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일이었다. 분명히한국에서망했던프로젝트였는데그결과가너무좋아이번에인도 지점에서벤치마킹을한다는것이다. 우리가 ‘망했다’고판단한것은투자한돈에비해눈에보이는성과가없었고지원자들에게그프로젝트를기억하냐고물어봤는데알고있는사람이미미한내부직원들만알고있던프로젝트였기때문이다. 사실우리가 ‘망했다’고생각했지만본사 사람들의발표내용은 ‘대단히성공한프로젝트’ 였다는것이더놀라운일이었다.
여러 가지 KPI (성과지표) 중에눈에띄는점수만뽑아다가그럴싸한사진과함께프레젠테이션을하면본사는다른항목이나지표를보며디테일하게 ROI (투자 대비 수익)를보지않고손뼉 치고회의를끝낸다. 이역할을하는사람들은소위내가지나다가쓰레기를한번주워서 “야~ 내가쓰레기를치웠어”라는내용으로 PPT 20페이지도채울수있는능력을가졌다. 사실이것도능력이라면능력이다.
우리팀에서농담 삼아 “e-mail specialist”라고부르는직원이있다. 이직원은본인이하는프로젝트마다몇천 명이넘는한국지사의모든직원들에게이메일을쓰는것을주업으로삼는사람이다. 물론여러정보를공유하고자하는좋은취지도있지만한편으로는이사람도대체누군데하는말이나올정도로자주메일을보낸다. 그직원의진짜직무는아직도뭔지모르겠지만우리한테는그저메일만보내는 email specialist 이기에붙은별명이다. 내가 알기로는 그 직원이 일 잘한다고 아주 칭찬받고 있는데 사실 본인이 보낸 메일 내용들이 어떻게 follow up 되고 있는지는 그 사람한테 중요한 것이 아닌 것이기에 남들이 겉으로 봤을 때는 우리 회사에서 일을 제일 많이 하는 사람인 것이다. 모든외국계회사가그렇지는않지만보여주기 식의근무형태는오히려외국계 회사 (특히매출이잘나와딱히망할일이없는)가더심하다는생각이든다. 한국 회사는워낙결과가중요하기에정말쏟아부은돈이상의성과가나왔는지확인하고중간보고를한다면비즈니스가잘운영이되는외국계 회사의경우과정에많은노력을쏟아비록실패할지라도어떠한 learning (배움)이있었는지를잘포장해서말하면그또한하나의성과로인정받는것이다. 조직개편으로인해우리 부서와연관된다른업무를하는담당자가바뀌고일이제대로처리되지않고실수가많아부서원들모두불만을가지고있었다. 그러던 중조직개편을담당했던높은임원이우리매장에오게되었는데난마침오후출근이라그녀를만나지못하고부서원들이행여그녀에게불만을있는그대로전달할까 봐걱정이되었다. 아무리불만이있어도그런사람들에게말해봤자불만 많은직원이라는낙인이찍히기때문에나혼자발을동동구르며출근하여직원들에게물어보았다.
“아, 우리가뭐한두 번하나요. 너무잘도와주고있고조직개편이아주성공적이었다고대답했어요.”
슬프게도 역시나 우리 직원들도 외국계 회사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안 좋은 것, 잘못하고 있는 것을 말해봤자 내가 해결할 수 없으면 살짝 덮어놔야 한다. 잘되고 있는 것만 잘 포장해서 보여주면 된다. 나 역시 이것을 깨닫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요즘도 사실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기분이 안 좋은 날이라도 누군가 how are you?라고 물으면 억지웃음 지으며 very good이라고 외치는 정도는 되었으니 그걸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