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아야 할 자기소개서 작성 원칙(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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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취업을 위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로 밤을 지새우던 시절, 문득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이거, 정말 읽기는 하는 걸까?

 

아마도 이런 의문이 든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채용담당자가 되어 주변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0.5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도 정해져 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아내를 사랑하-”

“네!”, 

 

“나 뚱뚱해 보이지 않-”

“아니!”

 

“혹시 당신 저 여자 쳐다봤-“

“전혀! 그럴 리가!”

 

“채용담당자로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자기소개서 다 읽나요?”

 

“그럼 정말로 자기소개서를 다 읽-”

“네!”

 

우스갯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농담이 아니라, 정말 너무 많이 들은 질문이라 이제는 뇌도 거치지 않고 답변이 불쑥 튀어나온다. 자기소개서? 네, 다 읽어요!라고. 자극 반응 실험용 고무망치로 두들겨 맞은 기분이다.

 

하지만 내가 뱉어내곤 했던 답변이 참이냐 진실이냐를 묻는 이는 잘 없었다. “정말? 정말 다 읽어? 하고 묻는다면, 나는 아마 입을 다물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미드 뉴스룸의 첫 장면이 떠오른다. “I want a human moment from you!” 

 

신입 공채에 있어서 자기소개서를
정말 꼼꼼하게 다 읽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고백컨데, 신입 공채에 있어서 자기소개서를 정말 꼼꼼하게 다 읽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읽기는 읽는다. 다만 눈을 따라 머리도 함께 글을 읽는 것이냐 묻는다면 아쉽게도 나의 대답은 “No”이다.

 

채용 업무를 맡은 후 처음으로 진행했던 신입 공채 때, 지원자들의 경쟁률은 400대 1에 달했다. 공채인원이 적은 것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신입 공채에는 보통 4 자릿수 이상의 지원자가 지원서를 넣는다. 당시 회사의 인사 팀원 중 자기소개서를 평가할 수 있는 평가자의 위치에 있었던 사람은 고작 다섯 명뿐이었다.

 

원서 접수가 끝난 다음 날이면 오전 5시 반에 출근을 했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인사팀에 할당된 프린터기를 모두 총동원해 이력서를 출력한다. 몇 번이나 그 큰 대형 프린터기에 A4용지를 갈아 끼우는 수고를 들인다. 그렇게 1시간 정도에 걸쳐 자기소개서를 출력하고 나면, 평가자 1명에게 할당할 자기소개서를 분류한다. 보통의 경우 적게는 150부에서 많게는 500부에 달하는 때도 있다. 

 

이렇게 분배가 끝나면 오전 8시 정도부터 자기소개서 평가가 시작된다. 주어진 시간은 하루. 오후 5시가 되기 전에 마쳐야만 제 때 인적성검사 대상자를 확정해서 임원 보고를 할 수 있고, 이 임원 보고가 제 때 마무리되어야 그룹 내 인적성검사 주관사의 담당자에게 명단을 제때 통보하고 시험장소를 배정받을 수 있다. 서류전형 기간이 2주라고 해서 정말 담당자가 2주 내내 자기소개서를 보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 평가는 정말 순식간에 끝내야 한다. 그래야만 이어지는 인적성검사 준비와 면접, 그리고 뒤이은 신입사원 교육까지 준비할 수 있다.

 

쪼개고 쪼갠 시간에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자기소개서를 검토하는 것이
지상 과제가 된다.

 

생각해보자. 5명의 담당자가 수천 장의 지원서를 검토한다. 지원자격에 미달되는 허수를 미리 제외하고, 임시저장만 해두고 최종 지원을 하지 않은 지원자도 제쳐둔다. 그러고도 아직 80% 이상의 지원서가 남는다. 남은 시간은 고작 반나절. 이 시간을 다 쓸 수도 없다. 보통 채용 업무 외에도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쪼개고 쪼갠 시간을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자기소개서를 검토하는 것이 지상과제가 된다.

 

과연 다른 회사들도 이런 식일까? 궁금한 나머지 인맥을 동원하여 대기업 채용 평가자 3명과 중소기업 대표이사 3명을 섭외해 자기소개서 평가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지원자 6명의 자기소개서를 블라인드 테스트하는 실험이었는데, 총 2,400자 자기소개서를 중소기업은 평균 2분 2초 만에, 대기업은 1분 52초 만에 평가를 완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더라도, 아마 대부분의 회사는 비슷한 환경에 처해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400자 자기소개서를
중소기업은 평균 2분 2초 만에,
대기업은 1분 52초 만에
평가를 완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자는 분명 한 글자 한 글자 꼼꼼하게 자기소개서를 적었을 것이다. 안다. 단어 하나하나에 얼마나 노고가 묻어있을지. 나 또한 그 입장에 있었더랬다. 하지만 평가자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말 빠르게 자기소개서 위를 눈이 훑고 지나간다. 그러면서도 핵심 문장과 키워드는 두 눈에 꾹 눌러 담는다. 과중한 업무가 준 달갑지 않은 스킬이다.(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던데, 정말 극한 상황에서 사람은 엄청난 적응력을 발휘한다.)

 

이런 평가자에게, 어떻게 써야 기억에 남는 자기소개서가 될 수 있을까? 여기 몇 가지 유용한 팁이 있다.

 

첫 문장은 평가자의 등대가 되어준다.

 

1. 언제나 간결한 두괄식으로!

문과대학에서 4년을 지냈던 나는 언제나 당연스럽게 미괄식으로 글을 쓰는 버릇이 생겼더랬다. 하지만 회사에 들어오고 깨달았던 것은 아무도 미괄식 글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일상 속 보고나 대화에서 조차도!

 

회사원은 기본적으로 바쁘다. 자잘한 설명이나 극적인 논리의 흐름을 논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빠른 정보 전달과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감성적인 수식어구는 느끼한 기름기일 뿐이고, 결론 앞에 있는 자잘한 설명은 구차한 변명거리로 치부된다. 채용 평가자는 이런 환경 속에서 짧게는 몇 년, 길게는 15년을 넘게 보낸 사람들이다. 간혹 자신의 표현력과 문장력을 보여주기 위해 미괄식 구조의 맛깔난 문단을 만들어내는 지원자가 있다. 그럴 때면 채용 담당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하다. 번개처럼 지나가는 평가자의 눈에, 그런 문장은 담기지 않는다. 오히려 ‘이 지원자가 하려는 말이 대체 뭐야?’라는 짜증만 불러일으킬 따름이다. 시간적 여유를 두고 본다면 참 좋은 글일 텐데도. 

 

자기소개서의 구성은 반드시 두괄식이어야 한다. 말하고자 하는 중심 내용이 가장 첫머리에 위치할 필요가 있다. 이 첫 문장은 평가자의 등대가 되어준다. 지원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과 이를 뒷받침하는 요소들을 빠르게 글 속에서 찾아내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다. 이렇게 평가자의 머릿속에 구성된 내용들은 다른 지원서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읽기 쉬웠던 만큼, 빠르게 읽힌 만큼 더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문장은 간결하면 간결할수록 좋다.

 

2. 간결한 문장 호흡

간혹 자기소개서의 한 문장이 3줄, 4줄을 넘어가는 경우를 보곤 한다. 명제를 따라가다 보면 내가 읽었던 내용이 무엇인지 헷갈리곤 한다. 그리고 간혹 길어진 문장을 지원자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해 주술 관계가 어긋난 비문이 되기도 한다. 

 

문장은 간결하면 간결할수록 좋다. 문장 호흡이 짧으면 그만큼 평가자의 페이스가 빨라진다. 소제목과 첫 문장에서 잡은 주제를 놓치지 않고 빠른 흐름으로 자기소개서를 집중력 있게 읽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도 첫 소설을 쓸 당시 문장에서 군더더기를 덜어내기 위해 영어로 문장을 쓴 후 이를 일본어로 번역하는 훈련을 했다고 한다. 능숙하지 못한 만큼 문장의 길이가 짧아지고 표현력에 한계가 드러나는 효과를 활용한 것이다. 길고 복잡한 문장이 뭔가 있어 보이고 지적으로 보일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면 반드시 버려야 한다. 문장은 간결하면 간결할수록 좋다. 전문적인 작가의 작품도 그러한데, 감성적인 부분을 덜어내야 하는 회사 서류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지 않겠는가. 자기소개서도 회사에 제출하는 서류 작업의 일환이다.

 

아무리 자기소개서를 대충 보는 평가자라도
소제목은 반드시 보고 넘어간다.

 

3. 소제목에 모든 것을 담아라!

아무리 자기소개서를 대충 보는 평가자라도 반드시 보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다. 바로 소제목이 그 주인공이다. 그래서 소제목에는 자기소개서 내용의 핵심이 임팩트 있게 요약되어있어야 한다. 다른 내용을 전혀 읽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소제목만 보면 내가 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될 정도로! 

(여담이지만, 어느 인사담당자가 자기소개서 소제목을 보고 읽을 것과 읽지 않을 것을 분류했다는 말을 듣고 놀란 적이 있었다.)

 

소제목을 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몸쪽 꽉 찬 돌직구처럼 핵심 내용을 키워드에 담아 그대로 노출하는 방법과 알쏭달쏭 궁금증을 유발하는 방법. 예를 들어, 한 영업직무 지원자가 자신의 창업 경험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자기소개서에 어필하려고 한다. 이때 지원자는 창업을 통해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다는 의미로 [창업을 통해 얻은 값진 재산, ‘자신감’]이라는 소제목을 쓸 수도, 평가자의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 [매출 3천만 원보다 값진 재산]이라는 소제목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것이 더 좋은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돌직구를 선호하는 편이다. 명료한 소제목 선호도는 기업의 규모가 크고 평가자의 시간적 여유가 적을수록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하지만 일부 평가자 중에는 창의적인 표현으로 소제목을 적은 지원자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디자인, 홍보, 마케팅 등과 같이 창의력을 중요시하는 직무나 직종에서 특히 이런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만약 평가자의 시선을 확 끌어당길 자신이 있다면 알쏭달쏭한 소제목을 적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왠지 불안하다면, 키워드를 이용한 돌직구 소제목을 쓰자. 궁금증을 유발하는 소제목은 주의를 끄는 만큼 내용에 대한 기대치도 올려놓는다. 만약 글의 소재가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는 실망으로 연결될 위험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평가자의 눈높이에 맞는 어휘를 사용해야 한다.

 

4. 어휘 선택과 키워드

자기소개서의 본질은 설득하는 글이다. 상대가 나를 채용하도록 설득하는 것에 주목적이 있는 것이지, 편안하게 쓰는 자기고백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상대와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독자의 눈높이에서 글을 쓰지 않는다면 독자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유치원생 아이를 상대로 글을 쓰면서 어려운 전문용어를 사용한다면? 아이는 “이게 뭐야?”하고 물으며 엄마를 귀찮게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이 서너 번 반복되면, 아이는 이내 흥미를 잃고 책을 덮지 않을까. 자기소개서도 마찬가지다. 평가자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 정규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면 문장에 있어서 크게 눈높이가 달라질 일은 없다. 그렇다면 신경 써야 할 것은 어휘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많은 지원자들이 이 어휘를 선택함에 있어서 눈높이를 맞추는데 실패한다. 

 

예를 들어보자. 총무에 지원하는 지원자가 자기소개서에 “대학시절 학생회의 총무를 맡아 활동에 사용하는 물건들을 관리하고 회비를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한 경험이 있습니다.”라고 썼다. 겉보기에 아무 문제없는 문장이다. 하지만 이를 “대학시절 학생회의 총무를 맡아 학생회 자산과 비품을 관리하고, 예산 제반 업무를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했습니다.”라고 바꾼다면 어떨까? 회사 직무 용어에 익숙한 평가자들은 익숙한 어휘에서 오는 친근함과 함께 지원자의 업무에 대한 전문성에 대해서도 신뢰를 갖기 쉬울 것이다. 

 

쓸데없이 어려운 학술용어를 사용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직장인들도 회사에서 작성하는 보고서에 되도록이면 쉬운 표현을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일상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친숙한 어휘를 사용하면 된다. 학술적 용어는 논문에서나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직무에 따라 업계에서 자주 사용하는 특정 어휘가 존재한다. 인터넷에서 조금만 찾아보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인 만큼, 자소서에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다.

 

자기소개서는 지원자가 회사에 제출하는 첫 공식문서

 

자기소개서는 지원자가 회사에 제출하는 첫 공식문서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상사에게 제출하는 문서도, 자기소개서도, 모두 상대를 설득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독자의 마음을 얻는 최상의 방법은 상대와 눈높이를 맞추고, 상대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임을 잊지 말자. 당신의 화려한 화법과 화술은 면접장에서, 그리고 입사 축하 회식 장소에서 보여줘도 충분하다. 상대를 배려한 당신의 문장은 분명 높이 쌓인 자기소개서 뭉치 속에서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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