울릴까? 이 직무에 적합할까?”에 비중을 두고 이력서를 읽는다. 그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자신의 욕심을 이력서에 가득 담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렇기 때문에 잘 정돈된 이력서는 더욱 빛을 발한다. 명확한 메시지가 담긴 이력서는 진흙 속의 진주처럼 빛나고, 당연히 기억에 더 잘 남는다.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다면, 당신의 이력서는 잔디밭의 한 그루 나무처럼 특별한 시선을 끌면서, 자기소개서로 페이지를 넘기는 평가자의 마음을 흥미와 기대로 채워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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