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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과 성별, 나이를 막론하고 순식간에 모두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이야깃거리는 남의 험담이다. 그중에도 직장인들이 가장 열광하는 이야기는 회사 험담이 아닐까. 그 심리를 이용해 성공한 플랫폼이 있을 정도로 이 공감대는 대단하다. 10년 차 직장인 기준 평균 4회의 이직 경험이 있고 근속 년수는 경력이 짧을수록 더 짧다. 직장인들은 점점 더 다양한 회사를 경험하고 평가하고 씹던 껌처럼 버리고 떠난다.





6-70년대 아버님 세대처럼 회사에 대한 충성심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내가 잠시 소속되었던 집단과 남은 동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결여된 듯한 평가를 마주할 때면 본인의 선택과 그곳에 쏟은 시간까지 부정하는 듯해서 씁쓸한 생각이 든다. 마치 환경오염을 바라보며 본인은 이에 일조하지 않은 듯 혀를 차는 모습이랄까. 그래서 주변의 많은 사업 선배들은 이를 job소리라며 마음 쓸 것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런 job소리 중에도 약이 되는 말이 있다. 이 플랫폼에는 공통적으로 ‘이 회사는 1년 후에 ~할 것이다’라는 평가 항목이 있다. 대기업은 내부에도 리스크 분석을 위한 팀이 있고 외부적으로도 투자자를 위한 분석자료가 많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객관화된 자료도 흔치 않고 이를 분석하는 수고로움도 적은 상황에서 내부 직원이 회사의 1년 후에 대한 의견을 낸다면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창업 5년 안에 70%가 폐업한다는 중소기업의 특성상 핵심 정보는 일부 경영진만이 알고 있고 근속 년수 1년 미만인 경우가 30%에 달하는 현실에 과연 퇴사자가 회사의 1년 후를 예상한 결과가 실질적 참고치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를 통해 직원들이 떠나가는 객관적 이유 한 가지를 발견할 수 있다.



이 회사는 1년 후에 비슷할 것이다.

상당히 많은 사업주들이 이 플랫폼을 골치 아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추가 인원 채용 때문이다. 물론 근거 없는 악플로 인한 대표님들의 마음고생도 연예인들 못지않고 내가 아는 어떤 사업주는 악플에 못 이겨 업종을 전환한 케이스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약이 된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 문구 자체가 회사의 앞 날을 예견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직원들이 체감하는 본인의 성장 게이지를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에 입사하는 많은 청년들은 ‘성장기회’를 기대하지만 실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작은 회사는 사장이 어지간히 독한 마음을 먹지 않고는 눈에 보이는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 회사 안의 누구도 사장을 대놓고 비난하지 않고 회사 밖에서는 업무상의 조언을 구할 사람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은 어제를 답보하고 같은 실수를 저지르다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기 일쑤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늘 인력난이나 경기 탓을 했지만 가만히 돌이켜 보면 같은 상황에서도 놀라운 성장을 기록하는 회사들은 늘 있었다. 유동적인 경제 생태계에서 기업도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끊임없이 성장하고 진화하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 없고 직원들은 상당히 빠르게 그 기운을 읽어낸다.



슬프게도 그 job소리가 옳았다.

평이한 평가 뒤의 그 문구가 찝찝하게 뒤통수를 긁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생각하기에도 1년 후 내 회사는 비슷할 듯했다. 작년도, 재작년도 비슷했다. 알몸을 들킨 듯이 화가 나고 부끄러웠다. 무엇이라도 하기 위해 나는 곧장 실용적 분위기가 짙은 곳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지난 1년 내내 나는 마음이 급했다. 웹사이트를 리뉴얼했으며 더 나은 경영방식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행동하는 선배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매년 같은 매출을 내고 매년 같은 고객과 같은 일을 하면서 웅크리고 있던 시간을 반성하면서 나는 다시 회춘하기로 했다.

이전의 나는 인력난에 지쳐 ‘믿을만한’ 직원을 뽑기 위해 지인들에 의존했었다. 지인이 검증한 사람을 영입하면 다루기 편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재를 추천받기란 쉽지 않았고 추천받은 인재가 내 회사와 맞는 경우도 드물었다. 창업 이후 처음으로 외부 인재를 스스로 찾아 나섰다. 개인적이고 친분 위주였던 관계를 떠나 비즈니스적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서로 성숙한 신뢰관계를 쌓을 수 있는 관계를 맺었다. 스스로 일군 관계는 내게 많은 것을 가져다 주었다. 우리는 친분이 아닌 공동의 비전을 위해 헌신적이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었고 함께 이룬 성과를 통해 단단한 신뢰관계를 쌓았다.



그렇게 정신을 차린 지 이제 막 일 년이 넘었는데 그 전보다 더 성장한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리고 지난 일 년간 어떤 문제도 없이 평탄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1년 전의 우리 회사와 견주어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자는 세 친구가 길을 가면 반드시 배울 것이 있다고 했다. 나는 여덟 명이나 되는 직원들과 매주 40시간을 보낸다. 과연 나는 충분히 배우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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