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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들어와서 가장 충격을 받았던 부분 중 하나는 보고서에 아직도 한자를 많이 쓴다는 것이었어요. 학교 다닐 때는 오래전 번역된 책들을 외에는 거의 한자가 없었고 다른 회사를 다닐 때에도 전혀 한자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푸른 행성에서는 아직도 한자를 많이 사용하고 있었어요. 처음 한자가 쓰인 보고서들을 봤을 때는, '아, 역시 트렌디한 회사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현타가 오기도 했었죠. 2020년대에 한자라니... 뭔가 구닥다리 같은 느낌도 나서 '여기 있다가는 나도 올드해지겠구나...' 하는 불안감이 들 정도였죠.

 

예를 들어보면, 기본적인 보고서 스타일은 일반적인 회사에서 쓰는 스타일과 비슷한데 문장을 쓸 때, 한자가 간간히 들어가는 형식이에요. 아마 저보다 어리신 분들은 다소 충격일 거예요. 대학 때부터 한 번도 이런 형식의 보고서를 접해본 적이 거의 없을 테니까요. 

 


한자를 사용한 보고서

 

전 지금 다니는 푸른 행성이 무려 세 번째 회사지만 이런 형식의 보고서는 완전 처음이서 충격적이었어요. 한자가 워낙 익숙하지 않다 보니 처음에는 보고서 하나 읽어보는 데에도 네이버 한자 사전을 보면서 읽어야 할 정도였고 거기에 모르는 기술 용어들까지 나오니 짧은 보고서를 읽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지루한 건 말할 것도 없고요. 계속 이런 보고서 포맷에 익숙해지다가는 다른 곳에 가면 보고서를 제대로 쓰지 못할 것만 같았고 MBA라도 가서 영어로 보고서를 쓰게 되면 적응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잘못하다가는 이직하고 나서 보고서 쓸 때 할배 소리 듣겠네!!


 

막상 써보면 편하다? 

 

한자를 잘 몰랐기 때문에 처음에는 자료를 읽는 도 힘들었고, 작성하는 것은 더 힘들었어요. 때로는 엉뚱한 한자를 쓰기도 해서 놀림거리가 되기도 했기에 한자를 쓰는 보고는 정말 싫었. 이런 옛날 방식으로 아직도 보고서를 쓴다는 것이 마냥 싫고 짜증만 났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기 시작하자 한자가 점점 편해지기 시작했어요. 심지어 경우에 따라서는 더 편리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는데 특히 PPT 들어가는 글들의 줄을 맞추고 길이를 줄이 데에 정말 유용해요. 예를 들어, 아래처럼 문장이 길어 줄이 넘어가는 경우에 한자를 쓰면 문장 길이를 확 줄일 수 있어요.

 


한글 버전

 


한자 버전

 

 

아, 잠깐! 왜 줄을 맞추고 문장을 줄여야 하냐고요? 보고서 형식을 중요시하는 회사에서는 이런 줄 맞춤 같은 걸 엄청 신경 쓰는데 위의 예시처럼 문장 줄이 넘어가면 예쁘지(?) 않고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무조건 줄로 맞춰야 해요... 드라마 미생에서 장백기의 선배가 문장 줄이기를 시킨 것도 다 비슷한 맥락에서죠. (줄 맞추기에는 한자 쓰기 말고도 다양한 잡스킬들이 있는데 다음에 소개할게요)

 

 


 

이번엔 영어도 많이 쓰라구요?

 

한자가 익숙해질 때쯤, 회사 방침으로 자료에 더 많은 영어를 사용해서 직원들의 영어 사용 능력을 올리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러자 한글, 한자, 그리고 영어가 섞인 이상한 혼종 보고서가 탄생했어요.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게 무슨 보고서지 싶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좀 사대주의(?)가 있는지 한자만 있을 때보다 영어가 들어가니 좀 더 있어 보이는 보고서 모양이 되어 조금 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면 이래요.

 


한자에 영어까지 들어간 혼종 보고서

 

 

익숙해진 지금은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처음 보신 분들은 "이게 무슨 끔찍한 혼종이야!"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좀 혼종인 것 같긴 해요) 그래도 완성된 보고서를 보면 "영어도 좀 쓰여서 글로벌 기업 느낌 나네. 거기에 한자도 좀 쓰여서 어른들의 보고 자료 느낌도 잘 살렸고. 훌륭해!"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이미 전 혼종에 오염되어 버린 것 같아요...)

 


 

여러분이 보기에는 어떤가요? 

 

처음 보면 올드하고 구려(?) 보이는 한자가 들어간 보고서. 하지만 막상 익숙해지면 의외로 편하고 작업 속도도 빠른 한자. 여러분이 보기엔 어떤가요? 올드해 보이나요? 아니면 간결하고 깔끔해 보이나요? 전 이미 물이 들었는지... 한자가 없으면 어른(?)의 PPT가 아닌 것 같아 조금 허전한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영어랑 한글만 있으면 내용은 둘째치고 대학생 때 발표 자료를 만드는 느낌 같아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어 꼭 한자 한 두 단어를 넣고는 해요.(이미 오염된 직장인...) 요즘 다른 회사들은 이렇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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