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에 얽힌 워킹비자 이야기

By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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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나는 싱가포르 로컬 회사에 취직을 했다. 한 달쯤 지났나? 그 회사에서 나와야 하나란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싱가포르에 간지 6개월밖에 안 된 내가 아직 싱가포르란 나라와 문화에 적응이 안 돼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싱가포르 로컬 회사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라도 해봐야지.) 한국이든 어디든 나와 맞지 않는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불행을 느끼기 마련이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당연히 고민이 많이 되고 부담스러운데 해외에서는 더 심하다. 비자가 걸려서 마음대로 그만 둘 수가 없다..  그때는 마음이 참 아팠다. 나름 일 잘 한단 소리 듣고 살았는데, 2명 몫을 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어느 곳에서나 내가 잘 어울릴 거라 기대했지만 그건 나의 큰 오산이었다. 나를 둘러싼 냉랭한 분위기와 함께 내 마음도 뜨고 있었다.(덕분에 흑역사 하나 추가요!)

 

  “이런 일자리가 있어. 혹시 관심이 있니? 관심 있으면 연락 줘.”

그쯤에 알고 지내던 헤드헌터에게 이메일이 왔다. 나는 당연히 관심 있다고 했고, 그렇게 회사를 다니면서 몰래 두 번 면접을 봤다.

  “우리랑 같이 일합시다. 언제부터 일할 수 있어요?” 

그 회사와 계약서를 쓰고는,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 더 이상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바로 그만둬 버렸다. 

 ‘비자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옮겨야 되는 게 아닐까?’ 

마음속에 작은 의문이 생겼지만, 그 회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새로 가기로 한 회사에 비자 발급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다 넘기고 난 기분 좋은 백수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비자 신청했어요?” 

 “네, 신청했고, 우리도 결과 기다리고 있어요. 좀만 기다려줘요.” 

이런 대화가 몇 번 오고 갔다. 2주쯤 지났을까? 여전히 아무 소식이 없었다. 회사에 다시 연락했다. 날벼락같은 소리를 들었다. 나를 채용할 수가 없단다. 중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채용 담당자가 미안하다며 사람을 뽑지 않기로 했단다. 나는 이유라도 알려달라고 했지만 이 ㄱㅅ는 내 연락을 피하기 시작했다. (이놈이 갑자기 왜 말을 바꿨을까... 생각을 많이 해 봤는데 나중에 이걸로 글을 쓸 기회가 있길 바란다.) 

 

그 무렵 나는 전 회사의 비자가 취소되면서 약 한 달 동안 싱가포르에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비자 발급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곧 싱가포르에서 쫓겨난다는 소리였다. 내가 싱가포르에 얼마나 더 있을 수 있을지 계산해 봤다. 그렇게 나는 다시 취업에 실패하고, 2주 내에 출국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가 될 신세가 되었다.

 

 ‘2주 안에 다시 취직할 회사를 찾을 수 있을까?’ 

비자가 외국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때서야 알게 됐다. 나는 일만 찾으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무리 회사와 근로계약서를 쓰고 사인했다고 해도 비자가 없는 외국인에게 계약서는 그냥 종이 쪼가리였다. 회사를 옮기면서 회사가 내 비자 신청을 제대로 했는지, 나왔는지 등을 확인해야 했다. 그 누구도 이런 일에 대해 알려주거나 조언해 준 적이 없었다. 이 나라에 정이 있는 대로 떨어진 나는 정말로 한국에 돌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집주인과 룸메이트에게 아무래도 떠나야겠다고 말했다.

 

"취직했어!"가 아니라 "비자받았어!"

정확히 두 달 후, 나는 새로운 회사의 비자를 쥐게 됐다. 그즈음 다른 회사에서도 오퍼를 받았는데, 오만 일을 다 겪어서 인지 딱히 기쁘지가 않았다. 그 두 달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지금 생각하면 정말 짠내 나지만, 행복하게 사는 법을 배운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간이었다.

 

“사라, 너 새 회사에서 비자는 받았니? 비자 확인하고 이직하는 거지? 너는 외국인이니까 비자가 제일 중요해. 아직 발급 허가 안 나왔으면 내가 너 비자 취소를 조금 늦출게.”

 

몇 년 후 그 회사에서 일을 하다 이직을 하게 됐을 무렵, 따뜻한 HR 매니저가 나에게 말했다. 민망하게도 그녀의 그 말 덕분에 내가 과거에 했던 일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짓이었는지를 깨달았다. 비자 없이 호기롭게(!) 회사를 그만둔 나는 다시 한번 그 짓을 반복할 뻔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새 회사에서 비자 신청은 한 번 거절당했다. 회사에서는 노동청에 재신청 appeal을 했다. 만약 한 번 더 까이면reject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도 갖고 있었다. 사실 비자 발급은 회사와 노동청 사이의 일이기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내 비자니 확인하는 것도 나의 몫이었다. 취직이 확정됐을 때처럼 전전긍긍하기보다 내 할 일을 끝내고 마음을 편히 먹었다.  일이 풀리는지 결국 비자는 발급됐고 난 몇 년 더 싱가포르에서 있게 됐다. 

 

사실 비자 이야기만 해도 이야깃거리가 넘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외국에서는 취직이 되더라도 (비자가 없는 사람에게) 워킹비자가 발급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를 해봤다. 일부 한국 회사에서는 관광 비자를 가진 사람을 먼저 고용하고 나중에 비자를 발급하기도 하는데, 사실 관광비자로 일하는 건 당연히 불법이다. 마음 아프지만 비자가 발급되지 않아 취직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취직이든 이직이든 쉽게 비자 발급을 받고 행복한 회사 생활을 하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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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흙수저인 내가 해외취업을? ①      

2. 흙수저인 내가 해외취업을? ②      

3. 그래도 싱가포르라 다행이야. (많고 많은 나라 중에 싱가포르라서 좋은 점)      

4. 내가 생각하는 싱가포르 취업의 장점① 

5. 내가 생각하는 싱가포르 취업의 장점② 

6. 싱가포르 취업 시 감당해야 할 것들

7. 싱가포르 취업 전 알면 좋을 것들

8. 싱가포르 취업을 위한 구직 사이트 총정리

9. 문과생 신입이 주로 취직하는 분야는? 

10. 막간 링크드인 활용법   

11. 외국 채용공고를 보고 기죽지 말아요.

12. 레주메는 누가 어떻게 검토할까?

13. 면접 - Two way out     

14. 나의 첫 화상면접 이야기      

15. 이직에 얽힌 워킹비자 이야기     

16. 외국 회사 풍경      

17. 영어로 이메일 쓰기 - 이것만 알고 있자.      

18. 인터뷰 - 싱가포르에 사는 그의 이야기 ①      

19. 인터뷰 - 싱가포르에 사는 그녀의 이야기 ②      

20. 소소한 싱가포르 생활기

21. 친구는 어찌 만들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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