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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의 첫 1년은 모든 게 새로웠고 적응하느라 정신없었다. 돈도 없고 일도 없어 항상 전전긍긍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게 안정권으로 접어들 무렵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것을 느꼈다.

‘외로움’

그렇게 감정이 민감한 사람이 아니라 이 느낌이 당황스러웠다. 옆구리가 시리다는 식의 외로움이 아니었다. 인간적으로 외롭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고립된 느낌이었다. 회사에서는 모두 철저하게 일만 해서 따뜻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동료들이 생기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같이 일하는 사람’ 일뿐이었다. 싱가포르에서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도 하나둘씩 싱가포르를 떠났다. 일하고 사는 기간이 1년, 2년 늘어가며 한국 친구들과도 하나둘 연락도 끊겼다. 뭐 이걸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연락이 끊긴다는 건 관계가 그만큼 약하다는 뜻이고,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간 끊길 것이었으니. 다만 내가 외국에 있어서 그런지 그렇게 사람들과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한국과의 고리가 조금씩 끊기는 느낌이었다.

 

나는 한국인이지만 싱가포르에 살고 있다. 싱가포리안들에 섞여 살고 있지만 죽었다 깨어나도 그 사람들이 세상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어디에도 섞여 있지 못한 그 고립감에 남태평양의 외딴섬에 떨어진 것 같은 느낌도 정말 많이 받았다. 그리고 이 느낌은 자연스레 나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나는 도대체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내가 과연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어차피 스트레스받고 살 거 차라리 한국에 있는 게 더 낫겠다.'

일이라도 잘 풀리면 모르겠지만 회사에서 내가 맡은 일이 잘 안 돌아가기라도 고민은 배가 된다. 정이 없고, 해고도 잦은 곳이라 마음 붙일 곳이 없어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정체성에 대한 고민 + 외로움 +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어느 날, 책상 밑에 떨어진 펜을 주우려고 허리를 한껏 굽혔을 때 바지의 단추가 터져 버렸다. (아 이 비참함....ㅋ) 내 인생 최고의 목표 중 하나였던 해외취업 후에 돌아온 건 늘어난 뱃살과 최고점을 찍은 몸무게, 우울한 얼굴이었다.(당연히 해외취업 후 얻은 건 정말 X100 많다. 하지만 여기서 그 얘기는 하지 않을게요.^^) 해외에 나와서 일만 찾고 회사만 잘 다니면 될 줄 알았는데 정말 생각지도 못한 것이 나를 아주 오래 괴롭혔다. 기분이 정말 거지 같았다...

 

사람들을 아무리 많이 만나도 순간일 뿐 이 감정은 늘 나를 지배했다. 몇 년 전의 나는 호기롭게 한국의 직장을 때려치우고 이곳에 왔다. 그리고 몇 년 후 이제는 외롭고 무섭다고 징징댔다. 근데 다른 방법이 없다. 한국에 다시 가려니 지금의 생활을 포기하고 싶지 않고 다시 취직할 생각에 막막하기만 했다. 무력감만 깊어졌다.

 

그때 왜 그렇게 무력감을 느꼈을까. 지금 보면 그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못한다는 불안감과 내가 살던 곳에서 점점 잊히고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 불안감은 내가 싱가포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며 점점 심해졌다.

에어콘 환풍기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게 그렇게나 꼴 보기 싫었는데 이제는 정겨워지고 있다...

 

별 수 없었다. 살기 위해서 스스로 정의를 바꿔야만 했다. 

외국에서 일하며 혼자 사는 사람 
-> 수입은 있고 아직 부양가족도 없는 데다 외국에 있는 사람 
->  다양한 경험과 사람에 둘러싸인 정말 멋진 곳에 있는 사람

 

외롭다고 징징대기엔 이 시간이 가진 가치가 정말 높았다. 살면서 꼭 도전해 보고 싶었던 것, 배우고 싶었던 것을 자유롭게 할 마지막 기회 었다.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으니 남의 눈치 보느라 못 했던 걸 할 수 있다. 게다가 한국보다 비교적 ‘워라벨’이 되는 사회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것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시간도 비교적 충분하다.(저녁이 있어서 오히려 외로울 수 있는 게 함정^^) 덕분에 요가, 드럼, 영어, 아르헨티나 탱고, 수영, 스피치를 배우고 정말 많이 싸돌아 다녔다. 게다가 다양한 모임이 있어 그것들을 십분 활용해도 좋다.(meetup.com, internations.org, couchsurfing.com, 토스트마스터즈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은 이 나라의 특성을 100% 이용해서 여권 도장도 찍지 않고 세계여행을 할 수 있다. 시기에 따라서 나의 베스트 프랜드는 인도인-> 싱가포리안-> 한국인-> 프랑스인 등으로 바뀌면서 나는 나 자신을 '한국인'이 아니라 '지구인'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속감에 대한 욕구, 불안감, 외로움이 옅어져 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징징대며 아무것도 안 했던 시간이 정말 아깝다. 얼마나 황금 같은 시간이었나. 내가 이곳에 계속 살지, 돌아가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멋진 시간. 열심히 살아내야 한다.

** 글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올해도 여기까지 달려오느라 엄청 고생 많으셨죠? 아직 열흘이나 남았으니 아직 못 했던 것 마저 다 하시고 마무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https://brunch.co.kr/@swimmingstar/282

한국을 떠나 산다는 것

“다음 목적지는 어디야?” “예나.” “그게 어디 있어?” 베를린에서 다음 목적지를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나도 잘 모르는 곳을 설명하려니 그때마다 난감했다. 하지만 독일 중부에 위치한 예나Jena라는 예쁜 이름의 작은 도시에는 선배 부부가 살고 있어서 독일에서 꼭 들를 곳 중 하나였다. 베를린에서 세 시간이면 도착해야 했는데 버스는 30분이나 늦게 도착했다

brunch.co.kr/@swimmingstar/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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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회사 연봉은 얼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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