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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는 회사 동료로 만났다. 둘 다 인턴인 데다가, 나이도 같았다.
HR 스타트업에서 콘텐트 크리에이터로 한 달 동안 함께 일하다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그녀는 스스로의 커리어는 어떻게 설계하고 있을까. 창업을 했고, 이번엔 외국으로 훌쩍 떠난다니, 꽤나 독특한 행보를 걷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그녀가 회사를 떠나기 며칠 전 인터뷰를 해달라고 했다.
처음엔 나의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나의 고민 상담이 되어버리고 마는데…(엥?) 그녀가 떠나기 전 우리의 딥톡(Deeptalk)을 살짝 공개한다.
 


개씨: 자기소개 부탁해.


루시: 노마드씨 루시(Lucy)라고 해.
팀 내에서 영상을 편집하거나 콘텐츠를 영어로 번역하고, 그리고 콘텐츠 크리에이션을 하고 있어.
그리고 요즘 공부를 하려고 하는 건 iOS 개발.
시월에 치앙마이로 애나(Anna)와 같이 6개월 정도 여행을 하며 일을 할 예정이야.



개씨: 노마드씨 루시라고 했는데, 노마드씨가 뭐야?


루시: 각자의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는 디지털 노마드 팀인데, 제시, 애나, 나 이렇게 세 명으로 구성되어 있어.
우리는 iOS 앱 서버를 자체적으로 만들려 노력하는 등 다양한 것들을 하고 있는데, 그 큰 줄기는 디지털 노마드라고 보면 돼.



개씨: 디지털 노마드? 그게 뭐야?


루시: 노마드를 한글로 하면 유목민이라는 뜻이야.
쉽게 말해 디지털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 곳에 정착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여행을 하면서 일을 병행하는 것을 말해.
일은 디지털 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 예를 들어서 온라인 마케팅이나 개발, 디자인 같은 일을 하지.
사실 사람마다 단어를 정의하는 게 달라.
난 나만의 디지털 노마드 정의를 찾아가는 단계인 것 같아.






프리랜서랑 디지털 노마드의 다른 점은, 여행을 하면서 일을 할 때 프리랜서는 '여행을 와서까지 일을 해야 돼?'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디지털 노마드는 여행을 하면서 일을 하는 게 즐거워.
여행을 보는 관점이 달라.



개씨: 그런 관점의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 거야?



루시: 마음가짐, 마인드셋 아닐까.
디지털 노마드는 '그냥 여행만 하는 건 재미가 없다.
일을 하면서 여행을 할 때 가장 재미있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개씨: 아하. 여행의 의미가, 프리랜서에게는 일에서 도피하는 것이고, 디지털 노마드에게는 일하는 데에 필요한 것이라는 말 같은데, 내가 잘 이해한 거 맞아?



루시: 나한테는 그런 정의가 맞아.
하지만 한 장소에 정착해서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도 있긴 해.
사람마다 정의하기 나름인 것 같아.





여행하며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




개씨: 한국에서 노마드로 벌어먹고 사는 것이 가능할까?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회사 생활을 벗어난 밥벌이를 상상하기가 쉽지 않아.



루시: 아직까진 일부 사람들은 가능하지.
현재는 도전할 용기가 있는 사람들 혹은 능력이 좋은 사람들이 가능한 거 같아.
사실 우리 팀원들도 고민하는 지점이야.
한국형 노마드를 고찰하고 연구하고 있어.
지금은 개씨가 말한 대로 일의 형태가 하나밖에 없지만, 큰 것이 아니더라도 작은 성공 사례들이 있으면, 사람들의 선택지가 늘어나지 않을까 싶어.
어렵지만, 우리가 그 다른 선택지를 만들고 싶은 거고.



개씨: 디지털 노마드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어?



루시: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를 우연히 알게 되어 팀원에게 전해줬는데, 특히 애나가 자신이 원하는 삶을 한 단어로 정의한 것이라며 굉장히 좋아했어.
애나의 이상향도 그런 삶이었고, 나도 막연히 그것을 꿈꿔왔는데, 그런 사람들이 있는 것도, 그런 단어가 있는 것도 알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디지털 노마드 쪽으로 방향이 정해졌지.
그땐 우리가 창업을 할 때여서 디지털 노마드를 실험해볼 수 있었어.
디지털 노마드를 하다 보니 이게 나와 잘 맞는 일의 형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개씨: 구체적으로 어떤 실험을 했어?



루시: 리모트 워킹으로 팀원들이 일을 해봤어. 회의를 만나서 하기보다는 온라인으로 하고, 문서 공유를 철저히 하고, 팀원이 셋인데 두 명이 얘기를 나눴을 때 그 얘기를 다른 팀원도 볼 수 있게 철저히 기록했지.
그런 것들을 하다 보니까 실질적으로 오프라인에서 한 번도 만나지 않았는데 온라인에서 일이 되게 잘 진행되네라는 생각이 들었어.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현재는 2년 정도 되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이 문화를 잘 만들어서, 우리뿐 아니라 다른 디지털 노마드들이나 기업들에게도 한 가지 답이 될 수 있을까를 설계하고 있어.





리모트 워킹을 하면 미팅을 할 때 만날 필요가 없다.




개씨: 시행착오도 있었다고 했지? 어떤 게 있었던 거야?



루시: 예를 들면, 한 명은 기록을 되게 잘 하고 한 명은 기록을 하는 데 있어서 부족했는데, 그러다 보니 이 사람이 뭘 하는지 안 보이는 거지.
온라인에서는 기록이 그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흔적이 돼.
그 흔적이 안 보이니 '일을 한 건가? 어떻게 일을 한 거지?'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걸 맞추는 데 힘들었어.
그거랑, 우리가 처음에 전화로 얘기할 때는 그렇게 디테일하게 내용을 적지 않았어.
'어떤 것을 했다.' 하는 큰 내용들만 썼는데 그러다 보니 통화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은 온도차를 느끼더라고.
두 명은 알고 있는 내용인데, 다른 한 명은 읽었을 때 맥락이 파악이 안 되고,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하는 거야.
그런 걸 어떻게 하면 줄일까를 계속 연구하고 방법을 모색했어. 지금은 잘 안착한 것 같아. (아마도?)



개씨: 내가 본 루시는 일을 굉장히 똑 부러지게 잘 하는 것 같아. 그래서 디지털 노마드를 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루시: 디지털 노마드가 되기 위한 한 가지 자질이 있다면 자기관리야.
프리랜서도 그렇고, 누가 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퍼지기 쉬워.
특히 침대가 눈에 보이는 순간 눕고 싶더라고.
그런 걸 잘 컨트롤해야 할 것 같아.

예를 들면, 자기만의 루틴을 설정해서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일할 것을 설정해서 잘 지킨다던가.
그렇게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고 잘 지킬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해.
아니면, 그렇게 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고. 자기관리가 무너지는 순간 일까지 무너져.
회사는 무조건 일을 일정 시간 해야 하잖아?
그런데 집이나 다른 자기만의 공간에서 일을 하면, 자기관리가 무너지는 순간 다 일로 와.
그리고 산출물이 안 나오는 순간이 발생할 때, 돈을 버는 데에 큰 지장이 있지.




디지털 노마드는 자기관리가 중요하다.



최근에 자기관리가 무너졌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애나가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해 얘기해줬어.
그 얘기 중 와 닿았던 건 자신만의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였어.

예를 들어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한 시간씩 분더리스트(일정관리 툴)를 꼭 기록하고 다른 팀원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체크한다'라는 습관이 만들어지면 그게 자기의 패턴이 되면서 자기 관리가 될 수 있는 한 가지 수단이 된다고 하더라고.
이걸 일주일만 하는 게 아니라 100일을 해야 한대.
100일이라는 숫자가 지킬 수 있을 것 같기도, 없을 것 같기도 하잖아?
100을 지키면, 그런 습관들이 내재화된다더라고.
구체적인 습관을 하나 잡고 그걸 해보라는 팁을 받고, 나도 지금 실행하고 있는데, 좋은 방법인 것 같아.



개씨: 이 회사에서 인턴은 왜 하게 된 거야?



루시: 회사를 들어올 때 두 가지의 명확한 목적이 있었어.
하나는, 방금 말했듯이, 이번 연도 3월에 많이 무너졌었어.
심리적으로도, 일적으로도. 그러다 보니 노마드씨를 잠시 나왔고. 그러면서 무기력에 빠지더라고.
뭔가를 했을 때 힘이 나지 않고, 무기력의 무한루프를 돌고 있었는데, 무기력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가장 효과적 수단이 새로운 환경에 나를 밀어 넣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기 위해 에너지가 발생하게 되고, 또 새로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며 좋은 에너지도 얻을 수 있으니까.




일터에서의 루시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다른 하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첫 도전이었는데,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내가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 보고, 산출물을 꼭 들고나가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
실제로 이 회사에서 많은 것들을 했고, 그 부분도 명확하게 이루었어.



개씨: 시월에 치앙마이에 간다고 들었어. 어떻게 가게 된 거야?



루시: 애나가 작년에 8개월 동안 해외에서 도시별 생활살이를 했어.
나는 같이 일하고 가까운 사이에 있는 사람으로서 애나가 얼마만큼 성장하고 달라졌는지를 눈으로 보니 너무 신기했어.
그래서 이번에 애나가 한국에 들어왔다가 다시 떠난다고 했을 때, 나도 한 번 같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마침 애나는 혼자 떠나지 않고 원정대처럼 사람을 몇 명 꾸려서 떠나겠다는 목표가 있어서 내가 조인하게 되었어.
정리하자면 애나가 도시별 생활살이를 하며 어떻게 성장했는지, 어떤 포인트에서 그런 성장을 이뤘는지가 궁금하고 나도 그만큼 성장을 해보고 싶어서, 같이 떠나자고 한 거야.




노마드씨의 애나의 원정대를 찾는 글 중 일부




개씨: 루시는 외국에서 그렇게 오래 사는 건 처음인 거야?



루시: 처음이야. 한 달은 있어봤지만 6개월은.



개씨: 왜 하필 치앙마이야?



루시: 애나가 치앙마이라는 도시가 너무 좋았다고 항상 나에게 말했어.
그래서 궁금했던 게 가장 큰 이유야.
그리고 나와 애나가 7월에 제주도를 갔었는데 그때 스쿠터를 빌려서 탔어.
타는데, 너무 행복한 거야.
바람을 맞으면서 이동을 한다는 게, 사람에게 자유롭다는 느낌을 줬어.
치앙마이에서는 오토바이를 많이 타고 다닌다고 하니 그 부분도 좋았어.
아! 그리고 생활비도 너무 싸.
애나가 2달 살면서 170 정도 썼다고 했어.



개씨: 우와, 정말 괜찮네. 가서는 어떻게 지낼 계획이야?



루시: 사실 계획이 없어. (웃음)
그냥 지금 정해진 건, 치앙마이를 간다.
가서 집을 구한다.
가서 일을 한다.
이 정도뿐이야.



개씨: 일은 가서 구하는 거야?



루시: 지금 구하고 있어. (지금 9월이 다 끝났는데?)
이 부분을 많이 어필하고 싶어.
제가 지금 외주를 찾고 있으며, 영상 제작도 할 수 있고, 원격근무 형태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습니다.



개씨: 아하하. 아무 계획도 없는 게 걱정이 되진 않아?



루시: 사실 너무 두려워.
하지만 설레기도 해.
나는 항상 두려움 속에 성장했던 것 같아.
그래서 그 두려움이 마냥 두렵지는 않아. (웃음)
'이 6개월을 버티면 분명 성장해있겠구나.'
그 하나 보고 가는 거야.
애나가 같이 있어서 좀 안심이 되는 것도 분명 있고.



개씨: '성장했다'는 건 무슨 말이야?



루시: 일적으로나, 아니면 경험으로나.
경험을 많이 하다 보면 사람이 성장을 하잖아.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하는 것으로부터의 성장.
그리고, 그렇게 여행하면서 일도 같이 하는 건, 이렇게 오래는 처음이야.
그렇게 해보면서 일적인 성장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개씨: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어?



루시: 애나랑 제시랑 노마드씨를 잘 만들어서 성공하고 싶어.



개씨: '성공'이 뭐야?



루시: 뭘까? 음… (고민 중) 우리가 노마드씨에서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거 하나는, 자신의 행복이 우선시되는 거야.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어.
그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게 우리의 가장 큰 성공이 아닐까.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건, 금전적인 부분이 전제가 되어야 하겠지.
우리의 가치를 지키며 이런 식으로도 일하고 돈을 벌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

그게 성공이야.




제주도에서의 노마드씨



개씨: 너무 좋다. 다른 팀원을 받을 생각은 없어?



루시: 지금 찾고 있어. 개발자와 마케터.
저희는 열려있습니다. (웃음)
지금 팀 내에서 하고 있는 건 새로 오신 분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기업문화를 잘 만들어놓는 거야.
그리고 처음 오신 분들이 리모트 워킹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문서화하려 하고 있어.



개씨: 마지막 질문이야. 10년 후에 어떻게 살고 있을 것 같아?



루시: 영화 인턴에 나왔던 질문이네.



개씨: 정말? 거기서는 뭐라 그래?



루시: 거기서는 할아버지가 인턴을 하는데, 면접 질문이었어. “당신은 10년 후에 무엇을 하고 있을 건가요?” 근데 할아버지가 70살이야. 재밌는 포인트라 웃었어. (웃음)




영화 <인턴>


개씨: (빵 터짐) 아, 너무 웃기다. “살아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겠네.



루시: 개씨는 뭐가 되어있을 것 같아?



개씨: 음, 나도 ‘뭐해 먹고살지’ 하고 계속 고민해. (웃음) 그래도 최근엔 좀 좁혀졌어.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고, 사람을 만나고 글 쓰는 것을 계속하고 싶어.
근데 그걸 기업에서 할지, 매체에서 할지가 요즘의 고민이야.
전문적으로 글 쓰려면 매체가 낫지. 그래서 원래는 잡지사를 가고 싶었어.
기업에서 글 쓰는 건 이번이 처음이야. 사실 이것도 너무 해보고 싶었던 일이긴 해.
왜냐면 잡지는 사양산업이 분명하고, 기업은 돈이 많으니까 더 안정감 있게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걸 확인해보고 싶었거든.
아직 한 달 정도밖에 안 됐지만, 확실히 잡지보다는 안정적인 것 같고 (회사가 계속 성장하는 중이니까) 특히 이 곳은 가치가 나와 잘 맞아서 좋아.
하지만 글을 쓰면서 느끼는 개인적인 보람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아.




그런데 또 그렇다고 해서 잡지에서 글 쓰는 게 더 보람이 있냐고 하면, 그것도 사실 잘 모르겠어.
궁극적으로 내가 하는 일이 어떻게 사회에 기여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는데, 잡지사에서 일하면서는 한편으로는 ‘공허한 사람들을 만들어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결국 판타지를 만드는 일인 거잖아.
실제보다 더 아름답게, 우아하게, 세련되게 이미지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그 이미지를 욕망하게 만드는 것.
공허한 사람들이 많을수록 욕망이나 유행을 만들어내기 쉬우니까, 특히 잡지를 비롯한 미디어들이 그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연적인 것 같긴 하지만. 적어도 이 회사는 그런 건 아니야.
오히려 이직이나 채용은 실생활에 굉장히 밀접하고 도움이 되는 실제적인 일이지.
그렇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정말 자신에게 어울리는 직업을 갖게 도와주는 것, 이 기업에서 추구하는 그런 가치가 좋다고 생각해.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치를 떠나 정말 일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생각하면, 잡지 일 자체는 굉장히 재밌고 나와 잘 맞아.
특히 잡지에서는 크리에이터로서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좋아.
내가 전파하고 싶은 아이디어를 트렌디한 기획으로 보여준다거나, 글로 써 내려간다던가.
또 매일매일 만나는 사람들 한 명 한 명 얼마나 캐릭터가 뚜렷하겠어,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즐거워.
그런데 셀렙과 대중의 간격이 너무 뚜렷하니까, 말하자면 거기서 오는 괴리가 있지.
너무 두서없이 말했지. 둘의 장단이 뚜렷해서 그런지 둘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어.




루시: 그게 아니면, 개씨 자신의 일을 해야지.



개씨: 그게 무슨 말이야?



루시: 아무튼 개씨의 힘을 뽐내려면 수련해야 하는 게 있잖아.
글쓰기라던가, 생각하는 힘 같은 것 말이야. (맞아.)
그걸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은 돈이 필요한 거야.
개씨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그중에서 가장 최선의 방법을 선택해서 개씨의 힘을 키운 다음에, 개씨가 어느 정도 힘이 있고 날개가 크면, 그때 날개를 달고 떠나야지.



개씨: 우와, 너무 아름다운 비유다.



루시: 그때까지는 좀, 지금처럼 살아야 하지 않을까. (웃음)
만약에 그게 아니라면 할 수는 있는데, 힘든 거지.
우리도 우리의 가치를 지키면서 일을 하는 게 가장 힘들어.
외주를 받아서 뛰는 업체가 될 수는 있는데, 우리만의 가치를 지키면서 일을 하려고 하니까.
힘듦을 감수할 깜냥이 되느냐. 안 되면, (기업에) 들어가서 일 해야 하는 거지.



개씨: 그렇구나. 난 아직 모르겠어. 생각이 자꾸자꾸 바뀌어.



루시: 그게 재밌는 것 같아.



개씨: 생각이 바뀌는 게? 그래? 나는 힘든데.



루시: (웃음) 그러면서 발전하는 거지.



개씨: 얼마 전에는 또 샤워를 하면서 문득, 에디터를 너무 하고 싶다, 안 하면 안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근데 또 며칠 뒤에는 달라질 수도 있고. 그나저나 그 날개 비유 너무 멋지다. 와 닿았어. 우선 내 날개를 키우고, 날개를 달고 떠나라.




루시: 그게 자아실현 아닐까.




개씨: 그렇구나. 루시에게는 자아실현이 뭐야?



루시: 30살이 되어 40살이 되면 시간에 의해 어느 정도 위치까지 이르잖아.
그러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것. 그래서 내 끝이 어딘가를 보는 것.
과연 내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를 보는 게 자아실현인 것 같아.
그러고 보니 개씨와 이런 깊은 대화를 처음 하는 것 같은데?



개씨: 왜? 우리 많이 했잖아.



루시: 개씨의 얘기는 처음 듣는 것 같아.



개씨: 그렇구나. 이런 얘기 너무 좋아.



루시: 나도.



개씨: 우리가 ENFP(MBTI 성격유형 중 하나. 재기발랄한 활동가 타입)라 그래. (웃음)
장난이고, 루시랑 대화하면서 생각한 건데 우리 둘 다 굉장히 경험주의자인 것 같아.
난 가끔 ‘내가 왜 그렇게 경험에 집착할까?’라고 생각해.
이것도 해봐야 하고, 저것도 해봐야 하고, 안 하면 죽을 만큼 후회할 것 같아. (웃음)
루시가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맥락이야?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은 것?




루시: 응. 나는 항상 느끼는 게, 나 자신을 너무 모른다고 생각해.
새로운 환경에 갔을 때 되게 다른 나들이 나타나니까 그게 너무 재밌어.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하려고 해.



개씨: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은?



루시: 내 10년 뒤의 모습은, 지금보다 훨씬 성장한 나. 그동안 내적인 성장을 계속 하기.



개씨: 그렇구나. 기대할게, 루시.





매거진 'Interview : 조금 다른 삶'에서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순전히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인터뷰합니다.
인생은 이렇게도 살 수 있고 저렇게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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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비스는 15년 이상의 역사와 전문성을 가진,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임팩트 벤처 그룹입니다. 사회 및 공공이 해결하지 못한 영역에서 혁신적인 기술로 임팩트를 전파하고자 기업들을 발굴, 투자, 육성하고 있습니다. 2004년 창업 초기, 많은 시행 착오를 경험하며 20대 초반의 우리는 "인생의 30년 여정"에 대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당시는 사회 전반적으로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이 꺼지며 창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고하던 시기입니다. 그런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그리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단지 재미와 의지만이 아닌, 철학과 미션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누군가는 후배들에게 취업과 진학 외에도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라고 결심하며 과감히, 그리고 무모하게 창업과 사업이란 길을 선택했습니다. 우리가 계획한 30년 여정 중 15년이 지난 지금, 크레비스는 시장 실패 영역에서 직접 사업을 운영하며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도전에 동참하는 용기 있는 후배들을 지지하고, 공동창업자로 육성하며, 임팩트 펀드 운영을 통해 임팩트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 크레비스파트너스 홈페이지: http://www.creviss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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