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vs한국 회사의 창, 그리고 회사의 역할에 대하여
상사가 당신에게 무엇을 잘할 수 있고 어떤 일을 시키면 좋겠는지 묻는다면 당신의 답은 어떠한가. 소위 직장 생활 좀 할 줄 아는 직장인이라면, '어떠한 일이든 저에겐 소중한 경험과 기회이니 회사가 필요한 역할은 비록 제가 초보일지라도 배워서 해낼 테니 시켜만 주십시오'와 비슷한 답변들을 할 것 같다.
내가 한국 회사에 재직 중일 때 나는 정말 슈퍼맨이 되고자 했고, 또 그렇게 일을 해왔다. 간략히 내가 무엇을 했는지 살펴보자.
관리자 (점포, 인사, 손익, 재고, 수리, B2B포함 고객)
사내강사 (가맹점주 교육, 점장&부점장 교육, 회의)
법률 관련 (법원 출석, 법률 확인, 자문업체 컨택)
점포 간 물품 이동지원
커리어페어 및 면접관 업무
벤더 서치 및 가격 네고, 스케쥴링
통역 업무
타 부서 관련 업무 등
많다 많아. 그러나 누군가에겐 적을 수 있다.
1. 시켜주시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내가 여러 미국 회사에 면접을 보면서 무엇을 했는지 설명했을 때 다들 깜짝 놀랐다. 그 정도면 비즈니스 오너나 마찬가지라며 왜 그렇게 많은 일을 수행했냐고 하였다.
돌이켜보면 나는 거절하는 법도 몰랐고 오직 그 회사 안에서 빠르게 성장하여 자리를 잡고 살아남는 것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무엇이든 나는 빨리 배우거나 경험을 얻기 위해 몸부림쳤다.
상사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느 지역으로 가고 싶은지 묻노라면 나는 늘 '회사가 시키면' 혹은 '회사가 원한다면' 어디든 무엇이든 하겠다고 답변을 했다. 그랬기 때문에 승진도 빨랐고, 정말 일해보고 싶던 타임스퀘어 지점과 나중에는 가장 바쁜 맨해튼 & 브루클린의 사무 지역들을 맡기도 했다.
그렇게 했던 것들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경험하고 시도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랬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반대로 미국 회사라면 어떨까? 일단 비즈니스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한 사람에게 그렇게 여러 분야에 걸친 일을 잘 주지 않는다. 특히나 이직이나 갑작스러운 퇴사가 자연스러운 (물론 우리 회사 임원진들은 20 ~ 30년을 일해온 사람이 많다) 문화이기 때문에, 한 인원이 많은 것을 맡게 되는 것을 꺼려한다. 갑작스러운 부재 시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그러한 문화를 바탕으로 무엇이든 잘하겠다는 사람보다는 구체적인 분야에 어떤 역량이 있고 회사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명확히 해주는 사람을 더욱 선호한다.
그래서 지금의 회사에서도 Hospitality에 특화된 사람이라고 스스로 어필하고 성장하려 노력 중이다.
2. 전문성에 대하여
나는 늘 어떠한 일을 하든 프로페셔널 하고자 노력했다. 비록 내 전공 분야가 아니더라도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고자 필요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할애했다.
지금의 회사에서는 어떨까?
내 전공과 연관된 경험과 경력을 쌓게 해주고 내 향후 커리어에 대해서도 2주에 한 번 직속 상사와 1:1 면담을 하며 진행상황을 확인받는다. 전문성 향상을 위해서 회사 자체의 수천 개의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중 직급별 필수 이수 과목 등을 포함한 체계적 교육 시스템 또한 갖춰져 있어 향후 내가 성장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충분히 기를 수 있다.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미국 회사는 앞서 말한 부재시를 대비한 적절한 업무 배분과 부서별 업무 분장뿐 아니라, 구성원의 장기 성장과 인더스트리 발전을 위해 교육 및 코칭에 많은 힘을 쏟는다. 특히나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발전으로 더욱더 직원들의 고충과 진로에 대해서 앞다투어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제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다양하다.
트럼프 정부 들어서 미국의 실업률은 지속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으며, 각 기업의 고용 또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인재를 뽑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양성하고 지켜내는 것 또한 향후 미국 기업들의 생존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로 인식되고 있어서 이러한 발전과 노력은 더욱 지속될 것이다. 이를 통한 전문 인재 양성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교육과 개발에 대한 한국 회사의 발전 또한 눈부시다. 현재의 취업을 위한 과도 경쟁 및 오버 스펙 경향은 인구 절벽과 동반된 인구 감소로 인하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잘 짜여진 체계적인 교육과 입사 시스템 또한 발전될 것이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의 조직 문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