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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 지인의 자기소개 글을 허락을 받고 약간 편집해 발행한다.
마케터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고충과 통찰이 잘 녹아있는 글.


제가 생각하는 마케터는 진짜 특이한 직군입니다. 브랜드, 퍼포먼스, 전략 어떤 곳에서는 세일즈까지 마케팅의 영역으로 두기 때문이죠.
사실 마케터라고 하면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브랜딩을 한다고 해도 전략부터 실행, 결과 분석까지 각각 다른 스킬과 전문성을 요구하니까요.
칼같이 업무를 나눌 수도 없고, 이것을 하려면 저것이 먼저 되어야 하고, 줄줄이 알감자처럼 되어있잖아요.

전공 지식도 없던 제가 처음부터 마케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습니다. 저는 흔히 말하는 '콘텐츠 마케터'로 이 직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덜컥 글 쓰는 직업을 가지고 싶어서 들어간 첫 회사는 PR 에이전시였는데, 사실 저는 그때 제가 마케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선배들이 시키는 일을 하다 보니까 어느새 브랜드 전략, 콘텐츠 전략 등등 '마케터'의 영역의 일을 하고 있었죠.
일 년 동안 제안서와 콘텐츠를 몇 개 쓰고, 매일 리포트를 썼어요. 그러고 다른 회사의 JD(Job Description)를 살펴보다 그제야 제가 하고 있었던 일을 알게 되었어요.
이래저래 마케터 비슷한 일을 하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좀 싱겁긴 하지만 그렇습니다. 그니까 마케터로 일한지는 3년 정도 됐는데, 마케터가 된지는 한 1년 반 밖에 안된 것 같습니다.
왜 이 일을 해야 되는지 모르고 시작했으니까요.
지금도 제가 어떤 마케터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것저것 하면서 느낀 점은 마케터가 스킬만큼이나 마인드셋이 중요한 업이라는 거예요.
여하튼 우리 사장님들의 비즈니스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영역은 존나 일정하지가 않잖아요.
어디서는 신호등처럼 페북 광고 껐다 켰다 하는 게 마케터고, 어디서는 무슨 BM까지 짜고 사업을 들었다 놨다 합니다. 같은 마케터라도 하는 일이 천차만별이에요.
똑같은 회사에서도 마케팅팀이 하는 일이 매번 변하는데, 회사마다는 오죽 다르겠습니까.

우리는 하루에 무슨 경리직 인턴처럼 덧셈 뺄셈을 열심히 하다가 갑자기 사장님처럼 의사결정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고 갑자기 대행사랑 네고하다가 싸우기도 하고요. 일의 범위가 너무 넓습니다.
그래서 저의 경우는 업의 본질을 잊고 일 자체게 매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무작정 열심히 하는 거죠.

물론 퍼포먼스 마케팅이니, 데이터 사이언스니 실질적인 스킬이 주가 되는 업무들이 있으나 결국 우리 업의 본질은 자본주의 시스템을 어떻게 저글링 하냐인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케팅적인 방법론은 계속 늘어나기만 하고 줄어들진 않으니까요. 10년 전부터 있었던 텔레마케팅이나 TV CF가 사라지지 않았죠.
근데 우리 사장님은 틱톡에 광고 채널 안 생겼나 모니터링해달라고 합니다.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 마케팅 채널이 대체 얼마나 생길지 무서울 정도입니다.
또 같은 마케팅 채널이라도 하루아침에 달라지기도 합니다. 페북 광고, 검색광고 모두 우리가 완벽하게 안다고 자부할 수가 없어요.

우리 본질은 결국 정치인이나 방송국 PD가 하는 일과 비슷합니다. 한쪽에서는 열심히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사이에, 우리는 자본주의 틈새에 끼어서 돈을 긁어올 궁리를 합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이만큼 멋진 플레이어가 어디 있을까요? 마케터는 정말 재미있는 직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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