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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때가 있다.

 

정말 견디기 힘들 정도로 슬픈 사실은, ‘너’와 ‘나’로 만나 마침내 ‘하나’가 되어 언제까지 영원할 줄만 알았던 그 시간들이 오직 과거 속에 묶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묶여 있다가 가슴속 어느 한 구석에서 함몰되기 시작한다. 그러면 또다시 어떠한 ‘공허’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문득, 영화 ‘HER’의 주인공 시오도어가 떠오른다. 나는 점점 시오도어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무슨 일을 해도, 어떤 음식을 먹어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도통 채워지지가 않는다. 그가 했던 말처럼, 이미 평생 동안 경험할 모든 감정들을 느껴버린 듯 지금 현재의 감정들은 본래의 그것보다 상당히 축소된 상태로 발현되는 것만 같다. 참으로 이상한 기분이다. 행복한데 행복하지가 않고, 외로운데 외롭지 않다. 그러나 어쨌건 간에 나는 ‘현재’를 즐기고 있다. 희로애락이야말로 인간이 가장 인간답게 존재함을 증명하는 근거가 아니던가.

 

다만, 그렇기에 ‘진실한’ 누군가와의 교감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아날로그를 찾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정말이지 그놈의 ‘그럴듯해 보이는’ 것들을 좀 걷어내고 싶다. ‘겉’에 집중하는 만큼, ‘안’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진정 그런 노력을 하는 사람은 이 사회에서 모두 사라진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이상적인 사랑을 바라고 있는 걸까.

 

그런 때가 좋다. 길을 걸어가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바보같이 춤을 추는, 콜라를 허겁지겁 마시다 저도 모르게 트림이 삐져나와 웃음이 터지는, 소파에 앉아서 나란히 영화를 보다 어느 순간 서로의 어깨에 쓱 기대게 되는, 한바탕 싸우고 난 뒤에 아무런 말없이 다가와 슬며시 안아주는 그런 때가, 정말로 좋다. 그런 때를 마주하게 되면, 비로소 ‘너’로 인해 ‘나’의 존재가 명확해진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까 나는 좀 살아있고 싶다. 내 모든 날 것의 감정들을 숨김없이 고스란히 공유하고 싶다.

 

다투고 싶다. 놀고 싶다. 떠나고 싶다. 껴안고 싶다. 기대고 싶다. 기대게 해주고 싶다. 가만히 누워있고 싶다. 이 모든 것을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 그것만이 ‘공허’가 자연스레 스러지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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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구 작가님의 이메일 주소: nazzang4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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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팜

주식회사 플랫팜은 2017년 인포뱅크로부터 시드라운드 투자 유치와 R&D 자금 연계를 기점으로, SBA 서울혁신챌린지에서 최우수상, 베트남 글로벌 컨퍼런스 SURF 컴피티션 우승을 하였습니다. 그 이듬해인 2018년에 삼성벤처투자로부터 전략 투자를 유치하여 지속적인 플랫폼 개발을 거듭하였고, 2019년 삼성전자와 기술 제휴를 통해 당사 이모티콘 플랫폼인 `모히톡(mojitok)` 서비스를 갤럭시 스마트폰에 연동하여 연 3억 대의 기기에 탑재되어 출시되고 있습니다. 또한 자회사인 베트남 법인 Zookiz에서는 신한그룹 퓨처스랩의 프로그램 지원에 힘입어 베트남 최대 플랫폼 VNG zalo와의 파트너십 등 동남아시아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입니다. 2020년 상반기에는 구글 <Tenor> 검색서비스 콘텐츠 파트너십 체결, 국제 AI학회 <ACL> SocialNLP 챌린지 1위, 2020 Kocca 스타트업콘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2021년에는 Facebook 그룹의 Whatsapp 메신저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는 한 편, 동남아시아 최대 사무용품 전문 업체 Thien Long과 캐릭터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며 글로벌 마켓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올해까지 누적 투자액 50억원을 달성하며 높은 기술력과 디자인 상품성의 융합을 통해 세계 무대로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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