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취업할 나이에 단기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것
돈으로 자신을 평가할 줄 모르는 당신에게.
이번 글은 보통의 학생으로 살면서 보통의 대학에 입학하고 그 과정에서 돈으로 자신을 평가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이 주어진 것만 열심히 하면, 요즘 세상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에 대해 나의 경험을 토대로 쓴 것이다.
2014년 8월 나는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하기 1년 전부터 ‘20대, 20대에게 길을 묻다’를 집필하였는데 나도 어떻게 진로를 잡아야 할지 몰랐기도 했고, 주변에 진로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일단 ‘진로’에 대한 책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무작정 집필하기 시작한 것이다. 학교를 다니며 인터뷰도 하고 집필도 하다 보니 금방 1년은 지나갔다. 그래서 일단 돈은 벌어야겠고 뭐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인턴이었지만 작은 신문사의 기자로 졸업하기 전부터 일을 하게 되었다.
당연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 무작정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남다른 스펙도 쌓아보면 자연스럽게 내 미래는 보장될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이 어떤 분야에 종사하는 게 맞는지 그리고 돈이 없으면 어떤 문제들에 마주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미리 준비를 했을 것인데 너무나 내가 하고 있던 것들에 심취해 제대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렇게 뭐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인턴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도 오래 하지 않았다. 급여가 일단 100만 원으로 너무나도 낮았고, 또한 취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도피하듯 갑작스럽게 그만두게 되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나는 기자로서 어떤 사명감을 갖고 시작한 것이 아닌, 뭐라도 일단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었기에 일에 대한 책임감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그 후부터 나는 진짜 세상을 마주하게 되었다. 학교를 졸업까지 한 성인이 부모님께 그 이상의 지원을 바랄 수 없었고, 나이도 있었기에 뭐라도 살기 위해 해야 했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돈을 벌려고 하니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게다가 수중에는 당장에 쓸 돈이 전혀 없었기에 바로 돈을 받을 수 있는 일들을 해야 했다. 그렇게 첫 시작으로 한 백화점 옆에 있는 매장 설치하는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했다. 난생처음으로 내 삶에 대한 후회가 밀려오는 날이었다. 열심히 공부하였고, 나름 미래에 대한 준비도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20대 초반 정도 되는 친구들과 함께 매장 설치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애초에 내가 미래에 대한 준비도 전혀 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그냥 낭비했더라면 이런 상황들을 마주하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았을 것인데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고 있으니 답답해 미칠 노릇이었다. 그렇게 당장 일하고 6만 원정도 벌었다. 9월을 그렇게 매일 일용직으로 일하며 살았다. 모델하우스 피켓을 들고 길에 서있는 일부터 길거리에서 공연 홍보, 그리고 결혼식 서빙 알바까지 다양한 단기 아르바이트를 했다.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시선들이 정말 견디기 어려웠다.
나는 당장 돈이 필요해서 일을 하는데,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꾸 “대학 졸업도 했고, 나이도 27살이나 되는데 이런 거 하면 되겠냐.”는 식의 이야기를 어떤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든 나에게 말했다. 당시에 내가 하반기 공채를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지난 1년 동안 준비한 ‘20대, 20대에게 길을 묻다’라는 책에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었으나, 이 책의 출간 계약이 늦어지면서 당장에 그때까지 생각 한 번 해보지 않은 공채를 준비하는 것도 애매하고 당장 돈이 필요하니 일단 일을 해야 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그렇게 한 달을 일하면서 나는 정신적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돈도 돈이었지만 주변에서 들리는 이야기 때문에 도저히 단기 아르바이트를 더는 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게 한 달 동안 두 달 치 월세와 생활비를 모았다.
이때의 경험은 정말이지 지금까지도 떠올릴 때마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얼마나 많은 20대가 돈으로 고민을 하고 있으며, 또 일자리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정착할 나이에 정착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뭐라고 하는 인간들'이 있어 고통받을 20대가 많이 있어 보인다. 20대에 할 수 있다면 스스로의 가치를 돈으로 평가하는 방법을 빨리 배울 수 있도록 해라. 마치 자신이 프로 스포츠 선수인 것처럼 나의 이적료는 얼마나 될지, 나의 연봉은 얼마나 될지 스스로 평가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스포츠의 선수가 될지를 정해야 한다. 즉, 어떤 분야에서 자신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를 찾는 것이다. 번역이냐, 회계냐, 물건 판매냐 어떤 분야라도 좋으니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돈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분야를 빠르게 찾는 것이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자신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과정에서 자신이 잘하는 것과 돈이 될 수 있는 것을 찾게 되고 그것을 토대로 자신의 진로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돈이 전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돈이 없거나 돈을 벌어낼 능력이 없이 20대 후반이 되었을 때의 스트레스는 상상초월이다.
어린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서로 가지고 놀겠다고 싸우는 것을 본 일이 있을 것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한 아이가 이 장난감을 충분히 가지고 놀며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아이는 이 장난감을 다른 아이와 함께 가지고 놀 수 있다. 즉 스스로 충분히 장난감에 대해 만족감을 느꼈기에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기 위해서는, 충분히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번 후가 되어야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20대에는 돈을 충분히 좇아라, 후에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말할 수 있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