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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나이에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가고 싶은거야?

스타트업으로의 제안을 받고 회사에서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처음에는 나 자신에게 물었다. '왜 가고 싶은지, 왜 남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나는 데로 메모를 했다. 메모를 가지고 아내와도 이야기를 했다. 아내는 코칭기법처럼 내게 끊임없이 질문을 해주었고 덕분에 혼자는 들여다보기 힘든 지점까지 내려가서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때 '남고 싶은 이유'들은 대체로 이런 것이었다. 가고 싶은 이유보다 더 많았다.
1. 현재 회사에서 인정받는 팀장이다. 실장, 임원이 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주위에서 기대하고 있다.
2. 여기서 임원이 되었을 때 받는 연봉이 꽤 높다. 이를 포기해야 한다.
3. 우리 조직의 선배, 동료, 팀원들이 느낄 상실감이 걱정된다.
4.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5. 혹시나 그 회사가 맞지 않는다면, 혹은 제대로 성장하지 않는다면 다시 이직을 해야 한다.
6. 대기업 껍데기를 벗겨내면 나에게 뭐가 있을까, 과연 내가 잘하는 것일까, 조직의 힘이 아니었을까.

가장 두려웠던 건, 여섯 번째 항목, 두려움이었다.

'여보, 그냥 잠시 들뜬 거겠지? 모든 걸 포기하고 가는 건 어리석은 거겠지?'

아내에게 내 생각을 털어놓고 그냥 잠시 들뜬 것으로 정리한 뒤, 내 마음을 빨리 닫아버리고 싶었다. 현재의 안정적인 생활을 포기하기가 두려웠다. 아내에게도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스타트업으로 가겠다고 할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아내의 눈에는 보였나 보다.

"여보, 그거 모르지? 일주일 동안 여보 표정.
그 회사 가고 싶은 이유를 이야기할 때 표정이 달랐어.
걱정하지 마, 이직해도 돼."

그 말을 듣고, 16년 다니던 회사를 접었다. 고민 1주일만이었다.


"그래서, 왜 대기업을 그만두고 그 회사로 옮긴 거야?"

스타트업 로켓에 타는 것을 결정한 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다. 여러 번 사람들에게 답변하면서 나의 생각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설명하기 쉽게 정리한 생각은 이렇다.

첫째, 나는 영향력이 중요한 사람이었다.

대기업에 남았을 때, 나의 미래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 첫 번째 길은 내 역할을 인정받아 승진해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소위 '임원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부장 실장 정도까지 역할을 하다가 적당한 시점에 직위를 내려놓고 가늘고 길게 정년까지 남는 것이다.

임원이 된다는 것은 안타깝게도 순응의 결과인 경우가 많았다. 나는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생각의 결과를 인정받아서 임원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임원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라고 하지만, 나중에 임원이 된 이후에도 계속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1년 단위 계약으로 임원이 되자마자 1~2년 만에 퇴임하는 임원들을 수없이 봐왔는데도 '나는 과연 그들과 달리 내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생각이 미쳤다. 임원이 되어도 영향력을 미치기 어려웠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고용안정성 때문에 대기업을 선택하지만, 어느 순간 역할을 내려놓고 아무런 존재감 없이 직장생활을 하고 터널의 끝만 바라보고 사는 모습을 생각하니 서글펐다. 다가오지 않을 미래라고 확신할 수도 없었다.

인사 담당자로서 사명을 '발 딛고 있는 곳을 더 나은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라 믿었다. 동료들과 성장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회사, 선한 가치를 추구하는 회사, 훌륭한 리더들이 이끄는 회사, 이상적이기도 하지만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고, 그 과정을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 물론 전 직장에서도 가능할 수 있지만, 더 빨리 더 손에 잡히게 해보고 싶었다. 이를 실현해볼 공간이 필요했다.


둘째, 내 생각을 신뢰해주는 사람들을 놓치기 싫었다.

이직을 한다는 것은 대개는 이력서를 내고 면접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아주 형식적인 과정이다. 잘 모르는 사람 앞에서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에 대해서 설명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한다.

이번에 내게 온 기회는 조금 달랐다. 나의 학력, 구체적인 커리어, 심지어 나이도 확인하지 않았다. 단지 조직에 대한, 업무에 대한 나의 생각을 듣고 입사를 제안해 주었다. 대기업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믿을 수 없는 의사결정 과정이었다. 이런 면이 언젠가 한 번은 스타트업에서 일해보고 싶던 나로서는 놓치기 힘든 제안이었다. 스펙이 아니라 내 생각을 믿고 함께 해보자는 사람들을 놓치면 몇 년은 후회할 것 같았다.
다시 생각해보면 이 이유가 결정에 아주 큰 역할을 했다.


셋째, 경제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었다.

앞의 두 이유가 중요하긴 했지만, 만약 지금의 연봉의 절반만 받고, 성장성도 없는 회사라면?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은 마음,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 과연 선택할 수 있을까? 솔직히 그럴 자신은 없었다.

경제적인 이유를 인정하는 것은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지만, 나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했다. 일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것과 경제적인 보상은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 좋은 가치를 추구한 결과, 경제적 보상이라는 결과가 따라올 수 있다. 도전의 끝에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보상도 중요한 요소였다. 더 솔직하게는 시장에서 우리의 성공을 가늠해주는 지표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확실한 로켓이기에 일단 올라탔다. 별을 향해 나아가다 보면 별까지 갈지, 달까지만 갈지, 바다로 떨어질지는 모르지만. 일단 날아가 보기로 했다.


"그래서, 옮기니까 진짜 좋냐고"

영향력, 신뢰, 경제적인 이유는 입사하기 전에 입사를 결정한 이유들이다. 옮긴 이유를 사람들에게 답변하면 꼭 '그래서 진짜 좋냐고'라는 질문이 돌아온다. 입사 7개월이 지난 지금도 끊임없이 질문을 받는다.

이에 대한 대답은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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