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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회사에서 한 달여간 짧은 인턴 생활을 했었다.

 

오랜만의 서울 생활이라 살짝 들뜬 마음으로 처음 경험해보는 광고일이 과연 나와 잘 맞을까 하는 의문을 안고 도착한 첫 출근 날, 언제나 그랬듯 나는 또 ‘광고’보다 ‘회사’를 먼저 느낄 수밖에 없었다. 누가 잡으러 오기라도 하는 듯 바삐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와 복사기에 인쇄용지 좀 채워 넣으라는 상사의 짜증 섞인 말투,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광고주들의 독촉 전화가 동시에 내 귀를 때렸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절로 두 손은 공손해지고, 기어들어가듯 작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를 급히 흩뿌리고 다녔다.

 

인턴의 안정적인 적응을 담당한 팀의 사수는 관심도 없다는 듯 업무 처리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한두 시간이 지나서야 뒤늦게 사무실 소개를 해주겠다며 고삐를 끌 듯 이 곳, 저곳 데리고 다녔다. 경보처럼 빠르게 바닥을 훑으며 교차되는 다리만 보고 있어도 괜히 내 정신이 다 번잡해졌다. 그 순간, 탁 치고 들어오며 ‘여기는 장비 대여하는 곳.’이라고 혼잣말하듯 던지는데 그렇게 몇 군데를 더 돌고 난 다음 자리에 돌아왔을 때, 도대체 어디가 어딘지 기억이 날 리가 있겠는가. 그리고 그놈의 복사기와 노트북은 어디에 있는 건지. 이틀을 꼬박 공들여 제출한 피피티 제안서는 두 번이나 거절당했다. 거절만 당하면 되는데, 굳이 꼭 땅이 꺼질 듯 긴 한숨을 덧붙이니, 내가 이러려고 인턴을 했나 자괴감마저 드는 것이다.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회사’의 시스템에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느꼈던, 그토록 불친절했던 순간들의 씁쓸한 이유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일하는 팀원들에게 사무실은 더 이상 설렘도,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도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벗어나고 싶은 또 하나의 일상임과 동시에 결국엔 벗어날 수 없는 현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보통, 오전 8시 반까지 출근을 하고 저녁 10시 정도가 되어야 퇴근을 했다. 거의 하루 종일 피피티를 제작하고 틈틈이 회의 준비를 해야 했으며 출력물 제본 작업이나 회의실 정리도 해야 했다. 그러고 나서 저녁 8시가 되어서야 늦은 저녁을 김밥으로 급하게 데운 다음, 녹초가 된 심신을 이끌고 꾸역꾸역 두 시간여를 더 근무했다.

 

놀랍게도, 인턴 기간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마지막으로 퇴근했던 적이 없다. 바꿔 말하면, 누군가 항상 내가 퇴근할 때까지 업무를 계속하고 있었고, 그렇게 더 이상 에너지라고는 남아 있지 않을 것만 같은 상태까지 제 한 몸 불사르듯 모두 소진한 다음 새벽 한 시 혹은 두 시가 되어서야 하루를 마무리했던 것이다. 그 환경에 익숙해져 당연하다는 듯 몇 년 동안 데스크 앞에서 밤을 지새웠을 선임들의 과거를 상상해보니, 참으로 대단하고 존경스러웠다.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했다.

 

‘어떻게 버텨왔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두 가지 질문에 일개 인턴이었던 나는 쉽게 답을 할 수 없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이 것 저 것 투덜댔던 내 모습이 어찌나 작아 보이는지.

 

한 번은 한 선임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직접 기획한 광고가 매체를 통해 노출되는 것을 확인할 때 기분이 좋지 않으냐고.’ 처음에는 그랬다고 한다. 가족부터 시작해 주변의 가까운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지금 나오고 있는 광고의 기획에 참여했음을 자랑스럽게 알렸다고 한다. 하지만, 익숙해지기 시작한 이후로는 조금씩 성취감, 자부심 같은 것들이 소멸되었다고 한다.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무서워졌다. ‘과연, 내가 꿈으로 또 행복으로 여겼던 어떤 일들이 일상과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 되면 이 분들처럼 버틸 수 있을까.’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직업을 ‘버티는 것’이라 표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물론, 몇몇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이 필드에서 치열하게 활동할 수 있음을 감사히 여기기도 했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을 때 순수한 흥미를 갖고 업무에 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첫날부터 강하게 느꼈던 전반적인 사무실의 공기는 어떤 회의와 매너리즘 같은 것들로 꽉 채워져 있는 것 같았다.

 

사전에 약속했던 기간이 거의 끝나가던 시점에 팀장님은 기간을 한 달 더 연장할 수 있겠냐고 물으셨다. 나는 애써 고민하는 척하면서 학교 복귀를 핑계 삼아 연장은 힘들 것 같다고 나직이 말했다. 사실은, 두려웠다. 왠지 한 달 더 연장하게 되면, 앞선 한 달 동안의 흥미와 성취감마저 모두 사라져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아직 나는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우선인가 보다. 혹은 모든 것이 수치화되고 평가받는 곳에서 뒤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 더 철저히 아웃사이더의 길을 걸어가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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