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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이런 저런 일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서 밖으로 나왔다. 이런 류의 물리적 자유로움도 사장이어서 좋은 점 중 하나다. 이왕머리를 식히는 것이니 차를 타고 교외로 나가볼까도 생각했지만 오후 두시에 애매하게 걸려있는 미팅콜이 신경쓰여 그만두고 사무실 건너 커피숍으로 갔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앞으로 네시간이나 남은 온라인 미팅때문에 어중간한 선택을 했다. 기분 전환이 필요했다면 과감하게 사무실 동네를 벗어나서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 맞고 그러다가 혹 미팅시간까지 돌아오지 못 한다 해도 온라인 미팅이니 차에서 잠시 모바일로 접속해도 될 일이었다. 그런데 그 시간에 내가 선택한 일탈은 고작 사무실 맞은편 프렌차이즈 커피숍이었다.



이것이 현실이다.



전에 골목식당이라는 TV프로그램을 보다가 어느 쌀국수집 사장님의 서글픈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 직장생활 당시 야근이 잦았던 그는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쌀국수집을 차렸다고 한다. 하지만 장사가 마음처럼 잘 되지 않자 점점 더 일 하는 시간을 늘였고 결국 직장생활 당시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일하며 집에 있는 시간마저 무기력하기만 하다고 고백하며 눈물을 떨구었다. 나도 그와 비슷한 단계에 있다. 사무실 내 작은 방을 떠나지 않는 걱정거리들을 하루 온종일 끌어안고 산다.



데일 카네기는 그의 책 자기관리론에서 걱정으로 건강까지 망가진 한 군인에게 군의관이 해준 위로의 말을 소개한다. 군의관은 걱정과 불안으로 건강을 해친 그의 환자에게 인생은 모래시계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해 준다. 모래시계는 기본적으로 위 아래가 불룩하고 가운데가 오목하게 생겨서 위에 있는 모래가 아래로 떨어지는 구조인데 불룩한 부분에 갇혀있는 모래가 다른 쪽으로 이동하면서 시간의 변화를 시각화한다. 중요한 것은 잘록한 부분으로 지나가는 모래의 양이다. 아무리 위아래로 세게 흔들어도 모래알은 잘록한 통로를 통해 한번에 한 알씩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동한다. 그러니 너무 많은 일들로 고민하고 걱정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한번에 하나씩 해나가는 것을 제안한다. 한번에 하나씩.



생각이 지나가는 통로를 만들고 기준을 세우면 일을 처리하는데 도움이된다. 나는 조직관리를 첫번째 과제로 삼았기 때문에 조직을 위한 절대원칙을 고민했다. 작은 회사의 책임자이기 때문에 늘 직원들의 직업만족도를 우선해왔는데 과연 그것이 모든 상황에서 절대 깨지지 않는 골든룰이었는지 자문해보면 결코 그렇지 않음을 금방 깨닫는다. 그때 그때 주어진 상황에서 나름의 최선을 찾았기 때문에 일관성없이 가벼운 이익에 휘둘렸다. 어떤 상황에도 절대 깨지지 않는 절대원칙은 그 원칙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모래시계가 어떤 형태이든 형태를 유지하기만 한다면 시간을 아는 척도가 될 수 있듯이 기준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질서와 균형



내가 세운 절대원칙은 질서와 균형이다. 내가 지금 기준을 찾으려 노력하는 이유인 일관성과 일맥 상통한다. 상황을 바로보고 통제하기 위해 질서를 강조한다. 그리고 선택의 순간 너무 급진적이거나 보수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이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보고 체계를 매뉴얼화 하고 결재라인을 정리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질서를 세우고 권위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 다시 자율과 소통을 덧붙여야 균형있는 조직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계획이다.



일단은 거기부터 시작한다.

오늘의 모래 한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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