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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 공채 실무면접 시작 30분 전. 이미 대기실에는 면접을 보기 위해 온 지원자들로 가득했다. 한 사람 한 사람 문을 열고 들어올 때마다 인사와 함께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확인하고 대기 자리로 안내한다. 

 

지원자들은 모두 각양각색 그 느낌이 다르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준비해온 자료를 꺼내어 뒤적이는 지원자,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불안한 눈빛으로 가방을 품에 꼭 끌어안은 지원자, 누가 보면 직원인 듯 옆에 앉은 사람과 여유롭게 수다를 떠는 지원자 등등. 하지만 행동은 각양각색일지언정, 하나같이 상기되어 빨갛게 물든 볼은 숨기지 못한다.

 

긴장하지 마세요!

 

면접을 진행할 때면, 지원자에게 반드시 이렇게 이야기해주곤 했다.

 

“긴장하지 마세요. 긴장하시면 오히려 더 말이 안 나와요. 120%를 보여주지는 못하더라도, 100%는 보여주시고 나오셔야죠. 긴장하면 50%도 안 나와요.”

 

그러면 지원자는 미소를 띠곤 한다. 입꼬리가 올라가는데, 눈은 웃질 않는다. 어색해 미칠 노릇이다.

 

“그냥 아버지 친구를 만난다고 생각하세요. 예의 바르게, 하지만 자신 있게 이야기하시면 됩니다. 면접관 분들이 면접장에서는 딱딱하고 권위 있어 보여서 위축되는 거지, 밖에서 따로 만나면 다 평범한 아저씨잖아요.”

 

그렇게 면접자를 들여보내고 20분 정도가 흐르면, 면접장의 문이 열리고 지원자들이 나온다. 대부분은 혼이 빠져있지만, 가끔은 만면에 미소를 띠며 당당히 나오는 사람이 있다. 처음 들어갈 때의 긴장을 훌훌 털어버린 표정이다. 이런 지원자는 확실히 다음 단계의 면접에서 다시 만나는 경우가 많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첫 면접을 제외하고 크게 긴장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도 첫 면접에서 뼈저린 후회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생애 첫 면접은 어느 작은 기업 PR 컨설팅 회사의 인턴이었다. 외국계 초대형 컨설팅 회사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고 나온 대표가 세운 신생 회사. 짧은 업력에 비해 성장세가 비범한 회사였고, 3개월 인턴 기간 이후 평가를 받아 정규직이 될 수도 있었다. 

 

면접 하루 전, 회사 근처를 한 바퀴 돌면서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보고, 근처 맛집까지 혼자 찾아가 밥을 먹을 정도로 열의가 넘쳤더랬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한 숨도 자지 못한 채 예상 질문에 대한 답을 머릿속으로 되뇌고 또 되뇌었다.

 

나는 보기 좋게 면접에서 떨어졌다.
너무 긴장했던 탓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보기 좋게 면접에서 떨어졌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질문이 빠르게 이해되지 않았고, 답변도 너무나 어눌했다. 면접을 마치고 건물에서 나오고 나서야, 내가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고 나온 건가 싶었다. 심지어는 무슨 질문을 받았는지 조차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 이후로, 나는 더 이상 면접에서 떨지 않았다. 딱히 대단한 자신감이 생긴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이렇게 떨어지고 나면 결국 남남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을, 아니, 애초에 남남인 동네 아저씨 같은 사람들을 만나는데 내가 왜 그렇게 떨어야 했는지 스스로 납득이 가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면접 대기실에서 스스로에게 참 많이도 이야기했었다. 아직 내 상관이 아니다. 그리고 난 이 회사의 잠재고객이다. 아직은 내가 더 높다,라고.

 

신기한 건 그 이후로 면접 합격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떨지 않으니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모두 할 수 있었다. 긴장하지 않으니 예상치 못했던 질문에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대처할 수 있었다. 내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당당하게 잘 모른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고, 무리하게 포장하여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도 없어졌다. 과대포장이 사라지고 진짜 나의 성향과 성격, 생각을 전할 수 있었다. 이는 면접관에게 자신감으로 비쳤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나에 대한 신뢰로 다가왔다. 비록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해에 총 3군데의 회사에 최종 합격했다. 나는 최종적으로 가장 원하던 직무가 약속된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면접 준비'란 자신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갖는 것이다.

 

많은 지원자들이 ‘면접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준비를 해야 한다. 채용담당자로서 ‘면접 준비’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갖는 것이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 이 직무를 시작으로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지, 왜 이 회사를 선택했는지, 이 회사에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며 이를 통해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를 정리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지원자들은 다른 방법으로 면접 준비를 한다. 1분 자기소개를 어떻게 해야 기억에 잘 남을지, 과거에 이 회사 면접 질문이 어떤 것이 있었고, 이런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변을 해야 나의 흠을 들키지 않고 잘 포장할 수 있을지 등등. 이런 부분들에 잘 대처하기 위해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외워 거울을 보고 연습한다. 면접은 연기자를 뽑는 오디션이 아닌데.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 붙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구직자의 입장에서 그런 절박함이 없을 리 없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절박함이 낳은 결과물은 결코 좋지 못하다. 나를 포장하려 내가 아닌 것을 연기하게 만드는 것이 좋을 리 없다. 대부분의 지원자는 연기자가 아니다. 결국 면접시간은 어설픈 연기 오디션장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면접관은 생각한다. 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포장하고 꾸미려고 노력하는 것인지. 혹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객관적인 판단을 스스로 내린 것은 아닌지.

 

지원자는 결코 완벽한 연기를 해내지 못한다. 외워서 준비한 것들은 반드시 티가 난다. 그러면 면접관은 의심의 눈초리로 지원자의 내면 깊은 곳에 숨은 진짜 본모습을 캐내기 위한 ‘수사관’ 연기에 돌입한다. 내가 앞으로 몇 년 동안 매일같이 한 공간에서 호흡을 맞출 사람을 뽑으려고 하는데, 혹시 ‘사기결혼’이라도 당할까 노심초사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면접관도 사람이고,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면접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솔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면접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여기에 있다. 솔직해야 한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면 된다. 모르는 것이 결코 죄가 아니다. 모르는데도 이를 숨기려고 하는 것이 악덕이다. 나를 표현하는데 미사여구도 필요가 없다. 그냥 내 이야기를 하면 된다.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살아오면서 수백 번도 더 해본 것이 자기소개가 아닌가. 학교에 입학할 때마다 새로운 친구에게 나를 어떻게 소개했는지 잘 떠올려보자. 그 친구에게 “나는 한 잔의 와인 같은 사람이야. 첫맛은 조금 씁쓸하지만 그 깊이에 반하게 되고, 나중에는 그 첫맛의 씁쓸함을 잊을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지.”라고 말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나의 언어를 써야 한다. 나를 표현하는데 나의 가장 자연스러운 언어만큼 적절한 것은 없다. 애초에 그렇게 꾸며낸 말을 면접관이 좋아할 것이라는 장담도 없지 않은가. 사람의 취향은 다 제각각이고, 내가 지원한 회사의 면접관이 어떤 취향일지도 알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고 할 수 있다.

 

괜찮다. 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지 말자. 내가 나를 신뢰하면, 내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수 백번, 수 천 번 연습한 그 소개보다 10배는 더 묵직한 무게감을 전달할 것이다. 그리고 그 신뢰감은 면접관의 가슴까지 전달된다. 면접도 대화이자 소통이고, 소통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혹시 이 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없다면, 이 사실 한 가지를 기억하자. 당신은 이미 면접에 붙었다는 것. 면접 장소에 당신을 불렀다는 의미는 그 수많은 지원자들 중 ‘바로 당신’을 만나보고 싶다는 뜻이다. 그러니, 자신감을 갖자. 면접관은 이미 당신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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