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이제는 익히 듣고 접해서 잘 알고 계시듯 한국과 외국의 회사 조직 문화나 사고 방식이 크게 다르다. 물론 최근에는 많은 한국회사들이 조직 문화 개편을 위해 인재 영입을 추친하거나 시스템을 바꾸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중견 기업 이상 기업의 경우 오너나 속칭 로열 패밀리 중심의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회사의 주인이 오너와 그 일가인지 혹은 회사 구성원 모두가 회사의 주인인지라는 인식에서부터 출발점이 다르다고 보여진다 (물론 법적, 실질적 회사의 주인은 미국 역시 대주주, 창업주 등의 요소로 분류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나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은 '인식'의 측면이다).
이번글에서 나는 가급적 한국에 있는 한국 회사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각 나라의 문화는 존중받아야 마땅하고 나 역시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대한민국의 현실과 직장 문화에 대해서는 가급적 비판을 삼가하려 한다. 미국 회사와 미국 내 진출한 한국회사에서의 내 경험을 기반으로 느낀 조직문화 차이에 대해서 쓰고자 한다.
미국에서 한국 식품업계 대기업에서 근무하면서 나는 한국 회사의 성장 및 빛보다 빠른 업무 속도에 자랑스러웠다. 단적으로 내가 입사시 뉴욕에 8개뿐이던 점포가 약 5년 후 퇴사시 뉴욕 인근에만 25개가 넘었는데 (미주 전체 18개 -> 76개), 이 확산 속도는 미국회사와 비교시 엄청나게 빠른 성장이었다. 회사의 성장이 마치 나의 성장처럼 느껴졌었고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안에서 스스로를 큰 기여를 한 모범 직장인으로 여기며 자랑스럽게 살아왔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업종에 있는 미국 회사의 확산과 성장을 보고 있자면 '우리'는 무엇인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회사에 대한 강한 충성심을 가졌었다. 나 개인의 삶보다는 나의 기여와 희생으로 인한 회사의 발전이 중요했고, 많은 미국에 진출한 한국 회사 소속 직장인들이 비슷한 부분을 느껴봤을 것 같다. 적어도 내가 느낀 미국내 한국 회사들의 업무처리 속도는 매우 빨랐다.
반면, 미국의 경우 다른 부분이 많은데, 특히 미국 관공서의 업무 처리 속도를 보고 있노라면 속이 터질 지경이다. '주토피아'라는 영화를 보면 미국의 교통국 (DMV)에 직원을 매우 느린 나무늘보로 표현하였는데, 그것만큼 속시원하게 맞아 떨어지는 역할 배정 및 표현도 없을 것 같다. 사기업의 경우 관공서나 공기업에 비해서는 훨씬 빠르지만 한국 회사에 비할바는 절대 못 된다.
한국 회사의 빛보다 빠른 업무 속도와 성장의 이면에는 안타깝지만 느긋하다기 보다 '빨리 빨리'를 추구하는 우리의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의 성향이 있고, 이러한 측면이 때론 장점으로 부각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최근 이러한 성향을 업무에 더욱 빠르게 반영할 수 있게 된 큰 변화가 있었는데 모두 잘 알고 있 듯
스마트폰
업무이다. 정말 빠르기도 하지만 밤낮이 따로 없다. 스마트폰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부분에 있어서 엄청난 기여와 발전 (예를 들면, 내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한국에 전화통화나 영상통화를 하는 것은 부자가 아니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엄청난 기술 혁신이었다) 을 이끔과 동시에 우리 사회에 개인의 삶에 대한 가치적인 부분에 있어서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온 것도 없진 않다.
특히, 메신저 단체 업무방과 늦은밤이나 새벽에도 업무와 연결되어 버리게 되는 일과 개인의 삶의 단절이 없어진 부분이다. 우리는 '일과 단절될 권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나 또한 쏟아지는 수도 없이 많은 단체 메시지과 개인 메세지에 미쳐버릴 것 같은 짜증과 분노를 겪어봤었다. 휴가중에도 쏟아지는 업무관련 내용에 4년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던 기억도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나는 조직에 속한 사람으로 휴가중에도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즉각 즉각 답을하여 회사의 업무와 성장에 방해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많은분들이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내 부하직원들에게 그렇게 시도때도 없이 연락을 해온 상사로 각인 되어 있을 것이다. 미주에 진출해있는 한국회사들의 경우 특히나 시차 특성상 현지 시간 밤에도 많은 업무지시가 현지 경영진에게 전달이 되는 것이 현실이고, 이것이 실무진에게 밤낮없이 내려오는 것 또한 보편적인 일상이었다.
물론, 외국 회사들도 당연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업무에 이용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보편적인 문화는 일과 개인의 삶의 단절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이메일 알람이나 공지 등으로 인한 단절의 여부는 개인의 선택인 측면이 있다). 적어도 퇴근한 사람을 다시 연락해서 물어보거나 불러내는 일은 거의 없고 굉장히 무례한 것으로 간주된다. 급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선 내 사례처럼 휴가중에 업무 관련된 연락을 받는 일은 그 업무가 휴가자가 반드시 필요하고, 현재 그 일을 진행하지 않으면 회사가 아주 어려운 곤경에 처하게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거의 '0'에 가깝다. 심지어 현재 내가 속한 회사의 경우 대부분의 동료나 상사들은 내가 주말 근무 후 평일에 쉬게 되면 모든 이메일 수신에서 나를 제외하여 내 휴식을 철저히 보장한다. 한번은 휴무일에 내가 며칠 뒤 다가올 미디어 프레스 관련하여 갑작스레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서 상사에게 연락을 하였더니 돌아온 답변은,
'너 오늘 쉬는 날이지 않아? 걱정하지말고 푹쉬어. 휴무일에는 무조건 너만의 날로 만들 의무가 너에게 있어. 니가 푹쉬고 돌아와서 너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모든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다같이 준비하자. 너 복귀 하는날 준비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하자' 였다.
나에게 있어서 꽤나 이 일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매우 중요한 미디어 프레스였고, 회사의 경영진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오게 되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 계기로 나는 한국회사와 외국회사의 차이에 대한 글을 써보기로 처음 생각하게 됐었다. 내가 이전 회사에 있었을 때 경영진, 특히 로열패밀리 방문이 예고되면 모든 상황이 '초비상' 이었다. 심지어 나는 휴무일에도 나와서 점검이나 매우 디테일한 청소 등 만반의 준비를 했어야만 했다. 개인의 일정이나 휴무는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리게 됐었고 그러한 경험과 익숙한 환경 때문에 나에게 있어서 지금 내 상사의 답변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급할 것이 전혀 없음이 느껴진 계기였다.
가령 각각 한국과 외국 회사의 CEO들의 지시사항이 있다고 가정하고 비교해보면, 한국회사는 지금 당장 '어떤 상황이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적용해야할 CEO님 지시사항'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외국 회사의 경우 '모든 여건과 인력 사항이 갖추어졌을 시 빠른 시일 내에 적용'으로 인식된다.
왜 이러한 차이가 나는 것일까? 그 정답은,
'개인의 삶'에 대한 존중과 가치관, 그리고 사회적 노력의 차이
가 크다. 회사보다는 '자신' 혹은 '나의 가족'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고, 회사 또한 열심히 근무하는 직원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그 구성원들의 가족까지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배려해준다 (물론, 그 이면에 있는 미국회사의 철저한 성과주의와 잔인함은 다른편에서 작성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바란다). 철저하게 보장된 개인의 삶과 휴식을 통해서 업무에 에너지와 시너지가 발휘된다는 생각이 많으며 각자의 삶속에서 또다른 책임과 역할이 있다고 존중해주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직장인임과 동시에 회사 밖에서는 남편이라는 책임과 또다른 직업이 있는 것이다.
또한, 직책에 따른 '나'의 일과 '남'의 일을 철저히 구분한다. 특정 업무가 내 직책 본연의 역할과 책임이 아니라면 거절하는 것이 보통이고, 그러한 업무를 진행할 때 상사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적임자에게만 업무 전달을 하게 된다. 이는 해당 '개인'의 직책에 대한 존중이기도 하다. 회사 조직과 충성도가 높은 구성원 집단에서 바라보자면 매우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문화로 비춰질 수 있다.
미국이 얼마나 구성원 개개인이 개별적이고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는 존재로 생각하는지는 법규로도 알 수 있다. 개인의 외모, 성향, 옷차림이나 습관에 대한 지적이나 꾸지람은 상상도 못 할 일이며, 이는 즉시 상사에서 소송 대상자로 변화되는 중대 사건이 된다.
예를 들자면, 매우 친한 여성 직원에게 '오! 오늘 예쁘게 (혹은 섹시하게) 입고 온 것보니 일 끝나고 데이트 있나봐요?' 는 칭찬처럼 보이는 동시에 친근한 대화일 수 있으나 미국에서는 노동법에서 규정하는 Sexual Harassment에 적용될 수 있는 중대 노동법 위반이다. 이것은 '일'에 대한 지적 및 대화가 아닌 '자신, 개인'에 대한 공격 및 평가로 간주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