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당신을 위해

  • 293

“형님, 취업했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나와 들여다본 핸드폰에 대학 후배의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조언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딱딱한 고딕 폰트 안에 말랑말랑해진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래,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지. 그런데 어쩌지? 이제 시작인데. 지옥에 온 걸 환영하네, 젊은 용사여.

 

직장 생활이 지옥 같다는 표현은 이제 진부함을 넘어서 식상해진 지 오래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이 지옥의 문턱에 발도 들이지 못한 채 연옥 같은 취업준비기간을 보내고 있다. 차라리 지옥은 화끈하기라도 하지, 끝 모를 연옥의 미적지근한 시간은 또 다른 고통이다. 그때가 좋은 때라는 말은 연옥 문을 나온 후에야 뱉어낼 수 있는 특혜다. 

 

이토록 취업이 힘겨웠던 시절이 또 있었을까?

 

이토록 취업이 힘겨웠던 시절이 또 있었을까? 지금의 취업시장이 잘 말린 오징어를 씹어먹는 느낌이라면 90년대 IMF의 취업시장은 솜사탕을 녹여먹는 느낌이라고. 철없던 학창 시절에 IMF를 지나 보낸 나로서는 증명할 길 없는 비교겠지만, 그 말의 무게는 업무를 통해 피부로 느끼게 된다. 인사, 채용이라는 직무가 소심한 내 마음 위에 얹어준 돌덩이가 되겠다.

 

해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진다. 경쟁률이 사다리를 오르면서 지원자의 학력과, 보유 자격증 숫자, 어학성적 숫자도 보따리로 엮어 등에 짊어지고 갔나 보다. 이대로는 구름까지 뚫고 올라갈 기세다. 두둥실. 구름 위에 오르면, 그다음에는 어디로 가려고 이러는 건지. 

 

대학 후배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 공채 기간의 채용설명회, 피키캐스트와 브런치의 취업 관련 연재물. 여러 창구를 통해 만나본 취업 준비생들은 열이면 여덟 아홉, 두 눈 속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물엿처럼 찐득하고, 액화질소처럼 차갑다. 거머리처럼 두 눈에 들러붙어 뇌까지 얼려버릴 것만 같다. 혹여 그 그림자에 내 탓도 있는 것은 아닌지, 덩달아 내 가슴까지 서늘하게 얼어붙는다. 

 

후배의 기쁨 가득한 문자가 잠시나마 위안을 주었다. 하지만 그 뒤로 꼬리표처럼 따라오는 상념 하나. 내가 참 좋아하는 후배님. 너의 기쁨 가득한 미소 뒤에는 몇 십배, 아니, 몇 백배에 달하는 사람들의 눈물이 있겠구나. 그들도 너와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그들도 모두 너 만큼이나 밤을 지새우고, 고민하고, 또 노력했을 텐데.

 

꿈을 탐색할 기회가 말살된 교육과정을 거쳐 수많은 취준생이 양성된다.

 

꿈을 탐색할 기회가 말살된 교육과정을 거쳐 수많은 취준생이 양성된다.  획일화된 공장 노동자를 생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19세기 무렵의 교육제도와 별 다를 바 없는 교육을 통해 양성된 예비 직장인들은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과 자기 목표 성취를 중시하는 인재 채용 시장으로 내몰린다. 그들에게 길잡이 까지는 아니어도 어둠 속 성냥 한 개비 정도는 되어주고 싶었다. 이런 명목으로 취업과 관련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이제 만 1년이 다 되어간다. 

 

수천 건의 댓글을 통해 취준생들의 솔직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더러는 좋은 정보라며 고마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빈정거림과 비판을 넘어선 비난을 남기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런 댓글에 아파했던 이유는, 그 가시 돋친 것들이 나오기까지 그들이 겪어야 했을 수많은 상처 때문일 것이다. 한창 빛나야 할 시기의 동생들이, 후배들이, 조카들이 상처 투성이가 되어 몸 안에 쌓인 독을 뱉어내는 것이다. 그래, 이렇게 토해내고 잠시나마 통쾌했다면, 좋다, 얼마든지 게워내자. 그리고 한잠 푹 자고 일어나 상쾌한 마음으로 다시 하루를 걸어갔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다.

 

하지만 우리 시대의 청년들이 아무리 아파한들, 일반 사기업이 이들 모두를 책임질 수는 없다. 각자의 형편에 맞는 숫자를 채용할 뿐이고, 그 숫자가 구직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할 뿐이다. 꼭 집어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그러기에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너무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결국 우리가 만든 사회고, 필연적으로 우리 모두의 책임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그저, 일개 회사의 직원인, 그래서 결국 사회 앞에 연약할 수밖에 없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결국 답은 계속해서 쓰는 것, 그것뿐이더라. 조금이라도 더 많은 후배들이 뛰어오를 준비가 될 수 있도록. 그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원석임을 증명할 수 있도록.

 

다행히 나는 인사업무를 하고 싶다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기업교육 컨설팅 회사를 거쳐, 그리고 삼성 계열사를 거쳐, 지금은 작지만 큰 꿈을 꾸는 스타트업에서 인사팀장이 되었다. 그 여정에서 다양한 인사담당자들을 만나보았고, 대기업의 인재 채용 프로세스를 경험했다. 운이 좋았다. 단지 그 뿐인다. 

 

당신이 궁금할 것들에 대한 답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전하려 한다.

 

처음부터 분에 넘치게 받은 선물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 선물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다. “취업”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고 낯설어 두려움을 느낄 이들에게 작은 성냥이 되고자, 다시 연재를 시작한다. 그리고 당신이 궁금할 것들에 대한 답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전하려 한다. 입에 발린 회사의 대변인 역할은, 여기서는 잠시 벗어두겠다. 

부디, 나의 작은 노력이 당신의 날갯짓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Kyle Lee 작가님 글 더 보러가기



최근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